도면이 대지 위에 자리 잡았다. 마치 손에 장갑을 끼듯이 꼭 들어맞았다. 호수는 창문에서 사 미터 앞에 있었고, 도로는 문 뒤로 사 미터 떨어져 있었다. 다뤄야 할 면적은 삼백 제곱미터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평선들 중 하나인, 건물 때문에 망쳐서는 안 될, 비길 데 없이 훌륭한 전망을 제공한다.(p13)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은퇴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준비하는 호숫가의 작은 집 이야기. 제한된 예산으로 큰 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 대신 작은 집에 큰 자연을 담는다. 오늘날 규격화된 상자와 같은 곳에서 거주하며 역세권으로부터의 거리가 거주 가치의 척도인 우리들에게, 대가는 건축과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집 안으로 들어선다. 십일 미터 길이의 창 문이 집에 품격을 준다! 이것은 창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고안된 구조상의 혁신이다. 집의 구성체이자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는 것이다.(p34) 작은 집에 자연을 담아낸 대가처럼, 외부와 단절 대신 마음의 창인 눈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삶을 꿈꾼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뒤쳐진 사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