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 ㅣ 자유주의 시리즈 75
루드비히 폰 미제스 지음, 안재욱.이은영 옮김 / 자유기업원 / 2019년 11월
평점 :
오늘날 금본위제도 하에서 금 생산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경미하고 무해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 세계가 직시해야할 문제는 천정부지의 인플레이션이다. 그런 인플레이션은 항상 의도적인 정부정책의 결과물이다. (p86)
불황은 정말로 고통스러운,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재조정과정이다.(p152)
오스트리아 학파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는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 Planning for Freedom」에서 계획주의(특히 사회주의)를 비판하며, 시장에 의한 조정을 강조한다.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그의 입장에 따른다면 케인즈주의에 의한 시장개입(양적완화 등)등은 모두 부질없다. 필요하다면 불황마저도 감내해야하며, 이를 통해 경제 전체가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안에는 시장에 대한 강한 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미제스의 시장은 ‘자본중심의 시장‘이다.
국제자본주의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반이윤 정서의 가장 중요한 효과 중 하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교리에 자극되어 어느 나라에서든 대중들이 자기나라의 자본가를 바라보는 질투, 시기, 그리고 적개심으로 똑같이 미국을 바라보고 있는 세계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p137)
인도와 같은 나라의 경제적 후진성은 정확히 국내자본의 축적과 외국자본의 투자를 방해하는 정책에 있다. 필요한 자본이 부족하므로 인도의 기업들은 현대적 장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고, 따라서 인시당 생산량이 훨씬 적으며, 미국 임금에 비해서 엄청나게 낮은 임금만을 지불할 수 있다.(p148)
이의 연장에서 미제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노조의 역할에 부정적이다. 노조의 활동이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 투입량의 증가가 전반적인 삶을 높인다고 보았다. 이는 동시에 후진국의 빈민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해법으로, 미제스는 반정부주의, 반노동조합을 강하게 주장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현대 신자유주의 사상의 근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제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유지되는 글로벌 공급 사슬 하에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본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가별/계층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할 것인가. 이는 미제스가 이 책을 펴낸 시점인 1950년대보다 높은 수준의 분업화가 이루어져 공급시장이 독점체제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존, 애플, 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이 이미 과점/독점 체제 하에서 가격과 공급량을 통제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면, 정부 혹은 가계에 의한 계획경제보다 더 큰 ‘민간기업 공급통제에서 비롯된 계획경제‘가 우리가 마주한 진정한 위협이 아닐까. 또한, 이미 자본의 집적률(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은 상태에서, 인공지능(AI)나 로봇 사용에 의한 자동화는 노동자의 생산성과 소득의 고리를 끊어놓기에 이 역시 또다른 위협이 된다.
미제스의 논리는 이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한다. 미제스의 지적처럼 정치 논리에 의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좀비기업을 연명하는 것은 문제겠지만, 시장만능주의 또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발전을 완전히 무시한 마르크스 경제학이 대안이 될 수도 없기는 것 또한 사실임이 분명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바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경제학이 제시되어야할 때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