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어(Georg Ferdinand Ludwig Philipp Cantor, 1845 ~ 1918)는  1874년 <모든 대수적 실수의 모임의 어떤 성질 uber eine eigenschaft des inbegriffes aller reellen algebraischen zahlen>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의 논문을 출간하였다. 이 논문에서 대수적 실수의 집합이 가산 무한임을 증명한다. 이에 반하여 실수 전체의 집합은 가산이 아니며, 따라서 자연수 집합처럼 가산인 무한집합보다 더 높은 등급의 무한집합이라는 것이 이 논문의 혁명적인 결과였다.(p196) <The Princeton Companion to Mathematics 2> 中


  칸토어의 집합론 중 무한(無限)의 개념을 설명한 논문의 내용을 쉽게 설명한 내용을 <수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Mathematics?>에서 찾아 옮겨본다. 칸토어는 모든 유리수를 a/b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리수 a/b를 a번째 열과 b번째 행에 대응시켜 정렬한 대각선 논법을 활용하여 유리수가 정열할 수 있는 무한집합임을 증명했다.


 [그림] 대각선 논법(출처 : 위키백과)


 무한에 대한 분석에서 칸토어가 처음으로 발견했던 사실은 유리수의 집합(정수의 집합을 부분집합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무한집합이다.)이 정수의 집합과 대등이라는 사실이었다... 칸토어가 관찰한 바와 마찬가지로 연속적인 원소들 사이의 크기관계를 무시하면 모든 유리수를 정수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수열 r1, r2, r3,... 로 정렬할 수 있다. 바로 이 수열에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유리수가 결정되어 모든 유리수가 단지 한 번만 나타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집합의 원소를 정수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수열로 정렬하는 것을 집합의 가부번화(denumeration)이라고 한다.(p103) <수학이란 무엇인가> 中


 반면, 여기에 무리수가 더해진 실수의 집합은 가부번화될 수 없음도 증명한다. 모든 실수가 가부번화되지 않는다는 증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부번화 할 수 없는 실수를 찾으면 된다.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명제의 가부는 한 마리 검은 백조(black swan)면 족하듯, 칸토어는 이 검은 백조를 찾음으로써 실수 집합이 가부번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칸토어에 따르면 실수는 정수와 유리수의 집합이 가지는 무한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고도의 무한의 형태이다... 무한소수 z=0.abcde.... 를 생각하자. 이 새로운 수 z는 나열할 수 있는 어떤 수와도 같지 않다. 왜냐하면 첫 번째 수와는 소수점 아래 첫째 자리수가 다르다. 그리고 두 번째 수도 소수점 아래 두 번째 수가 다르고 일반적으로  n번째 수와는 소수점 아래 n번째 수가 다르다. 결국 연속적으로 정렬된 소수의 표가 실수를 모두 포함하지 않음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이 집합은 비가부번이다.(p105) <수학이란 무엇인가> 中


 그리고, 이로부터 무한(infinity)의 종류는 나뉘게 되고, 무한의 집합에도 '더 큰 집합'이 존재할 수 있다는 밋밋한 논문의 내용이 도출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적어도 두 종류의 무한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정수의 가부번 무한과 연속체가 가지는 비가부번 무한이 그것이다. 정수의 집합은 실수 집합의 부분집합이지만, 실수의 집합은 정수의 집합이나 정수집합의 부분집합 어느 것과도 대등이 아니다. 따라서 정의에 의하면 실수의 연속체는 정수의 집합보다 큰 기수를 가진다.(p108) <수학이란 무엇인가> 中

 

 <10의 제곱수 Powers of Ten>에는 10 제곱미터 반경안에서 피크닉 도중 낮잠을 자는 남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영화에서는 남자의 손등안을 조명하면서 10의 -16제곱미터의 세계(미시세계)부터 10의 24제곱미터의 은하계(거시세계)까지를 폭넓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보여준 세계는 영화가 만들어진 1977년까지의 인식범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늘날에는 틀림없이 더 많은 것이 밝혀졌을 것이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세계는 무한의 세계라 할 수 있겠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게 모두가 무한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시세계의 무한이 거시세계의 무한보다 작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는 미시세계가 우리 몸안의 부분집합이기 때문이다. 소우주(小宇宙 microcosm)와 대우주(大宇宙 macrocosm)는 이처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force)를 통합한다는 대통합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지나치게 나간 것 같아, <Powers of Ten>의 공식사이트  http://www.powersof10.com/film의 주소를 공유하면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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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0-03-29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미르 D. 악젤의 《무한의 신비》는 칸토어 전기인데, 칸토어가 무한을 연구하면서 유태교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예를 들어 칸토어가 무한을 표현할 때 쓰는 기호는 알레프라는 히브리 문자죠. 연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라 추천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3-29 16: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칸토어가 유태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잘 몰랐는데, 황금모자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황금모자님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3-29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는 유한한데 경계가 없다”는 이야기를 근래 듣고 저도 ‘무한’에 요즘 관심 많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3-29 17:15   좋아요 0 | URL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다는 말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ㅜㅜ 공부가 더 필요한 것이겠지요. 무한 등은 평소 우리의 인식범위를 넘어선 개념이어서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공부하시다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