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너무 좋아해서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을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여우 이야기. 책을 몸과 마음의 양식으로 삼는 것을 보면 여우아저씨는 진정한 ‘애서가‘임이 분명하다.
예전에 영어사전 한 페이지를 다 외우고 외운 페이지를 찢어 삼켰다는 어느 고시생의 전설을 「책 먹는 여우」를 읽으며 떠올려 본다. 여느 아이들처럼 딸아이도 이 책을 좋아하기에 그 이유를 잠시 생각해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책을 먹으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여우의 능력이 부러운 것은 아닐런지. 책을 읽는 것이 숙제처럼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먹기만해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 능력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직은 이야기하지 못 했지만, 만약 딸아이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연의야, 여우가 책의 내용을 많이 알게 된 것은 책을 먹어서가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소금과 후추로 요리를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짐해본다. 연의가 충분히 스스로 간을 맞출 때까지 먹을 책을 쌓아 놓지 않기로. 어릴 땐 책보다 뛰어노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