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체계란 실현된 자유의 왕국, 정신이 자기 자신에서 산출한 제2의 자연"에 다름아니다... 헤겔의 파악 배후에서 자유가 이미 사회의 제도들의 원리로서 뿌리 내리고 있다는 인식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로운 의지가 발전해가는 단계들이 추상법, 도덕성, 인륜의 각 단계인 것이다.(p147) <헤겔사전> 中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은 <정신현상학 Pha"nomenologie des Geistes>과 <법철학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을 통해 자유로운 의지가 변증법(辨證法) 체계를 통해 법(法), 도덕(道德), 인륜(人倫)의 단계를 밟으며 발전하고 있음을 말한다.
법(法, Recht) : 헤겔이 말하는 법은 통상적인 용법과 비교하여 훨신 넓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본서에서 법이라고 말할 때 보통 법이라는 말로 이해되고 있는 시민법[추상법]을 의미할 뿐 아니라 도덕성, 인륜 및 세계사도 의미한다. 이것들이 마찬가지로 법에 속하는 것은 개념이란 사상을 진리에 입각하여 총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법철학> 33절 보론]... 헤겔에 따르면 법의 지반은 '정신적인 것'으로서 그 출발점은 의지이다. 이것은 자유로운 의지이다.(p147) <헤겔사전> 中
정신적인 존재가 단일한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이 순수한 의식이며 개개의 자기의식이다.(p433)... 자기의식은 자기가 곧 이러한 실체를 자각하는 요체임을 알고 있으므로 법칙이 자기 안에 현존하는 데 근거하여 건전한 이성에게서 무엇이 정의롭고 무엇이 선한지를 직접 알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 더욱이 이것이 특정한 법칙으로 명문화될 때 사태 자체가 충실한 내용으로 채워지게 된다.(p435) <정신현상학 1> 中
법(法)이라는 것은 어딘가 신성한 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법이란 바로 절대적 개념인 자각적인 자유가 구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추상적이며 따라서 좀더 제한된 법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이념 속에 포함된 광범한 요소를 현실의 내용으로 하는 정신의 영역과 단계가 있는데, 이렇듯 더욱 구체적이고 내용이 풍부한, 참으로 보편적인 이 영역과 단계에는 바로 이런 까닭에 한층 고도의 법이 있게 마련이다.(p109) <법철학> 中
자기의식은 의무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기의식은 의무에 의해서만 구속을 받는데, 의무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자기 자신의 순수한 의식이다(p172) <정신현상학 2> 中
자유로운 의지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추상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스스로 하나의 존재를 마련해야만 하는데 이 존재의 최초의 감각적인 소재는 갖가지 물건(die Sachen), 즉 외적인 사물이다(p116) <법철학> 中
헤겔에 따르면 '법'이란 자기의식의 자각적인 자유가 특정한 법칙으로 명문화된 것으로 이는 자유로운 의지로부터 출발한다. 자유로운 의지는 처음에 추상적인 상태에 놓여있기에 아직 관념에 불과하다. 관념에 불과한 자유로운 의지가 보다 구체성을 갖춘 존재로 표현된 것을 우리는 '법'이라 부른다. 이러한 법에 대해, 헤겔에게 도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를 살펴보기 전 우리는 먼저 도덕적 세계관을 알아보자.
도덕성(道德性, Moralitat) : 헤겔이 도덕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에 기본적으로는 칸트의 도덕론이 비판적으로 함의되어 있다. 즉 그것은 "대자존재와 개별성을 원리로 하는" 근대에 특유한 입장이며, 시민 또는 사인(私人)의 인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자연법 논문>2.504, 2.506 그것은 동어반복적인 무모순에서 성립하는 형식적 보편성을 '도덕법칙'으로서 정립할 뿐이기 때문에, 언제나 개인들의 특수성과 대립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칸트적인 '도덕적 세계관'은 그 요청에서의 이율배반적인 사태를 개념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와 같은 '도덕적 세계표상'에서 마치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위선'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정신현상학>3.441-463](p88) <헤겔사전> 中
자기의식이 자유로워질수록 그만큼 의식에 맞서 있는 대상도 자유로워진다. 대상 세계는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자기완결된 세계(eine zur eignen Individualitat is sich vollendete Welt)이고 자기의 고유한 법칙이 지배하는 자립적인 전체인 동시에 법칙이 자립적으로 진행되고 자유로이 실현되는 세계이다... 이러한 규정에 입각하여 절대적인 도덕세계와 자기완결된 자연계의 관계를 둘러싸고 도덕적 세계관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이는 의무만이 본질적이고, 자연은 전적으로 비자립적이며 비본질적인 것이라는 의식이다. 도덕적 세계관이란 이렇듯 전적으로 상호배치되는 자연과 도덕의 관계를 전제로 하여 이 관계 속에 있는 갖가지 요소가 전개되어 나가는 데에 성립된다.(p172) <정신현상학 2> 中
헤겔의 논리에서 자기의식에게 의무는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타자존재는 자기의식에게 무의미하고, 이로 인해 도덕세계와 자연계의 부조화가 생겨나게 된다. '감각'으로도 불리우는 '자연'의 의지는 '충동'이나 '경향'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대립은 도덕과 자연을 분리시킨다. 이들의 통합은 '이성(理性)'에 의해 가능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존재를 헤겔은 '세계의 주인이며 지배자'라고 표현한다.
이성과 감각이 압력을 밎는 마당에 이성이 취해야 할 태도는 대립을 해소하여 그 결과로서 양자의 통일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생겨나는 통일은 양자가 동일한 하나의 개체 속에 있는 본원적인 통일이 아니라 양자의 대립을 인식하는 가운데 이를 넘어서는 데서 생겨나는 통일이다. 이러한 통일이야말로 마땅히 현실적인 도덕(die wirkliche Moralitat)이라고 하겠으니, 거기에는 현실의식으로서의 자기와 자기임에는 틀림없는 보편자로서의 자기와의 대립이 포함되어 있다.(p175) <정신현상학 2> 中
그리고, 헤겔에게 '도덕의식'이란 대립되는 이들이 합쳐진 완벽한 조화를 포함하는 것이다. 헤겔의 법이 '자유로운 의지의 구체적 실재'로 요약될 수 있다면, '도덕의식'이란 '자기와 대상 세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실재'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기준을 가진 도덕은 다수의 법칙과 대립되는 도덕세계와 자연세계를 포함하고 있어 모순되는 힘 또한 내재하는데, 이러한 힘이 도덕을 새로운 단계, 곧 인륜(人倫)으로 이끌게 된다.
도덕의식이란 순수한 의무만을 단순히 알고 의욕하는 것이지만 일단 행동에 나서면 그의 단순성과는 정반대의 대상, 즉 다종다양한 현실 국면과 관계함으로써 여기에 다종다양한 도덕적 행태가 나타난다. 이로써 내용면에서는 다수의 법칙이 생겨나고, 형식면에서는 지력(知力)을 발휘하는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힘이 생겨난다.(p178) <정신현상학 2> 中
그러나 이렇듯 단지 있는 그대로의 직접적인 존재는 자유에 합당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이러한 규정을 부정하는 것이 곧 도덕의 영역이다... 그러나 도덕 또한 그 이전의 형식적인 법이나 권리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추상체로서, 인륜성이야말로 비로소 이 양자의 진리이다. 인륜성에 이르러 개념의 틀 안에서의 의지와 개인의 주관적인 의지의 통일이 구체화된 것이다.(p116) <법철학> 中
인륜(人倫, Sittlichkeit) : 헤겔은 추상법의 외면성과 도덕의 내면성을 하나로 종합한 것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사회적제도들을 선의 이념이 자유로운 의지를 통해서 역사 속에 구체화되고 축적되며 발전되어온 것으로 본다. 또한 개인이 도덕적일 수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사회적 연관들에 그렇게 하여 구체화되어 있는 선의 이념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의해서다... 인륜으로서의 사회적 제도들은 제도라는 객관적 계기와 자기 의식이라는 주관적 계기의 통일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그것들의 상호침투 속에서 발전해간다... 추상법, 도덕, 인륜이라는 전체의 구성 그 자체가 사회적 제도들을 인륜의 체계로서 개념적으로 파악하여 나의 것으로 해나가는 정신의 발걸음을 제시하고 있지만, 나아가 이 '인륜'의 부분에서의 '가족', '시민사회', '국가'라는 구성 역시 가족에 있던 인륜적 일체성이 해체되면서 곧이어 시민사회를 매개로 하여 국가에서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p328) <헤겔사전> 中
인륜은 헤겔이 생각한 '법'이라는 정(正)과 이를 부정하는 '도덕'이라는 반(反) 을 통합하는 합(合)의 위치를 차지한다. 헤겔의 논리구조에서 인륜에 근거한 의식이 바로 진리이며, 진리 안에서 자기의식과 존재는 하나가 된다.
절대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더이상 확신과 진리, 보편자와 개별자, 목적과 현실이라는 대립에 시달리는 일 없이 현실과 자기의식의 행위가 일체화되어 있는 그런 존재이다. 따라서 여기서 가치 있는 사태라는 것은 인륜적 실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여기에 바탕을 둔 의식은 인륜적 의식이다. 인륜적 의식이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로 진리인데, 이때 진리는 곧 자기의식과 존재가 하나로 융합된 것이다.(p434) <정신현상학 1> 中
인륜의 세계는 보편적인 의식으로서의 실체와 개별적인 의식으로서의 실체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져 있는데, 이때 보편적인 현실체로는 민족과 가족이 있고 자연발생적인 자기이며 활동하는 개인으로는 남과 여가 있다. 이런 내용이 갖추어져 있는 인륜세계 속에 앞에서 본 실체를 결한 의식의 형태가 표방했던 목적이 달성되어 있다.(p37) <정신현상학 2> 中
그렇지만, 인륜 역시 관념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때문에, 다시 구체화를 위한 '정'의 위치에 놓여지게 되고, 이제 새로운 '정-반-합'의 단계가 다시 시작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이러한 헤겔의 체계를 통해 주역의 마지막 괘(卦) '화수미제(火水未濟)'를 떠올리게 된다. 주역 64괘가 미완성을 의미하는 화수미제로 끝나듯, 합(合)이 다시 새로운 정(正)이 된다는 헤겔의 변증법은 통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순환이라면, 다른 한쪽은 상승구조라는 차이겠지만.
인륜적 실체란 한낱 참다운 정신인 데 지나지 않으므로 개인은 스스로 자기의 존재를 확신하는 경지로 복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륜적 실체로서의 정신은 보편적인 권능의 소유자로서 현실에 존재하지만 이 정신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은 공동체를 부정하다시피 하는 만인의 자기존재이다.(p58) <정신현상학 2> 中
<주역>의 저자는 모순, 투쟁의 종식은 일시적인 휴식에 불과할 뿐 모순의 진행, 운동이야말로 영원하므로 하나의 과정이 종결되면 새로운 과정이 시작된다는 이치를 깊이 깨닫고 있었습니다. <주역>이 '기제(旣濟)'가 아닌 '미제(未濟)'로 끝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죠. '미제'로 마무리한 것은 우주 만물의 변화는 끝이 없다는 지은이의 인식을 반영한 것임을 암시했습니다.(p927) <주역> 中
이상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헤겔의 체계에서 '법', '도덕', '인륜'은 각각 정, 반, 합으로서 자리함을 알 수 있다. 헤겔의 체계에서 '법'과 '도덕'은 다른 것이다. 자기의식의 구체적 선택이 법이고, 법이 하나의 기준이라면, 도덕은 다양한 기준을 담고 있다. 이들은 같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충돌할 수 있음을 헤겔은 <법철학>에서 말한다.
만약, 도덕/인륜과 법 또는 권리와의 대립을 논의할 경우, 이때 법 또는 권리로 이해되는 것은 다만 추상적인 인격성이 주축을 이루는 최초의 형식적인 법 또는 권리일 뿐이다. 도덕/인륜/국가이익은 저마다 하나의 독자적인 권리를 이루는데, 왜냐하면 이들 형태는 모두가 자유의 규정이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형태는 권리라는 동등한 선상에 놓여 있는 한 서로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충돌은 동시에 다음과 같은 또 하나의 요소를 안고 있으니, 즉 도덕은 제한된 것이며 따라서 또 어떤 하나의 권리는 다른 권리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오직 세계정신의 법 또는 권리만이 무제한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다.(p109) <법철학> 中
법과 도덕이 충돌했을 경우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도덕의 기준이 아닌 '세계정신의 법' 또는 완성된 인륜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헤겔은 지적한다. 최근 1개월동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의 도덕기준과 관련한 수많은 보도가 언론을 장식했다. 대부분의 내용은 의혹제기였으며, 적어도 이 글을 쓰는 현재시점까지 죄로 결정된 것은 없다. 인사청문회도 거쳤지만, 후보자 본인에 대해서는 의혹조차 제기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혹을 증폭시켰던 것은 감정이라는 이름의 충동과 경향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기준을 가진 감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요구하는 것은 완성된 도덕성을 갖춘 '신성한 입법자'를 요구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헤겔에게 '신성한 입법자'는 신(神)을 의미한다.
도덕의식으로서도 역시 자기가 아닌 다른 의식에 의해서 무언가가 신성화된다는 것은 생각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도덕의식에게서는 자기 손으로, 자기 안에서 신성화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신성하지 않다. 따라서 이 의식으로서는 자기와 다른 존재가 신성하다는 것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p193)... 신성한 입법자라는 존재가 순수하게 완성된 도덕성을 보유하는 것은 그 존재가 자연이나 감각과 관계를 지니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서도 또 순수의무가 실재하는 것은 그것이 자연과 감각 속에서 실현되기 때문이다.(p194)... 도덕이 실재하는 것은 신성한 입법자, 즉 신(神)이라는 또 다른 존재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된다.(p195) <정신현상학 2> 中
우리가 법무부 장관에 신을 임명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도덕기준은 결격사유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부언하면, 주관적인 도덕 기준으로 조국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니 공적인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조국 후보자의 가족의 위법과 관련한 논란도 살펴보자. 아직 검찰 조사 단계이므로 가족의 위법사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2019년 9월 8일 현시점에서는 이른 일이다. 그렇지만, 가족이 법을 위반했는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혼의 두 주체는 각각 개별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헤겔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헌법의 조문이기도 하다.
결혼이라는 통일은 실체적으로는 친밀함과 마음가짐일 뿐, 실제로는 그것이 남편과 아내라는 두 주체로 분유(分有)되어 있는데, 이러한 일체성이 자녀들 속에서 여실히 눈에 보이는 대상이 되면서 부부는 그 대상을 자기들의 사랑이 실질적으로 구현된 존재로 여기며 사랑을 쏟는다... 이렇게 해서 유한한 자연성 속에 가신(家神)이라는 단일한 정신의 유(類)가 존재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p339) <법철학> 中
제13조 3항 모든 국민(國民)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親族)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處遇)를 받지 아니한다.(p47) <헌법> 中
우리가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라면, 과거 자기의식의 선택으로 표현된 법이 오늘날 우리시대의 정신을 제대로 담고 있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그는 과연 우리 시대의 정신을 담을 그릇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이 법무부 장관에게 제시할 첫 번쨰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씨춘추 呂氏春秋> 중 거난(擧難)편은 인재 등용의 어려움에 대해 잘 말해준다.
각이한 민족정신은 저마다 특수한 개체로 실재하는 가운데 스스로의 객관적인 현실과 자기의식을 지니기 때문에 이들 민족정신의 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니, 이로써 민족정신 상호간의 관계에서 본 그의 운명과 행동은 결국 정신의 유한성을 드러내는 변증법 운동(die erscheinende Dialektik der Endlichkeit dieser Geister)을 행하게 된다. 이 변증법 운동에서 나타나는 것이 곧 무제한의 보편정신, 즉 세계정신으로(der Geist der Welt, als unbeschrankt), 이 세계정신이라말로 세계법정이라고도 할 세계사 속에서( in der Weltgeschichte, als dem Weltgerichte), 각이한 민족정신에게 그의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법 - 즉 최고의 법 - 으로 군림하는 것이다.(p578) <법철학> 中
사물은 본디 완전할 수 없으므로 완전한 것으로써 사람을 천거하기란 본디 어려운 것이 사물의 실정이다. 사람들은 요임금을 자애롭지 못했다는 것으로 헐뜯고, 순임금을 아비를 업신여겼다는 것으로 헐뜯으며, 우임금을 자리를 탐낸 의도가 있었다고 헐뜯고, 탕임금과 무왕을 (천자를) 내치고 죽인 모의를 했다고 헐뜯으며, 춘추오패를 침략하고 강탈한 것으로 헐뜯는다. 이러한 것들로 본다면 사물이 어떻게 가히 완전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가 남을 책망할 경우에는 일반인의 기준으로써 하고, 스스로를 책망할 경우에는 도덕적 기준으로써 한다.... 남을 책망할 때 도덕적 기준으로써 하면 나무라는 일이 많게 되고 나무라는 일이 많으면 가까운 사람들을 잃게 된다.(p586) <여씨춘추> 中
이제 길었던 페이퍼를 요약하며 마무리하자. 법과 도덕의 기준은 다르다. 도덕의 기준은 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도덕 기준을 법무부 장관 임명의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근거가 있다면, 법과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법의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가족 등 친족의 죄가 본인에게 미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 이들은 각각 자기의지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 더해 인재 등용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유한한 자원으로 인한 제약 조건 하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진다...
PS. 페이퍼와는 별도로 법과 도덕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서는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 ~ 1832)의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을 통해 약 100여개의 페이퍼가 지난 후 살펴보려 한다... 상황에 따라 앞당겨 등판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