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조금은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피아노로 바흐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굴드의 연주곡을 올려봅니다. 마침 얼마 전부터 연의가 이모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서일까요. 피아노에 더 관심이 가게 되네요. 3월 마지막 주말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좋은 날 되세요!


 2차 대전 직후 잠시 바흐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신음악학이 대두하면서 모든 음악가들은 바흐음악을 피오노로 연주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하프시코드(harosichord)의 여왕으로 군림한 반다 란도브스카(Wanda Landowska)를 선두로 하프시코드주자들이 전성기를 맞았다.피아노로 바흐음악을 연주하던 시대는 사라졌다.(p633)... 그러다 1955년 글렌 굴드(Glenn Gould)가 등장했다. 1955년에 나온 전설적인 그의 첫 번째 음반 골드베르그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은 많은 음악가드에게는 참으로 새로운 것이었다. 그 연주는 개성, 품위, 새로운 아이디어, 생기 있는 리듬, 빠른 템포 그리고 견고한 테크닉, 이 모든 것을 겸비한 것으로서 바흐연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고, 권위가 있었다.(p634)... 그의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로 그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그 연주에는 선적으로 흐르는 흐름이 있다. 굴드는 다성부를 분류, 각 성부의 경중에 차증을 두고 각 성부가 서로 대조를 이룬 채, 동시에 나란히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비상한 능력을 지녔다. 연주를 다 듣고 나면 과연 이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얼마나 정통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p635) <위대한 피아니스트> 中


*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위대한 피아니스트(양장 합본)> (나남, 2008)이라 페이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굴드는 삼차원의 영역에서 작업을 했다. 하나의 프레이징에서 표현된 것(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의 첫 부분)은 선과 색채의 관점이 아닌. 공간 속에서의 기하학과 시간의 곡선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페달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음은 연장되지 않고 건반에서 손을 떼기가 무섭게 소멸되지만, 대신 공간 속에 각인된다. 또 이 공간, 층, 깊이에 대한 인식이 시간의 작용으로 은폐되거나 변질되는 일도 없다.(p124)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中


PS. 어린 시절 피아노는 남자가 연주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진도를 체르니 40번에서 멈췄습니다만, 진짜 멋있는 남자는 자신의 악기를 하나 정도 다룰 줄 알아야한다는 진리를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의가 피아노를 즐기되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노래방 탬버린 수준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만약 소질이 아빠를 닮았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과제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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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31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르니 40번 우아!!!! 대단하십니다 전...코드만 튕기는 수준인데 그래도 밴드활동을 했지요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기타는 치는데 참 그것도 너무 방대하네요 음악은 바다같이 깊고 넓네요 고 김진영 철학자의 ‘아침에 피아노를 듣는다’는 건 살아있음을 느끼는 또 하나의 표시(sign)로 받아들이던 대목이 생각납니다 피아노...우아!👏👏👏

겨울호랑이 2019-03-31 10:14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이야말로 정말 왕성한 활동력을 보유하고 계시는군요. 축구에 밴드에... 진정으로 문무를 겸비하신 애국자이십니다. 저의 현실은 그저 ‘한 때 체르니를 쳤던 탬버린치는 야옹이 집사‘입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19-03-31 10:26   좋아요 1 | URL
고딩때 밴드했죠 지금은 다 과거지사 입니다 ㅋㅋ

겨울호랑이 2019-03-31 10:33   좋아요 0 | URL
^^:) 카알벨루치님의 다양한 경험이 폭넓은 독서로 나타남을 느낍니다. 예전 제가 알던 HOT열혈팬이 HOT 해체 당시 제게 한 말이 생각나네요. ˝HOT는 해체하지 않고 내 가슴속에 남아있어요.˝ 별 관계는 없지만 카알벨루치님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떠오릅니다. 카알벨루치님 가족분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9-03-31 1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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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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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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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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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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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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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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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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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0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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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9-03-31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를 치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음치에 박치라 ㅠㅠ

굴드에 대한 책을 좀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흔적을 남겨두었더라고요.
˝손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피아노에 속해 있었다. 그가 건반 위로 쓰러질 듯 몸을 숙인 모습을 보면, 그는 마치 자신과 음악 사이에 더 이상 피아노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며 피아노 속에 자신을 지우고 융해시켜 버리려는 것 같다. ‘피아노 앞에 앉은 글렌 굴드‘가 아니고,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인 것이다.˝ (76쪽,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CD는 55년판, 81년판 해서 두개나 가지고 있습니다만, 좋아하는 것과 수준은 달라서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9-03-31 20:52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어머니께 등떠밀려 억지로 배웠던 것이었습니다. 저도 지금은 손가락이 굳어서 치지를 못합니다. ㅜㅜ 말씀하신 대목이 와닿습니다. 피아노에게 귀속말을 속삭이듯이 고개를 건반에 붙이고 연주하는 굴드의 모습을 잘 묘사한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굴드 CD를 2장이나 가지고 계신 것을 보면 우향님께서는 클래식 애호가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