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든북스 Wooden Books는 자연의 질서와 패턴에 관해 서술한 작은 책 10권으로 구성된 전집이다. 작지만 알찬 내용이 담긴 이 전집에서 필립 볼 박사의 형태학 3부작과 관련된 내용이 이번 페이퍼의 주제다. 우든 북스 전체 10권 중 직간접적으로 3부작과 연관된 내용은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 <황금분할 The Golden Section>,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Li : Dynacmic Form in nature>, <하모노그래프 Harmonograph>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대칭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대칭성은 항상 분류, 범주화 그리고 관찰되는 규칙성과 관련이 있다. 대칭성은 제약이다. 그러나 대칭성 자체는 제약되어 있지 않다. 즉 대칭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게다가 대칭성 원리는 평온, 즉 시끌벅적한 세상을 초월한 고요함의 특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항상 변화, 소란, 운동과 관련되어 있다.(p7)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대칭성, 질서의 원리>에서는 대칭성을 설명할 때, 회전과 반사를 통한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360도의 각도 내에서 몇 번의 회전을 통해 동일한 모양이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나타나는데 일정한 규칙성이 존재하는가가 대칭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대칭성을 보이는 수많은 다양한 대상들이 가진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칭적 대상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성질이 있으며 이런 성질이 빠지면 대칭성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p8)... 대칭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두 가지 기본적인 방식이 있다. 회전과 반사가 그것이다. 이런 대칭성의 방식들은 합동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p1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사진] 대칭성(출처 :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규칙성을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강한 핵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중력) 중에서 가장 약한 힘인 중력(gravity)이다. 비록 약한 힘이지만,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에 적용되는 법칙은 엔트로피(entropie) 최소화 법칙이고, 이로 인해 생명체는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생명체들을 모두 가이아(Gaia)에게 빚을 지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대칭적인 규칙성은 한 가지 주된 힘에 의해 만들어졌다. 즉 표면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물방울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중력(중력 역시 구형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에 의해 모양이 만들어졌다.... 실질적으로 구(球)는 주어진 부피당 표면적이 가장 작으며, 이 때문에 많은 과일들이 구형을 하고 있다. 또 구는 어느 쪽에서 봐도 동일한 모양이기 때문에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가장 자연스런 형태이다.(p18)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구형 물체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들을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이런 배치는 분명 공간을 규칙적으로 분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과일을 이 가운데 어떤 패턴으로 배열하든지 두 번째 층을 첫 번째 층에 생긴 틈 이외의 곳에 쌓기는 쉽지 않다. 글자 그대로 최소 에너지를 가진 패턴만이 남게 된다.(p22)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그렇다면,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배열된 물체들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칭성은 제약이 없다'는 말처럼 이들이 서로간 관계를 맺는 구조 자체는 차라리 무질서에 가깝지만, 이러한 '무질서'가 반복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진다. 프랙털(fractal)이라 부르는 기하학 구조에서 우리는 부분과 전체 사이의 '자기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자연적인 형성물들은 이들이 고도로 복잡하고 불규칙하게 보일지라도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통계적인 자기유사성을 지고 있다. 이것은 광범위한 스케일에 걸쳐,또는 프랙털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했을 때 이들이 같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에서 많은 종류의 프랙털들은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크기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특히 환경 적응이 목적인 생물들에 있어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p4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사진] 매력적인 프랙털(출처: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모든 종류의 형태는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해체되면 궁극적으로 형태는 스러진다.(p10)... 관련 없는 형태들 사이의 유사성은 거시에서 미시에 이르는 모든 크기 규모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유사성이라는 특성이 자연이 가진 근본적 속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p12)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이러한 프랙털 구조를 우리는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동양(東洋)에서는 '이 理'라 부른다. 반(反) 엔트로피의 결과로 나타난 '이'는 '자연 自然 스스로 그러하다'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理'는 지형을 창조하는 힘처럼, 창조와 파괴의 과정에 깊이 연루되어 있지만 본질적으로 창조적이거나 파괴적이지는 않다. 다만 그러한 뿐이다.(p24)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사진] 잔금(출처 :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도자기 표면에 생긴 잔금에 미적 가치를 두었으나 서구에서는 그것을 잘못된 결함, 즉 문제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두 세계의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 말해준다... 모든 잔금은 축적되어 있던 스트레스가 분출되어 나가는 통로, 곧 힘이 가는 선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인식하는 동양문화에서 잔금을 매력적으로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p26)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또한, <도덕경 道德經>40장 에서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만물은 유에서 살고 유는 무에서 산다)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다음의 설명을 통해 우리는 질서와 무질서가 만들어내는 균형을 '경계'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무질서라는 질서' 또는 '질서 라는 무질서'가 만들어 내는 세계는 일정 비율로 반복되기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이른바 황금 비율이라 불리는 미(美)의 공식을 통해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표현해 왔다.

 

 자연은 증가하고 감퇴하는 주기와 리듬에 따라 고동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상승하는 길과 하강하는 길은 같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별은 내파할 때가 많고, 생명의 질서정연한 조직이 만들어 내는 음의 엔트로피는 무질서와 죽음이 만들어내는 양의 엔트로피로 상쇄된다. 카오스(Chaos 혼돈) 이론에서는 황금분할이 카오스 경계를 설정한다고 한다. 질서가 무질서로 옮아가고, 무질서에서 질서가 나오는 경계이다.(p28) <황금분할> 中


 전체와 부분의 결합은 비례적 대칭을 통해 우아하게 결합된다. 특히 황금분할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이 단순한 분할은 자연을 움직이는 추동력인 듯하다. 자연으로 하여금 프랙털화를 통해 자기 닮음성을 지닌 부분들을 만들어내고 황금각과 피보나치 수로 이뤄진 나선을 그리며 성장하게 한다.(p32) <황금분할> 中


[사진] 황금대칭(출처 : <황금분할> 中)


 형태학 3부작에서는 대칭과 패턴 그리고 이들이 빚어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공간 space'으로 한정되지만, 우든 북스에서는 한걸음 더 들어간다. 우든 북스 중의 <하모노그래프>에서는 음악(music)의 화음(和音)-불협화음(不協和音)의 관계 안에서 시간(time) 속에서의 엔트로피 법칙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은 이야기를 넓은 범위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음계는 어떻게 구성될까? 현을 튕길 때 나는 소리를 잘 들어보면 으뜸음뿐만 아니라 여러 음이 복합된 배음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음악가들은 한 옥타브 안에서 조화음을 만들기 위해 배음보다 조금 가까이 있는 음정들이 필요하다. 알렉산더 포프는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불협화음"이라고 했다.... 불협화음이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줄어든다.(p14) <하모노그래프> 中


 영국의 과학자인 아서 에딩턴(1882 ~ 1944)은 변할 수 없는 변화의 방향을 시간의 비대칭성(과거-현재-미래)과 연계하여 '시간의 화살'이라는 그림으로 생생하게 나타냈다... 변하지 않는 물리법칙과 시간의 화살이 연계되면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다양하고, 아름답게 변한다.... '고립계'인 우주는 최대의 비평형상태로부터 빅뱅을 통해 어둡고 차가운 평형상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시작과 끝 사이에서는 구조를 만들어낵 사건을 유발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쓸모없는' 에너지로 변환되는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난다.(p27) <하모노그래프> 中


[사진] 시간의 화살(출처 : <하모노그래프>中)


 시간(Time) 예술인 음악 속에서 대칭성을 찾으면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시공간(時空間 space-time) 속에서 대칭성을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든북스에서 다루는 내용이 짧지만, 대칭성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더 깊게 들어간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 역시 크게는 대칭성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대칭성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의 중심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4가지 힘을 하나로 설명하기 위한 통일장이론((grand unified theory)을 도출하기 위해 그처럼 애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리법칙들은 정상적인 공간의 모든 부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평행이동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또 평행이동 대칭성은 근원적으로 운동량보존법칙의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물리법칙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시간의 평행이동에 대해 대칭적임을 의미한다. 이 경우 또 다른 보존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을 얻을 수 있다.(p5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우든북스 각 권의 책들은 매우 얇고 절반이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보이지만, 이처럼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각각 별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듯한 각 권들을 형태학 3부작의 내용과 연계시켰을 때 보다 선명하게 주제가 들어옴을 느꼈는데, 아마도 이런 경우를 두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전체와 공명할 방법을 제공하고, 자기 청제성을 차근차근 더 넓게 펼쳐나가서 마침내 '하나'로 귀환하는 길을 밟게 해준다. 이 심오한 자연의 암호와 우리 자신을 연결하여 공명하는 것, 그리하여 세상을, 그리고 균형 잡힌 형상과 최고의 황금 표준들과 우리의 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인류의 의무다.(p56) <황금분할> 中


 조금 뜬금없지만, 개인적으로 위의 구절을 읽으며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 ~ 1677)의 범신론(凡神論)과 영원의 상하 sub specie aeternitatis가 연상되었는데, 아마도, 어제 <스피노자 선집>을 읽어서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스피노자 선집>리뷰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읽기 지루한 이 페이퍼는 이만 줄이도록 하자.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1-2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1-27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재미있는데요. 이 책에는 이런 사진들이 나오는 거군요.
잘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9-01-27 22:53   좋아요 1 | URL
우든북스 책이 시각적인 내용이 많아 굳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도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1-2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공 냄새가 풀풀 납니당~~

겨울호랑이 2019-01-28 13:23   좋아요 1 | URL
전공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 희은수네 2019-03-27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구입 전 리뷰를 보는 편인데 독서력이나 필력이 부럽습니다.전 자꾸 잊어버리고 글쓰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듯.잘 읽었어요^^

겨울호랑이 2019-03-27 10:31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 희은수네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