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식민지가 대영제국에서 독립하려는 합당하고 정당한 이유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독립선언문의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서 제퍼슨은 정부가 너무 가혹한 정책으로 일관할 때 인간은 정부의 형태를 바꿀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정부의 정통성은 '국민의 동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동의를 얻지 못한 정부는 통치권이 없다는 것이 논지의 기본이었다.(p96)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미국사 The story of America> 中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 ~ 2010)의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A young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는 미국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독립선언'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역사책이 위와 같은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다면, <살아있는 미국역사>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떨까.

 

 식민지들이 성장할수록 지배계급은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찾게 되었다. 최고의 부유층(富裕層)과 극빈층(極貧層)이 존재하는 사이에 백인 중산층(中産層)이 발전했다... 상층계급은 중산층의 충성을 얻는 데 성공했는데, 여기에는 분명 중산층에게 대가가 있었음을 의미한다.(p51)... 1760년대와 1770년대의 지배계급은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다름 아닌 자유와 평등에 관한 말이었다.(p52)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1776년 무렵 북아메리카에 있는 영국 식민지들의 일부 중요 인사들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나라를 세운 후 합중국(United States)이라 칭한다면 대영제국을 위해 식민지를 관리해온 사람들에게서 토지와 재산, 정치 권력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각으로 미국 혁명을 바라볼 경우 매우 천재적이고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Foundiing Fathers)은 200년 이상 잘 운영되고 있던 국가 통제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p53)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사진] DECLARATION OF INDEPENDENCE (출처 : https://www.history.com/topics/american-revolution/declaration-of-independence)


 <살아있는 미국 역사>는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대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미국민중사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어린 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저술한 책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다루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역사를 저술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은 정복이나 살인과 같은 끔찍한 일들을 진보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역사를 정부, 정복자, 지배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역사는 정부 또는 국가에 무슨 일이 있어났는가 하는 것이 된다. 그런 역사 속의 배우들은 왕, 대통령, 장군들이다. 그렇다면 노동자, 농부, 유색인종, 여성, 아이들은 대체 어떤 존재들이란 말인가? 그들 역시 역사를 만들고 있는데도 말이다.(p24)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살아 있는 미국 역사> 속에서는 미국의 인종, 계급, 성, 연령 문제가 종합적으로 제기된다. 아메리카 원주민문제, 아프리카 노예 문제, 유럽으로부터의 이주민 문제등을 안고 시작한 미국은 출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온 해결되지 않은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의 그물망은 흑인들을 아메리카의 노예제로 옭아매었다. 이 그물망은 굶주린 정착민들의 절망적인 위기감, 고향을 잃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무기력함, 노예무역 상인들과 담배 재배자들에게 보장된 이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과 관습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식민지 지배자들은 백인들과 흑인들이 평등하게 함께 단결하지 못하게 차단하기 위해 가난한 백인들에게 신분상의 작은 이익과 혜택을 주었던 것이다.(p40)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영국에서 건너온 법률과 사고방식은 여성들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되었다. 여성이 결혼할 경우 남편이 그녀의 주인이 되는 것이 당시의 법률이었다. 아내에 대한 권리가 남편에게 있었다. 죽이거나 평생 낫지 않을 상처를 입히지 않는 한 남편은 아내에게 체벌을 가할 수도 있었으며, 아내의 재산과 소유물 또한 남편의 소유가 되었다. 아내의 재산이 곧 남편의 재산이기도 했다.(p81)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1979년 미국에는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약을 살 수 없는 아이들이 100만 명이나 되었다. 그 아이들이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증거 자료가 없었다. 17세 이하 1,800만 명의 아이들은 치과에 가본 적도 없었다... 매리언 라이트 에덜먼(Marian Wright Edelman)은 의회에서 아동 건강 프로그램 예산을 8,800만 달러 감축함으로써 아동 보호를 위한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다.(p263)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살아있는 미국 역사>에서는 미국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문제를 해결했는가 또한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소수의 지배계급이 다수의 피지배계급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남부의 대농장주들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흑인 노예들과 가난한 백인들이 베이컨의 반란 같은 대규모 봉기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인종차별은 흑인들과 백인들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버지니아의 노예제를 연구한 역사가 에드먼드 모건은 <미국의 노예 제도, 미국의 자유>에서 인종차별이란 흑백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백인 지배자들이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장했다는 것이다.(p51)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살아있는 미국 역사>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한 신생국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억압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하는데, 하워드 진의 글을 통해 저자의 역사관을 자세히 살펴보자.


 필자는 역사가 우리로 하여금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숨겨진 단면들, 사람들이 권력층에 저항하거나 함께 단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던 순간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역사 가운데 전쟁의 장면보다 선의와 용기의 장면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미국 역사에 대한 필자의 접근 방법이다.(p25) <하워드 진 : 살아있는 미국역사> 中


 이러한 저자의 글속에서 조셉 캠벨(Joseph Cambell, 1904 ~ 1987)의 영웅(英雄)에 대한 정의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살아있는 미국 역사>를 바라볼 때, 하워드 진이 바라보는 '민중'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복종인가? 이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수수께끼이며, 영웅의 바탕되는 미덕과 역사적 행위가 풀었어야 하는 문제다... 오직 탄생(새로운 것의 탄생)만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 죽음이 승리하는 날이 오면 죽음이 다가온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일은 십자가에 달렸다가 부활하는 길뿐, 갈가리 해체되었다가 재생하는 길뿐이다.(p29)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中


 민중(people)이라는 이름의 영웅(hero)들이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끊임없이 재생되고 부활하는 과정을 미국 250여년의 역사 속에서 그려낸 책. 그 책이 <미국민중사>이고,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 역사>는  이를 위한 도입부(Intro)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다... 


PS. <살아있는 미국역사>를 읽으면서 이 음악이 계속 연상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미국 민중사>를 잘 나타내는  OST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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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18-07-11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존의 미국 역사서들이 주로 국가와 지배층을 기본 단위로 하여 역사를 바라보았다면, 《살아있는 미국역사》에서는 계층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역사의 주체라는 관점을 취했네요. 그런 시각으로 보면, 과연 미국사는 그 시작점부터 모든 개인이 자유를 위해 투쟁한 역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겨울호랑이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2 00:13   좋아요 2 | URL
비록 미국의 역사가 짧지만,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베텔게우스님의 말씀을 통해 저 역시 다른 관점에서 미국사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7-12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2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2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2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2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2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18-07-15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조만간 미국 민중사 읽어볼 생각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5 11: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독서 시간 되시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