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 그리고 유럽, 중동, 아시아 -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까지
장 졸리 지음, 이진홍 외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그림] 선사시대의 아프리카(p11)


 <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 그리고 유럽, 중동, 아시아 L'Afrique Atlas Historique et son environnement Europeen et Asiatique >는 다른 아프리카와 관련된 책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선사 시대의 아프리카 역사부터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계보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개체는 말라위와 케냐에서 발견된 호모루돌펜시스로 약 25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더 오래된 인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알려졌다. 약 4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레안트로푸스 아프리카누스가 있고 350만년 전의 케니안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서 유라시아로 이주했음을 알려준다.(p9)


 대부분의 아프리카 역사서들이 선사시대 아프리카와 식민시대이전의 아프리카를 별도로 구분짓지 않고 한데 모아 서술하는데 반해, <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에서는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였음을 시각적으로 보다 잘 보여준다. 책은 마치 중고등학교 사회과 부도를 보는 듯 풍부한 시각적 자료 제공을 통해 이전에 잘 알지 못한 아프리카 부족 역사를 제공하기에 우리는 아프리카 역사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현대 아프리카의 비극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림] 빈 회의(1815~ 1830) 시기의 아프리카(p111)


 독자들은 유럽의 여러 강대국에 의한 아프리카 침략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19세기 초반의 지도 모습에서 자연 환경에 따라 거주지가 바뀌온 여러 부족들의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지형적 특성은 북부지역의 사하라 사막과 중부의 사바나 초원, 남부의 열대 우림, 동부의 고원지대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자연 환경의 영향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은 선사 시대 이래 자유롭게 살고 있었지만,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 분할 시에는 이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림]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1818~ 1939) 시기의 아프리카(p134)


 제국주의 시대 만들어진 현대의 아프리카 국경이 아프리카 부족의 분포와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것임을 <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는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이로부터 최근까지도 발생하고 있는 부족간 내전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 아프리카 문제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각적 자료를 통한 문제 제기는 이 책이 주는 장점이라 여겨진다.


 반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은 무엇인가. <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 그리고 유럽..>으로 된 책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철저하게 유럽인의 입장에서 아프리카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이다. 저자의 이러한 관점을 제국주의 시대를 총평한 다음의 글을 통해 확인해 보자.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아프리카 식민지는 종주국에 거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심지어 포르투갈은 더 가난해지기까지 했다. 한 예로 1960년 포르투갈의 1인당 국내총생산 GDP은 앙골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p156)... 식민지 건설의 경제적 수익이 형편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1960년 기준으로, 유럽 열강은 무역량에 견주어 너무 많은 비용을 해외 영토의 인프라 건설에 쏟아 부었다.... 이렇게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 든 투자비와 농업보조금은 식민지가 본국에 가져다준 수익보다 훨씬 높았다. 아프리카 식민지 건설로 인한 적자액이 총 700억 금 본위 프랑(1913)에 달했다. 이는 마셜 플랜으로 프랑스가 받은 원조금의 세 배에 해당한다.(p157)


 저자의 유럽의 아프리카 지배를 요약하면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손해를 입었으며, 식민시대를 통해 아프리카는 무거운 세금에서 해방되었고, 교육, 의료 서비스 등에서 큰 혜택을 입었기 때문에 식민시대가 아프리카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암흑 시대는 아니었다...


 1939년 유럽인이 전체 인구의 0.4퍼센트에 불과했던 네덜란드 동인도의 경우, 국민의 세금 부담이 과거 이슬람 술탄 시대보다 낮았다. 영국령 인도의 경우에도 1941년 전체 인구 약 3억 3800만 명 중 유럽인의 수는 13만 5000명으로 0.004퍼센트에 불과했다. 무굴 제국이 주로 사치스러운 궁전을 유지하느라 부과했던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던 인도 납세자들에게, 식민 정부는 중간 과정을 없애는 방법으로 부담을 덜어주었다... 식민지 개발과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식민 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서구화한 엘리트 계층이 등장한다... 의료 부문은 가장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다. 식민 통치기 말에는 영아 사망률도 크게 준다.(p157)... 끝으로, 유럽 식민지 몇 군데에서 후기에 발생한 분쟁(케냐, 알제리, 앙골라, 모잠비크)을 제외하면, 식민 통치기간은 대체적으로 비교적 평화롭게 번영한 시대였다.(p158)


 일본에 의한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일제 시대(1910 ~ 1945)의 시대에 철도, 도로, 항만 등의 건설이 이루어졌음을 근거로 일본이 우리 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과 책의 본문의 내용은 사실당 동일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일제 시대 이루어진 근대화로 인해 행복했으며 지금 행복한가?


 <지도로 보는 아프리카 역사 그리고 유럽, 중동, 아시아>는 위와 같은 의미에서 <유럽인이 바라본 아프리카 역사 - 지도를 중심으로- > 라고 제목이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른 책에서 제공하지 않는 선사 시대부터 대항해 시대 이전의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반면, 프랑스인인 저자의 편향된 시각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이 책은 아프리카 역사 부도로만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아프리카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저술된 책을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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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5-27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지도 크기가 넘 작다는 걸 봐도 충분히 이해되는 책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8-05-27 18:49   좋아요 0 | URL
역시 북다이제스터님의 통찰력은 날카롭기만 합니다! ㅋ 한 방에 정리되네요.

2018-05-27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7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18-06-04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를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현재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내전들이 따지고 보면 19세기 서구제국주의자들이 그어놓은 컴퍼스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호랑이 2018-06-08 15:32   좋아요 1 | URL
NamGiKim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프리카의 문화와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분할이 아프리카를 내전으로 몰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피식민지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제국주의 시대의 상처때문에 지금도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고 있다 여겨집니다...

NamGiKim 2018-06-08 12:07   좋아요 1 | URL
따라서 아프리카 내전의 원흉은 서구 제국주의자들이라 볼 수 있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