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많은「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는 각 권의 구성은 비슷하지만, 많은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난폭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식 공룡입니다. 때문에 다른 공룡들은 티라노사우루스를 피하기 바쁘지만, 어린 초식공룡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자신들을 잡아먹는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들에게 티라노사우루스는 ‘덩치 큰 어른‘일 뿐이기에 티라노사우루스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 초식 공룡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티라노사우루스는 당황하지만, 이들과 어울리면서 사랑과 우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동화책으로는 드물게 죽음과 이별을 다루면서도, 등장하는 공룡들 서로가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며 이야기가 마무되기에 시리즈 전체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영원한 사랑을 말하기보다 생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순수함‘으로 사랑과 우정이 꽃피우는 것을 그려내는 이야기는 아이보다 읽어주는 부모가 더 큰 공감을 하게 됩니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지만 이야기에는 공통된 장치가 하나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치는 서로 대립되는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책에는 그러한 장치로서 ‘빨간 열매‘가 등장합니다. 이 열매는 초식 공룡들의 먹이가 되지만, 육식 공룡에게는 먹이가 되지 못하는 식량입니다. 그렇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빨간 열매를 먹음으로써 트리케라톱스나 스테고사우루스와 같이 공감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찾아가게 됩니다.
빨간 열매는 무엇일까요? 그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말해주지 않아, 저 스스로 생각을 해봅니다.
먼저 이 이야기 전체가 큰 ‘은유‘라 가정해 봅니다.
밖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른‘ 또는 ‘부모‘이고, 어린 초식 공룡이 ‘어린이‘, ‘아이‘들이라면 이들이 어울릴 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순수‘ 또는 ‘동심‘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어른과 어린이가 교감했을 때 이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시간이 흘러 어린 초식공룡이 자란 후에는 이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 속에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런지.
‘빨간 열매‘를 통해 「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 ‘부모-자식‘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모 - 자식 관계가 공룡들처럼 서로 잡아먹는 관계는 아니기에, 제 해석이 무리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상대를 위해서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 어른들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메세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멋대로 추측해 봤습니다...
아마도 틀릴 가능성이 많지만, 부모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책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고 녀석 맛있겠다」는 아이를 위해 부모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책이라 여겨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