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는 개신교의 권력화 메커니즘이 보수주의와 불가분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권력의 장치로서 개신교는 보수주의를 재생산하며, 거꾸로 개신교의 보수주의가 권력의 메커니즘으로서 개신교를 작동시킨다. 두번째는 개신교 권력의 장치는 대형교회와 불가분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형교회가 없다면 개신교는 권력의 장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며, 거꾸로 개신교의 권력화는 대형교회를 탄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또한 개신교의 권력화는 주로 지적·사회적 자원을 과점한 이들의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개신교는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의 반지성주의적 신앙을 동원해 정치화함으로써 그런 권력자원의 과점세력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의 세번째 주제는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한다.

한국 교회 신도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지만, 여성이 교회사역자가 되기는 쉽지 않아요.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목사 제도가 있는 교단도 실제로 교회 내에서 여성 신도조차 여성 목사 부임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은 어쨌든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 때문에, 여성 지도자를 여성들 스스로도 거부하는 거죠.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움직여나가는 두가지 권력구조가 있습니다. 강단권력(preaching power)과 교수권력(teaching power)이에요.

너무 쉽게 들키는 조야한 권력이 한국 개신교와 깊게 결합되어 있어서 한국 시민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포함한 전통적 권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동성애 혐오주의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교인들조차 자기 종교를 신뢰하지 못하도록 하고, 실제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편으로 의문이 드는 것은 ‘성직자중심주의가 정말로 실재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의전상으로는 분명 존재하죠. 그런데 대형교회에서 강한 권력을 장악하던 이들이 속속 은퇴하고 있고, 그 후임자들은 아직 실권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창업자들의 후광을 입고 있죠.

교회의 재정 문제는 단지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의 부당한 재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습니다. 대개는 숨어서 비자금을 조성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있는데 교회는 감사를 받지 않아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은 거예요. 교회의 재정을 담임목사와 재정장로, 그리고 특권적인 교인 몇 사람 정도만 알아요. 일반 신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장로도 교회 장부를 열람할 수 없죠.

한국의 전체 인구 가운데 개신교·가톨릭 등을 포함한 기독교인의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치나 민주주의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강력한 영향을 미쳐요. 차별금지법 문제만 해도 개신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민주국가에서는 전부 받아들여진 기본적인 인권 조항이 개신교 세력 때문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이것이 통과되면 동성애자가 많아질 거라는 둥 너무나 비논리적인 이야기들이 돌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자책] 평설자치통감 008 : 진시대 03
권중달 지음 / 도서출판 삼화 / 2018년 2월
3,800원 → 3,800원(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전자책] 자치통감사론강의 (통합본)
권중달 지음 / 도서출판 삼화 / 2015년 10월
35,000원 → 35,000원(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전자책] 자치통감전 (증보판)- 해설로 만나는 통감필법
권중달 / 도서출판 삼화 / 2019년 10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전자책] [세트] 자치통감 (증보판) (총296권)
사마광 / 도서출판 삼화 / 2021년 6월
880,000원 → 880,000원(0%할인) / 마일리지 44,000원(5% 적립)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판매중지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마광의 <자치통감> 294권을 마치며 간략하게나마 이를 정리한다. 전국시대부터 5대 10국까지의 1300여년 시기동안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끊임없이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온 중국의 역사에는 일관되는 사람의 움직임이 있었으며, 이를 바라보는 수많은 평론가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사가가 처한 현실이 과거와 같지 않기에 다른 인과의 끈으로 구슬을 엮고, 목걸이를 만든다는 교훈. 


 역사를 과거에 대한 현재의 재해석으로 바라보고,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E.H. 카의 저서 속에서 이미 확인한 사실이지만, 이번 <자치통감>을 읽으며 우리가 만나는 과거가 하나의 과거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독자가 살아가는 현대사가 아닌 다음에야 저자의 사관(史觀)이 과거와 현재 사이의 통역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양자는 한비자를 군자로 보고 있어서 그가 뜻을 가지고 있으면 되었지 받아들여지고 아니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사마광은 한(韓)나라 사람으로 진(秦)을 위해 정책을 제시한 점을 몹시 나쁘게 보고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한비자와 몽념에 대한 평가에서 사마광은 한비자는 충성심이 없다고 비판하고, 몽념은 의롭다고 칭찬한데 대해 양자는 한비자는 능력있는 사람이고, 몽념은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평론하여 각기 보는 시각이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마광이 역사를 보는 시각은 도덕적 시각, 특히 유가적(儒家的)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_ 권중달, <자치통감전> , p375/957


 <자치통감>의 저술은 사마광이 역사를 좋아했다는 사실 말고도 정치적 목표와 황제를 교육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p407)... 사마광이 <자치통감>을 편찬하려는 이유는 철저하게 '제왕을 위한 책'을 만들려는 것이다. 제왕은 시간이 없어 긴 책을 읽을 수가 없으니 제왕이 왕도정치(王道政治)를 하는데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여 싣겠다는 것이다. _ 권중달, <자치통감전> , p410/957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과 그 선택을 이끌어준 잠정적인 해석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 선택 및 정돈 그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한 그리고 아마도 얼마간 의식되지 못하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역시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며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a contin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p50)



 여기에 더해 독자가 처한 현실 역시 유동적이기에 '역사적 현실 - 해석된 과거 - 읽는 현재'라는 3개의 역사축(軸)은 끊임없이 회전하며 또하나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자치통감> 마지막 글을 읽으며, 어제 대통령 인수위의 소상공인 손실보상 공약 파기 뉴스가 떠오른다. 이와함께, 파기된 손실보상을 조금 일찍 시작했다면, 우리는 지금의 혼란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함께 느낀다...


 회남에 기근이 들어서 황상이 쌀을 그들에게 대여하라고 명령하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백성들은 가난하여 아마도 갚을 수 없을까 걱적입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백성은 나의 자식인데 어찌 아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아버지가 그들을 위하여 풀어주지 않겠는가? 어찌 그들에게 반드시 갚으라고 책임 지우려는데 있겠는가? _ 사마광, <자치통감 294>, 中

 관련기사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40849.html


PS. 역사서를 거치지 않고 현실의 역사를 체감하는 상황이 우리가 진실을 접한다는 사실을 보장할 수 있을까. 사실의 왜곡과 편향된 사실의 조명 그리고 이를 천명(天命)으로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기제들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깝다'가 '진실과 맞닿아 있다'와는 다름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4-29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 작업을 끝내신건가요^^ PS에 덧붙인 글까지 정말 공감하는 글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이전 글까지 짬짬이 읽어볼 참이네요~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4-29 09: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일단 읽긴 했는데, 읽고 나니 큰 줄기와 부족함만 남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한 기전체 역사서를 다시 들여다 보며 조금은 그 줄기에 살을 붙여볼까 싶습니다. 거리의화가님 좋은 하루 되세요! ^^:)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도덕, 정치를 말하다- 보수와 진보의 뿌리는 무엇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손대오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이기는 프레임-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6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조지 레이코프 &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8년 3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프레임 전쟁-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0원(1%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2년 04월 29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수는 집단]과 [기관은 사람]이라는 이 두 개념적 은유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많은 경우 법으로도 인정받았다. 로마법은 특정한 상업 기관과 종교 기관들을 목표, 자원, 기능, 책임, 특권 등 인간적 속성을 갖는 기관으로 인정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기관에 은유적으로 이런 인간적 속성을 부여한다. _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p219/446


 기업(企業)은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격(人格)을 부여받고 회사법에 따라 법인(法人)으로 등록되고, 세금 납부 등 경제활동을 한다. 세금을 내지만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는 정치적인 인격은 부여받지 못한 법인은 투표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이렇게 본다면, 불공평하게 보이지만, 이들은 '후원'이라는 행사를 통해 선거에 자신의 이익을 '공약(公約)'으로 보장받고, 정치인을 키울 수 있으며, 여론을 형성할 막대한 힘을 갖는다. 우리의 '소신투표'가 잘 짜여진 프레임의 '추천권'에 의해 결정되는 의도적인 결과로 흐르는 것이 일상화된 오늘날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 1971 ~ ) 의 트위터 인수가 단순한 기업 인수로 보여지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한때,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경제/경영 정보를 제공하던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어느 순간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삼성 경영 승계 도구로 전락했던 것처럼, 머스크 인수 후 비상장 전환 예정인 트위터가 극우들의 놀이터나 암호화폐 교환소로 전락하지 않길 바라게 된다...


 관련기사 :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1116348



 비록 기업이 여론조사나 투표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그 주주들이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기업은 '사람'으로서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은유, 즉 [발언은 돈(Speech as Money)]이 선거에 관여하기에 이르렀다. 후보자(진짜 사람)가 아니라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지지하면서 말이다. 이는 '시민연합'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었다(p226).... 기업은 광범위한 측면에서 우리를 지배하며, 우리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_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p233/44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2-06-09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6-09 05:38   좋아요 0 | URL
종이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