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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푸스 4 : 요세푸스 자서전과 아피온 반박문
요세푸스 지음, 김지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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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푸스 3 : 유대 전쟁사- 예루살렘 함락사
요세푸스 지음, 김지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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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푸스 2 : 유대 고대사- 고레스 원년부터 로마 총독 플로루스까지
요세푸스 지음, 김지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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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푸스 1 : 유대 고대사- 창세기부터 고레스 원년까지
요세푸스 지음, 김지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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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54. 나라는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루살렘에 시카리파라는 새로운 강도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한 대낮에 도시 한가운데에서 살인을 일삼는 자들이었다. 255. 특히 그들은 축제일에 무리 가운데 섞여 있다가 옷 속에 숨겨둔 칼로 상대방을 찔러 살해했다. 적이 쓰러지면 살인자들은 군중 사이로 숨어들어가 무리의 일부인 것처럼 행세했다. 이런 뻔뻔한 행위가 도처에서 자행되었다.(p228)... 2.408. 이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던 유대인들이 함께 모여 마사다라고 불리는 요새로 쳐들어갔다. 그들은 이곳을 급습하여 차지하고 로마 경비병들을 죽였으며 그곳에 자기편 소속의 군인들을 배치했다... 409. 대제사장 아나니아의 아들로 당시 제사를 주관하던 자들을 감독하던 용감한 젊은이 엘르아살은 이방인으로부터 어떠한 예물이나 희생제물도 받지 말라고 명령했다. 로마와의 전쟁 시작의 원인은 바로 이것이었다._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1>, p258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 AD 37 ~ AD 100 ?)의 <유대 전쟁사 The Wars of the Jews>는  AD 70년 경에 있었던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Antiochus IV, BC 215 ~ BC 164)의 예루살렘 침공부터 마사다(Massada)에서의 최후의 저항까지의 역사를 다룬 역사책이다. 처음에는 유대 저항군의 입장에서 서 있다가 이후 베스파시아누스(Titus Flavius Vespasianus, AD 9 ~ AD 79) 장군(후에 황제)에게 투항한 이후 로마군의 입장에서 예루살렘 함락까지를 지켜보게 요세푸스. 그는 유대 전쟁의 시작을 대제사장 아나니아의 아들 엘르아살의 마사다(Massada) 요새 점령으로부터 잡는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유대 전쟁의 마지막도 바로 이 요새에서 장식하게 된다. 최초이자 최후의 항쟁지 마사다 요새. 그곳은 어떤 곳인가.


 1.252. 플라비우스 실바가 유대지역의 통치권을 물려받았다. 그는 모든 유대지역이 로마에 정복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요새가 아직도 반역을 도모하고 있음을 알고, 흩어져 배치되어 있던 병력을 모두 집결시켜 이 요새를 치러 갔다. 이 마지막 요새는 바로 마사다였다. _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2>, p283

  

[사진] Massada(출처 : https://www.secrettelaviv.com/best/activities/massada)

 

 마사다 요새는 이스라엘의 초급 장교들이 임관 직전에 반드시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로마군의 공격으로 예루살렘(Jerusalem) 함락 후 최후의 저항을 한 곳으로 알려진 마사다 요새. 생존자 없이 전원 자결하여 비장함을 풍기는 이곳에서 이스라엘 청년 장교들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들었다. 이를 장교 임관 전 남한산성(南漢山城)에 올라 삼전도(三田渡)의 굴욕을 되새기는 프로그램 중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마사다 요새와 같은 의미를 남한산성이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보다는 한강대교에 가서 한국전쟁 당시 수뇌부의 수많은 피난민과 군인들이 건너고 있는 한강다리를 끊고 도망갔었던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편이 보다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우리에게도 '마사다'는 비장한 장소로 여겨지지만, 당시의 상황을 지켜본 역사가 요세푸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았나 보다. 그의 눈에 마사다에 모인 이들은 광신도(狂信徒, zealot)에 불과하다.


 253. 마사다 요새를 지키던 시카리파 수장 엘르아살은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유다의 후손으로, 이 유다는 퀴리니우스가 유대 총독으로 부임했을 때 실시한 인구조사를 거부하라고 많은 유대인을 선동한 자였다. 254. 시카리파 유대인들은 로마에 항복한 자들을 적으로 간주하여 그들의 재산을 강탕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 255. 그들은 유대인들이 그토록 간절히 자유를 지키려고 투쟁해온 노력을 불명예스럽게 포기한 채 로마인의 속박 아래로 스스로 몸을 내던진 자는 이방인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256. 왜냐하면 시카리파는 이들과 더불어 반란에 가담하여 로마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동족 유대인들에게 가장 지독한 일을 행했기 때문이다. 258. 더욱이 시카리인들은 자신들의 위선을 드러나자 그들의 악행에 대해 정당한 비난을 퍼붓는 동족들을 더 가혹하게 다루었다... 260. 개인적이든 혹은 사회적이든 간에 모든 사람이 마치 전염병에 걸린듯이 범죄에 물들여 있었다... 262. 가장 일선에서 동족에게 불법과 만행을 저지른 자들은 바로 시카리인들이었다. _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2>, p283


 처음에는 사두가이파에서 바리사이파로 개종하고, 다시 로마군에게 투항한 요세푸스. 동족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요세푸스는 변절자겠지만, 유대 전쟁 전체를 떨어져서 바라본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그에게 메시아(Messiah)의 재림을 기대하며 전쟁을 주장한 시카리파와 젤롯당들은 예루살렘 파괴의 원인제공자에 지나지 않는다.


 268. 이들은 유대 사회의 모든 질서를 남김없이 파괴하고 온통 무법천지로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이른바 젤롯당으로 불리는 족속이 활개를 치게 되었다. 이들은 젤롯이라는 이름대로 행위에 열심을 다하는 자들이었다... 270. 그들은 선한 일에 열심을 다한다는 뜻에서 스스로를 열심당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열심'이라는 말의 뜻을 야만스러운 성품으로 간주했던지, 혹은 가장 흉악한 범죄를 선한 일이라고 여겼던지, 사실상 그들은 그 이름을 조롱거리로 삼을 만한 행위를 일삼았다._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2>, p285


 광신도의 열정이 부른 마사다의 비극.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의 마지막 주제다. 이 사건 이후 유대 민족은 자신들의 나라를 가지기까지 2,000여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렇지만, 더 큰 비극은 역사가 반복된다는 사실이 아닐까. 광신도들의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폐해는 어제 오늘날의 문제는 아니지만, 2020년 광화문 집회 이후 이 문제는 더욱 아프게 다가오고, 우리의 삶이 비극(悲劇)으로 가는 듯 하다.

 

훌륭한 플롯은 단일한 결말을 가져야지, 일부 사람들이 말하듯 이중의 결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주인공의 운명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고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비행 때문이 아니고 중대한 하마르티아(hamartia 과실) 때문이어야 한다. _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3장 11 ~ 15, p385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5 ~ BC 323)의 <시학 peri Poietikes>에서는 훌륭한 비극의 플롯을 '중대한 과실에서 오는 행복에서 불행으로의  전환'을으로 언급한다. 연일 쏟아지는 확진자 안내 문자를 보면서 얼마전까지 'K방역'의 성공이 또다른 시카리파에 의해 훼손받고 있음을 절감한다. 비록, 지금은 우리의 현실이 비극의 플롯요소를 잘 갖추고 있지만, 아직 극(劇)은 끝나지 않았기에 조용히 집에서 주말을 보낸다. 누가 또 알겠는가. 헨리크 입센(Henrik Johan Ibsen, 1828 ~ 1906)의 <인형의 집 Et Dukkehjem >에서처럼 일반 대중들이 강력히 희망하면 작품의 결말이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뀔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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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2020-08-30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글 잘읽고 갑니다...저도 꼭 사봐야겠네요...^^

겨울호랑이 2020-08-30 14: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하마님 즐거운 독서, 건강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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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유라시아 견문> 시리즈를 덮으며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나누며 이번 페이퍼에서는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처음 <유라시아 견문>을 읽으면서, 책의 구성이 낯설게 다가왔다. 보통 여행기의 경우, 저자의 여행 경로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에 따라 공간이 묶이는 구성이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 별로 구분해서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중해' 등으로 묶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권마다 '동 東 - 서 西'의 도시들이 서술되는 기준일까에 관심이 미친다. 그러다가, <유라시아 견문 2>의 도시들을 훑으며, 이들이 해안 도시라는 공통점을 찾게 되었고 대체적으로 '바다의 길'에 해당하는 경로임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유라시아 견문 1>에서는 중국이, <유라시아 견문 3>에서는 러시아, 몽골이 배치된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각 권은 '비단길', '바닷길', '초원의 길'에 대응하고, 이를 의식한 편집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견문록이면서도 문명사(文明史)의 관점에서 현대를 조망한 책이라 할 것이다. 때문에, 관련있는 책들을 고르자면, 정말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먼저 떠오르는 것들을 올려본다.

 











 먼저,  정수일 박사의 <실크로드 도록>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해당 경로의 도시와 과거 역사, 유물을 소개한 도록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를 깨닫게 된다. 추가적으로 실크로드 사전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여기에 저자의 여행기도 있지만, 아직 읽지 않아 리스트에 포함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세계 4대 여행기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방기행>,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들이 곁들여 진다면, <유라시아 견문>에서 소개된 국가, 도시의 옛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들은 <유라시아 견문>을 시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고전들이다.















  다소 아쉬움에 느껴진다면 여기에 더해 라시드 앗 딘의 <집사>까지 읽으면 어떨까. 이를 통해 낯선 중앙아시아 몽골 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서진>과, <신장의 역사>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인도와 관련해서는  문학작품이지만 <마하바라따>를 추천한다. 물론 양이 방대하지만,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중국 문화에 대해 '대륙은 스케일이 다르다'고 하지만, <마하바라따>는 양(量)이 아닌 차원(次元)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유라시아 견문3>에서 서양 사상이 공자의 영향을 짙게 받았음을 말하면서,문명교류의 재개를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황태연 교수의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분량도 제법 되니 쌓아놓고만 있어도 마음이 채워지는 책들이다. 만약, 양이 부담스럽다면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를 읽어도 대강의 내용을 잡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최근 저자는 서구 계몽주의의 영향을 국가별로 나눈 책들도 냈지만, 아직 읽지 않아서 지금은 이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 기회가 되면 후에 다루도록 하고 일단은 넘기자.


 또한, 저자는 문명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곳에서 주장한다. 이는 문명의 성격이 지역적이고 고립적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와 생성에서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느다. 이런 역사관의 측면에서 아놀드 토인비의 책들과 듀런트의 책들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양 고대 철학에서 '변화'를 강조한 헤라클레이토스와 '정지'를 강조한 파르메니데스의 관점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물론, <유라시아 견문>에는 실크로드의 경로를 담고 있는 국가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간략하게나마 담고 있기에 이들에 해당하는 책들을 넣는다면 분명 더 많은 책들을 담을 수 있겠지만, 개략적으로 읽거나 알고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이 정도면 한 1년 동안은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해당되는 책들의 리뷰는 정리가 되는 책들부터 차례로 올리기로 하고 <유라시아 견문>시리즈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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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rkan 2021-02-21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와 소개입니다!

겨울호랑이 2021-02-21 17:32   좋아요 0 | URL
ddarkan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유라시아 견문 2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유라시아 견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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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와 시류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서세동점의 말기이다. 서구적 근대의 말세이며, 미국적 세계화의 끝물이다. 그러나 탈근대도 아니요, 반세계화도 아니다. 구미적 근대에서 지구적 근대로 이행하고 있다. 미국적 세계화에서 세계적 세계화로 진입하고 있다. 지구적 근대화와 세계적 세계화의 최전선에 유라시아가 자리한다. 구 舊 제국들은 귀환하고, 옛 문명들은 복원된다. 동서고금이 사통팔달 회통한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338

<유라시아 견문> 시리즈 전체 주제를 요약한다면, 아마도 위 문단으로 정리될 것이다. <유라시아 견문 2>에서는 미얀마의 양곤부터 그리스의 아테네까지 여정을 다루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서남아시아, 동부 유럽에 이르는 이 여정에서 저자는 제국주의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의 모습을 제시한다.

아웅산과 수치 사이에 네읜 Ne Win(1911 ~ 2002)이 있었다. 아버지의 옛 동료이자, 딸의 정적이었다. 그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접수한 것이 1962년이다. 1988년까지 장장 26년을 집권했다. 유별난 일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박정희가 등장한 것이 1961년이다.(p30)... ‘아웅산 수치‘라는 이름, 혈통이야말로 최대의 정치 자산이었다.(p59)... 다시 출발하는 미얀마 또한 ‘다른 백 년‘의 든든한 동반자이기를 바란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따져봐도 그녀의 삶과 사상은 영국산이다. 새 시대를 여는 맏딸이기보다는 구시대의 막내이지 십상이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67

제국주의 시대를 마치고 독립을 쟁취했지만, 지배계급은 새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이 아니라, 지난 세대를 마무리하는 이들이었다. 미얀마의 수치 가문, 인도의 간디 - 네루 가문 모두 제국주의 모국에서 교육받은 최후의 지배세력이었고, 최근까지도 제국주의 지배의 연장선상에서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다. 저자는 유라시아 견문을 통해 세력 교체라는 변화의 움직임을 발견했다. 2016년 당시는 우리에게도 역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였기에, 유라시아 대륙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지적한 저자의 혜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독립인도의 주역은 단연 네루였다. 펀자브주의 브라만 출신인 그의 사회주의 또한 영국의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계승한 것이었다. 네루 본인도 말년에 스스로를 ‘인도를 다스린 마지막 영국인‘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p99)... 영국 독립 이후 인도에서 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식민지 제도를 크게 변경치 않고 계승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급진적 개혁 또한 실행하지 않았다. 국민회의의 주요 구성원들이 식민지 시대부터 대두한 중앙의 중간층 또는 지방의 농총 지주 및 부농층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에는 의회제 민주주의가 안성맞춤이었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102

이와 함께, 저자는 우리가 유라시아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한다. 우리가 동남아시아와 무슬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서구에 의해 번역되고, 왜곡된 사실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기억의 왜곡이 과거 역사에만 한정되지 미디어에 의해 진행중에 있기에, 현실과 인식의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도 함께 알려준다.

1988년부터 카슈미르의 무장투쟁도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인도는 총력전으로 응징했다. 1989년 한 해에만 8만 명이 학살되었다. 700만 카슈미르 인구의 1 퍼센트가 죽은 것이다. 같은 해 텐안먼 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폭압이었다. 실제로 북쪽으로 이웃한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견주어도 억압의 강도가 훨씬 높고 가혹하다. 국가폭력도 만연하다. 무슬림에 대한 고문과 강간이 숱하게 자행된다. 그럼에도 잘 부각되지 않는다. 프레임 탓이다. ‘민주주의 인도‘와 ‘이슬람 파키스탄‘ 구도로 접근한다. 카슈미르에 내재하지 못하고 대분할체제의 균열을 투영하는 것이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232

여론조사의 신빙성 또한 갈수록 의심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미국의 대선 결과도 주류 언론의 여론조사는 줄곧 잘못된 정보를 발신해왔습니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573

대표적인 왜곡된 인식 사례로 저자는 무슬림의 ‘히잡‘ 문화를 든다. 흔히 여성 억압의 도구로 알고 있는 히잡이지만, 무슬림들에게 히잡은 여성들의 적극적 투쟁 문화의 소산임을 저자는 밝힌다. ‘자신의 몸을 보여주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외부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무슬림 문화를 우리는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비판하는 저자의 지적이 자못 날카롭게 느껴진다.

무슬림 문화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 켜켜이 쌓여 있다. 히잡도 그 가운데 하나다. 흔히 여성 억압의 상징처럼 간주된다. 그러나 사정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20세기 내내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썼던 것이 아니다. 이란과 터키 같은 개발독재형 우파 국가에서도, 수카르노의 인도네시아나 나세르의 이집트 같은 좌파 독재국가에서도 히잡 착용은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국가가 국책으로 히잡을 벗겨냈던 것이다. 그 독재권력에 맞서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열혈 여성들로부터 히잡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억압은 커녕 저항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의상을 통한 인정투쟁은 민주주의가 착근하면서 남성 지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갈수록 남성들도 전통적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다._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p559

<유라시아 견문 2>에서 저자는 궁극적으로 유라시아가 새로운 시대의 무대가 될 것임을 말하면서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한다. 유라시아 각국들이 과거 암울한 제국주의 시대의 굴레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거나, 힘겹게 빠져 나왔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부터 먼저 이웃을 바르게 보자는 저자의 울림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PS. 이제서야 겨우 눈치챘지만, 지금 저자의 <유라시아 견문> 3권은 그냥 씌여진 것이 아니다. 각각 ‘비단길‘(1권) , ‘바닷길‘(2권), ‘초원의 길(3권)‘에 대응하는 것임을 책을 다 읽은 후에야 간신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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