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라시아 견문> 시리즈를 덮으며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나누며 이번 페이퍼에서는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처음 <유라시아 견문>을 읽으면서, 책의 구성이 낯설게 다가왔다. 보통 여행기의 경우, 저자의 여행 경로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에 따라 공간이 묶이는 구성이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 별로 구분해서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중해' 등으로 묶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권마다 '동 東 - 서 西'의 도시들이 서술되는 기준일까에 관심이 미친다. 그러다가, <유라시아 견문 2>의 도시들을 훑으며, 이들이 해안 도시라는 공통점을 찾게 되었고 대체적으로 '바다의 길'에 해당하는 경로임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유라시아 견문 1>에서는 중국이, <유라시아 견문 3>에서는 러시아, 몽골이 배치된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각 권은 '비단길', '바닷길', '초원의 길'에 대응하고, 이를 의식한 편집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견문록이면서도 문명사(文明史)의 관점에서 현대를 조망한 책이라 할 것이다. 때문에, 관련있는 책들을 고르자면, 정말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먼저 떠오르는 것들을 올려본다.
먼저, 정수일 박사의 <실크로드 도록>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해당 경로의 도시와 과거 역사, 유물을 소개한 도록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를 깨닫게 된다. 추가적으로 실크로드 사전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여기에 저자의 여행기도 있지만, 아직 읽지 않아 리스트에 포함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세계 4대 여행기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방기행>,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들이 곁들여 진다면, <유라시아 견문>에서 소개된 국가, 도시의 옛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들은 <유라시아 견문>을 시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고전들이다.
다소 아쉬움에 느껴진다면 여기에 더해 라시드 앗 딘의 <집사>까지 읽으면 어떨까. 이를 통해 낯선 중앙아시아 몽골 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서진>과, <신장의 역사>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인도와 관련해서는 문학작품이지만 <마하바라따>를 추천한다. 물론 양이 방대하지만,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중국 문화에 대해 '대륙은 스케일이 다르다'고 하지만, <마하바라따>는 양(量)이 아닌 차원(次元)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유라시아 견문3>에서 서양 사상이 공자의 영향을 짙게 받았음을 말하면서,문명교류의 재개를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황태연 교수의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분량도 제법 되니 쌓아놓고만 있어도 마음이 채워지는 책들이다. 만약, 양이 부담스럽다면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를 읽어도 대강의 내용을 잡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최근 저자는 서구 계몽주의의 영향을 국가별로 나눈 책들도 냈지만, 아직 읽지 않아서 지금은 이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 기회가 되면 후에 다루도록 하고 일단은 넘기자.
또한, 저자는 문명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곳에서 주장한다. 이는 문명의 성격이 지역적이고 고립적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와 생성에서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느다. 이런 역사관의 측면에서 아놀드 토인비의 책들과 듀런트의 책들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양 고대 철학에서 '변화'를 강조한 헤라클레이토스와 '정지'를 강조한 파르메니데스의 관점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물론, <유라시아 견문>에는 실크로드의 경로를 담고 있는 국가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간략하게나마 담고 있기에 이들에 해당하는 책들을 넣는다면 분명 더 많은 책들을 담을 수 있겠지만, 개략적으로 읽거나 알고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이 정도면 한 1년 동안은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해당되는 책들의 리뷰는 정리가 되는 책들부터 차례로 올리기로 하고 <유라시아 견문>시리즈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