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리랑 4 (개정판) 아리랑 (개정판) 4
조정래 지음 / 해냄출판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지조사사업은 크게 네 가지 목적을 가지고 수행되고 있었다. 첫째, 조선의 전 국토를 대상으로 총독부 소유의 땅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모든 종류의 토지 소유자들을 명백히 하여 세금을 철저하게 징수하자는 것이었다. 셋째, 조선땅 전체를 샅샅이 측량하여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넷째, 양반계층의 재산을 보호해 줌으로써 식민성 지주로 예속시키는 동시에 친일세력을 대량으로 생산해내자는 것이었다._조정래, <아리랑 3>, p35/243

<아리랑 4> 에서는 토지조사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많은 농민들이 토지를 빼앗기는 비극이 그려진다. 명목상으로는 신고 기간 내에 신고를 하면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것이 총독부의 설명이었지만, 관공서 공무원들과 ‘지주총대‘라는 중간관리인들의 농간으로 제때 신고서가 배부되지 않았고, 배부받은 이들도 글을 잘 알지 못해 작성하지 못해 결국 많은 토지가 총독부에게 넘어가고 만다. 작가는 <아리랑 4>에서 이러한 비극의 원인을 백성들의 게으름이 아닌 양반들의 횡포와 기득권에서 찾는다.

백성들이 무식한 것은 그들이 글배우기를 싫어했거나 아둔을 타고나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글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었다. 상것들은 절대 글을 읽힐 수 없는 것이 수백 년에 걸친 규범이었다. 그건 양반층이 자행한 횡포고 억압이었다. 양반층은 권력을 독점한 상태에서 일제의 세금만 안 낸 것이 아니었다. 그 권세를 세세만년 누리기 위해서 백성들을 뭇믹한 바보로 만들어 마음대로 부려왔던 것이다._조정래, <아리랑 3>, p6/243

결국 양반층은 송수익의 말대로 위로는 왕족을 업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짓밟아가며 권세와 부의 감미만 빠는 그릇된 부류들인지도 몰랐다. 사실 그들이 올바르게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면 백성들을 모두 강압적으로 우민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고, 반란을 두려워해 사람을 그렇게도 잔인하게 병신을 만들 까닭도 없는 것이었다._조정래, <아리랑 3>, p40/243

이러한 상황을 정리하면, 일제 하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진 일차적인 원인은 총독부의 간교한 정책에 있겠지만, 이러한 정책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조선 시대 지배층인 양반들의 폭정에도 원인이 있었던 셈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공정‘과 ‘정의‘가 여전히 이슈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는 우리 사회의 영원한 과제는 아닌가 싶다.

또한, 전쟁, 가뭄, 홍수, 전염병에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 사회 법칙인 듯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격변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처럼, 일제 하에서도 정치, 종교의 실력자들은 혼란을 틈타 자신의 세력을 유지/강화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작품 안에서 확인하게 된다.

사찰령은 승려들의 행동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는 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법은 뒤로 절 재산을 확대시켜 주고 승려들이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혜택을 감추고 있었디. 총독부는 조산의 불교를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으로 통합시키는 동시에 전국의 큰 절을 지역별로 선정하여 30개 본사(本寺)로 정하고, 작은 절들을 그 휘하에 속하게 했다. 그런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갖추게 한 것은 바로 조선에서 가장 큰 교세를 가지고 있는 불교를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그건 지배세력인 양반계층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회유하고 유인해 가며 자기네들 편을 만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수법이었다._조정래, <아리랑 3>, p70/243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친일(親日)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양반들과 불교계. 1910년 전후로는 불교계로부터 친일의 모습이 나타나지만, 결국 1940년대 등록된 모든 종교에서 신사참배(神社參拜)를 받아들였던 것을 떠올려 보면, ‘속(俗)에 종속된 성(聖)‘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근대(近代)가 아닌 중세(中世)가 열린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찰의) 혜택은 바로 토지조사사업에서 나타났다. 양반지주들이 우선적으로 보호를 받은 것처럼 모든 절들의 사답도 보호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뿐이 아니었다. 총독부가 강탈한 역둔토까지 암암리에 배당받게 되어 절들은 오히려 재산이 불어나고 있었다. 총독부는 농토를 미끼로 불교계를 장악해 나가고 있었고, 중들은 배가 불러가는 대신에 왜놈들을 위해 목탁을 치는 친일배들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_조정래, <아리랑 3>, p187/2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드와이드웹은 국제문화의 공통 요소들을 강화했지만, 생산자 수가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에, 미래의 문화생산물들은 과거의 문화생산물들보다 일관성이 훨씬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더 파편화되고 더 다양해질 것이다. 자유가 커지고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각각의 집단은 앞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것에 집중하고 실험은 덜 할지도 모른다. 지구촌이 여러 지역으로 분할될 수도 있는 것이다.
- P3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시장과 (문화 엘리트들이 장악하고 있는) 문화정치는 서로 부딪치면서도 공생하는 관계라는 것이 드러났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문화시장의 과제는 시장에 나타나는 모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 욕구는 대체로 과거의 소비, 경제적 능력, 교육, 이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 접근성, 사회적 계층화 같은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수가 말하였다. "대저 혼란스러움을 구원하고 폭력을 제거하는 것을 의병(義兵)이라 이르며, 무리가 많은 것을 믿고 힘 센 것에 의지하는 것을 교병(驕兵)이라 말합니다. 의로운 자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으며 교만한 자는 먼저 망합니다.(10/59) - P10

대저 패왕(覇王)의 뜻을 가진 자는 진실로 장차 사사로운 원한을 풀어버려서 은덕으로 사해를 밝히게 될 것이니 이것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세 번째입니다. 바라건대 장군은 의심하지 마십시오!(10/59) - P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14번째 주제는 보수, 보수주의다. 개념사 사전을 통해 흔하게 인식되어온 보수의 이미지 - 안정, 온건, 조화 - 대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혁명‘에 대한 ‘반혁명‘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한다. 급진적인 반동으로서의 보수주의.

선뜻 낯선 개념들의 조합으로 생각되지만, 주식투자 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만약, 첫 해에 -50%수익을 거뒀다면, 두번 째 해에는 원금을 찾기 위해서는 50%가 아닌 100%수익을 거둬야한다. 그런 면에서 1848년 혁명을 경험한 독일 기득권들의 보수주의가 더 큰 반동으로 움직였던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또한, 오늘날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운동 중에 극단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도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수주의란 개인 혹은 집단으로 드러나는 의식적인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 일반화시켜 표현하자면 - 자신들의 소유나 삶과 관련된 일반적 국면들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관계들의 변화를 통해 위협받고 있다고 보았으며, 역사적 지속성의 유지, 법의 엄수, 문화의 지속 등을 곧 이런 위기에 대한 방어와 동일시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수주의적 사고와 행태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사회적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반동적 목표를 설정할 때 전적으로 급진적 노선을 취할 수 있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