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
한상진 외 지음 / 뉴스타파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필요한 개혁이라도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실패하거나 후퇴할 수 있다. 이를 '친검(親檢)언론'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게, 여권과 그 지지층이 윤석열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일리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연과 필연이 겹친 면이 있지만, 저쪽을 칠 때는 잔뜩 힘을 실어주다가 이쪽을 치니 기를 쓰고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도 무시할 수 없다. 적어도 중도층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저쪽을 치면 선이고 이쪽을 치면 악'이라는 건 진영주의 논리다. _ 한상진 외, <윤석열과 검찰개혁>, p9


 2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윤석열 청문회가 열렸던 그 때 한 보도가 있었다. .지금의 지지자들이 반대자들이었고, 반대자들이 지지자들이었던 시기에 터진 뉴스타파의 '윤우진 뇌물 사건'의 녹취파일 보도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지지자들에게 뭇매를, 비판자들에게는 호재가 된 그 보도를 통해 뉴스타파는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와 함께 '변절한 진보 매체'로 낙인찍혀 구독자들이 이탈하는 몸살을 앓았다. 뉴스타파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자는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는데 성공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 검찰총장은 반대 당에 입당해 유력한 대선 후보로 현 정권을 비판하는 상황에 있다. 그의 의혹을 감추려 했던 이들은 이제는 드러내려 애쓰고, 비판하던 이들은 지지하는 상황. 사실, 그와 그를 둘러싼 의혹들은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다. 의혹의 상당 부분이 검찰총장 이전에 제기된 부분임을 생각해 본다면, 현 정권 역시 윤석열의 성장에 기여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윤석열이 이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적폐수사를 명분 삼아 조직과 인력을 한껏 키웠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검찰개혁 방향과 어긋났다. 아니, 어긋난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였지만, 여권에서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권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이 총장으로 지명될 때 청와대 인사 검증 관계자들은 손을 놓았다. _ 한상진 외, <윤석열과 검찰개혁>, p47 


 상황에 따라 선(善)과 악(惡)이 달리 말해지는 현실 속에서 일반 국민들은 지금의 일을 보면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관성을 결여한 언론보도와 여론 속에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피로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도 하다. 그런 면에서 시종일관 '윤석열 까기(?)'를 하는 뉴스타파의 보도는 타당성은 차지하더라도, 일관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신뢰할만 하다. 


 개인적으로 '윤우진 뇌물 사건'이후 뉴스타파 후원을 해왔던 차에 리뷰를 부탁받았다.  검사 윤석열과 이른바 '조국 사태', '윤우진 뇌물사건', '처가 의혹' 등 문제를 제기하는 <윤석열과 검찰개혁>을 읽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검찰총장으로서 그가 행한 일에 대한 평가로 그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이들. 비록 그에 대한 지지는 다를지라도 대선후보 윤석열은 제기된 의혹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대선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기능할 것이라 여겨진다...


 윤석열의 거침없는 행보는 전통적 검찰관에 비추면, 정치권력에 맞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려 한 소신과 기개로 볼 수 있다. 관점에 따라 정의롭고 멋있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가 내세운 정의가 보편적 정의가 아닌 선택적 적의이고, 그가 강조한 '권력 수사'가 비례와 균형을 현저히 잃은 수사라면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_ 한상진 외, <윤석열과 검찰개혁>, p26


ps. 생각해보면, 현 정부에서 윤석열의 중앙지검 특수부를 '검찰개혁' 방향과 반대로 과도하게 키웠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에 적극 항거하면서 '검찰개혁'에 의도치 않게 공헌했다. (-) * (-) = (+)가 된 듯한 이러한 상황을 아이러니로 봐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윤석열)는 좋게 얘기하면, ‘범죄가 지나가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 천생 검사다. 비판적으로 평하자면, 모든 사회현상을 수사로 단죄할 수 있다고 믿는 수사만능주의자다. 나쁘게 말하면, 검찰의 이익과 명예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철저한 조직이기주의자다. 정의의 기준도 검찰이요, 공정의 기준도 검찰이라고 믿는 완고한 검찰지상주의자다. 측근 검사와 처가 비리 의혹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보면 ‘내로남불‘의 대가다. 공적으로는 정의롭지만, 사적으로는 그다지 공정하지 않은 이 땅의 수많은 검사 중 한 사람이다. 하긴 검사만 그러겠는가?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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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맹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부씨가 백만의 군사를 가지고 회남(淮南, 안휘성 수현)에서 패한 것은 바로 무리가 많음을 믿고 적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며, 천도(天道)를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p45/113) - P45

왕공(王恭)이 들어가서 산릉(山陵)으로 갔는데 매번 정색을 하며 직언을 하여 사마도자가 그를 대단히 꺼렸다. 왕공이 조회를 마친 후 탄식하며 말하였다.
"서까래와 기둥은 비록 새 것이지만, 바로 서리(黍離)의 탄식이 있겠구나!"(p59/113)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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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매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아무렇게나 하지 않고 규칙성을 띠기 때문에 생명 탄생의 이전 단계에서 중요하다. 촉매와 그들의 촉진 반응에 의해 더욱 많은 종류의 화합물들이 점차 생겨났다... "하이퍼사이클 hypercycle"이라는 강력한 촉매 작용을 통해 분자들은 화학적 보전 chemical survival을 위한 투쟁에서 서로 서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조직할 수 있는 있는 화합물들이 서로 보완 작용하여 마치 생명체 같은, 궁극적으로 복제 가능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이클의 진행은 최초의 세포를 탄생시키는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뒤를 이어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발전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하이퍼사이클 과정은 생물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65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 ~ 2011)와 아들 도리언 세이건(Dorion Sagan, 1959 ~ )의 <마이크로코스모스 Microcosmos: Four Billion Years of Microbial Evolution>는 지구 역사에서 오랜 기간 주인공이었던 미생물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마치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요약본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입문서(入門書)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는 협동보다는 경쟁을 크게 강조했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매우 연약해 보이는 생물이 집합체의 한 부분으로서 오랜 기간 생존했던 반면, 소위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생물이 협동 기술을 익히지 않은 나머지 결국은 멸망한 사례를 우리는 진화 역사에서 꽤 자주 보아왔다. 만약 공생이 생물 역사에서 그렇게 보편적이며 주요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생물학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165


 진화 과정을 거쳤던 모든 종이 결국 공진화를 한 것이라는 논리는 추론적이기는 하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이 논리는 미생물우주뿐만 아니라 거대생물우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곰팡이는 식물 질병의 주 원인이면서도 식물체 생장에 필수적이다.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험악한 관계는 때떄로 좀 더 대규모 공생관계의 한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263


 <마이크로 코스모스>에서 생명의 출현으로부터 현생 인류에 이르기까지 수십 억년에 걸친 지구 역사에서 진화(進化, evolution)은 결국 '공생(symbiosis)'의 문제임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 ~ 1903)에 의해 왜곡된 '사회적 진화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진화의 의미를 되찾자는 것이 이 책의 한 주제라 여겨진다.


 생물의 역사에서 80퍼센트는 미생물의 역사이다. 우리는 약 20억 년 전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될 때 출현했던, 산소를 사용해서 물질대사를 할 수 있었던 박테리아와 기타 여러 박테리아들로 구성된 재조합에 불과하다.(p271)... 우리는 진화의 사다리에서 가장 윗계단을 차지하는, 모든 생물의 지배자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생물계의 지혜를 받은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가 유전공학을 창조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인간은 자신을 박테리아 생활사에 은근히 맡겨서 오랫동안 그들의 방법으로 유전자를 교환하고 복사하게 했다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272


 저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토인비(Arnold Toynbee·1889~1975)에 의해 문명(文明)에 주어진 '도전과 응전'이라는 과정도 새롭게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도전에 성공적인 응전이 문명을 이끈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실현된다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고대 그리스에서 도리아인의 침입, 고대 인도에서 아리안 족의 침입도 문명의 파괴가 아닌 새로운 문명의 탄생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진화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닌 어울림이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조금 누그러지는 느낌을 받는다.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는 분명, 현대의 포식성 박테리아 중에서 특히 델로비브리오 Bdelovibrio나 답토박터 Daptobacter와 비슷한 종류였을 것이다(p174)... 우리 몸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도 맹렬한 공격자였는데, 주위에 산소가 풍부해지면 산소를 호흡하고 또 필요한 경우에는 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그런 박테리아였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는 우리 몸의 다른 박테리아 조상에게 침입해 그 속에서 번식했다. 그들에게 침입당한 숙주세포는 처음에는 거의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숙주세포가 사멸하면 침입자들도 역시 죽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결국에는 협력자들만 살아남았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175


 이와 함께 <마이크로 모스모스>는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 겸손할 필요가 있음도 말한다. 이런 겸손함을 잃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는 살아남을 수 없음이 이 책의 또다른 주제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직설적으로 말하는 저자의 화법에서 저자의 전(前) 남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 ~ 1996)의 <코스모스 Cosmos>와는 같은 메세지, 다른 어조를 느끼게 된다. 두 책에서 다루는 코스모스는 <10의 제곱수>에서 보여주는 세계만큼 크기에서 차이가 있지만, 메세지의 크기는 결코 다르지 않다.


 매번 대재난이 있을 때마다 생물권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두 발짝 앞으로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의 두 발짝은 본래의 문제 영역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진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그 도전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생물권이 특출한 불굴의 능력이 있어서 대재난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 준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330


 우주에서 벌어졌던 진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이해하노라면, 거대한 [수소 산업]의 최종 산물로서 태어난 생물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확실히 알게 된다.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우리와 같이 놀랄 만한 돌연변이를 이룩한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 먼 곳 어디에선가 우리에게 들려줄 그들의 흥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_ 칼 세이건, <코스모스>, p674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 중 높아지는 이산화탄소의 농도(PPM)에 의해 유발되는 지구온난화문제, 핵발전 문제 등은 분명 우리의 위기다. 그렇지만, 그것을 지구의 위기라 볼 수 있을까?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지구 역사 속에서 이미 여러 차례의 위기와 종(種)의 대멸종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대멸종 후에도 '바이러스'라는 뿌리가 존재하는 한 생물은 다시 번성할 수 밖에 없음도 함께 보여준다. 다소 냉정하지만 문제는 인류의 미래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일 뿐이다. 저자(린 마굴리스)가 좋아하는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생물이 자신을 변화시킨다면 그것은 공간, 탄소, 에너지, 물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며, 이는 다시 새로운 부산물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새로운 부산물 축적이 점차 증가하면 부산물을 생산했던 바로 그 생물이 부산물 때문에 시험에 놓이게 된다.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339


 이것은 또한 환경 문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 코스모스<안의 문장 안에 묘사된 새로운 부산물 축적이 생물을 번성하게 하는 한편, 위기에 놓이게 하는 상황을 통해 19세기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를 떠올리게 된다. 그가 눈 앞에서 지켜봤던 자본주의에 내재한 역설이 표면화 되는 상황 속에서 혁명을 통한 변화를 주장했다면, 우리는 자본주의가 거의 정점에 이른 지금 시점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지만, 차근히 답을 찾아가도록 하자.

 

 내가 '모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설'입니다. 앞서 이율배반, 즉 '대립하는 두 개의 주장이 모두 옳은' 상황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주장이 상반된 옳음을 동시에 의미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역설(paradox)'입니다. 하나의 견해(doxa)에서 반대 방향 내지 다른 방향(para -)이 생겨나는 것이죠. 모순적 대립, 즉 논변과 항변의 대립 속에서는 한쪽 힘이 커지면 다른 쪽 힘은 작아집니다. 대립이라는 말이 그런 뜻이니까요. 그런데 역설의 상황에서는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도 커집니다. 나는 마르크스에게 모순의 변증법 이상으로 역설의 변증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_ 고병권, <다시 자본을 읽자>, p168/220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오랜 지구의 역사를 요약하면서 바이러스(virus)로부터 시작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 인간도 결국은 '변이화합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생명의 역사의 핵심을 알기 쉽지만 분명하게 알려주고 저자들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좋은 생명과학 입문서라 생각된다. 그리고, 다른 여러 분야와도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에세이이기도 하다.


PS. <마이크로 코스모스>안의 자세한 내용은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리뷰를 통해 살펴보는 것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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