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준의 책임자인 팀 가이트너가 정리해서 전달한 요구사항들에 따르면 9대 은행 모두는 정부 자본에 의한 지분 참여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정부의 지분은 우선주가 될 것이었다. 정부가 요구하는 배당률은 처음에는 낮지만 5년 후에는 높아지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은행이 빨리 정부 지분을 상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자본 투입을 승인하는 대가로 은행들의 모든 당좌거래에 대해 FDIC가 보증을 서며 또 2009년 여름까지 발행하는 모든 신규 채권에 대해서는 2009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125퍼센트까지 보증해주기로 했다. 이 두 가지 내용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정부의 지분 참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FDIC의 어떤 보증도 없었다.

다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건 대형 일반 시중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예상을 깨고 리먼브라더스가 아닌 메릴린치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메릴린치는 리먼브라더스보다 덩치가 더 컸으며 부동산 대출상품과도 너무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 또한 리먼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투자은행으로서 Repo 시장이 없이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메릴린치로서는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면 그다음 차례가 될 것이 거의 확실했다.28 그렇지만 리먼브라더스와는 달리 메릴린치의 경영진은 민첩하게 대응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직접적인 대화에 나섬으로써 회사를 구해낼 수 있었다.

공화당 하원의원의 3분의 1은 더 이상의 구제금융 지원을 적극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력을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고 3분의 1은 지지기반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쪽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는 길이며 다른 한쪽은 납세자들의 파산과 사회주의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데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24시간 안에 대답하라는 것이었다." 텍사스주 출신으로 보수 성향의 공화당연구위원회(Republican Study Committee)를 이끌고 있던 젭 헨설링(Jeb Hensarling)이 기자들에게 분개해서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독일은 왜 그렇게 비협조적이었을까? 결국 독일도 공동기금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취약은행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독일의 납세자들이 독일이든 외국이든 자기들과 상관없는 문제에 세금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이 그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메르켈 총리에게서 독자적 문제 해결과 공동 해결의 차이는 단지 유럽과 미국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유럽연합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치적 프레임이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독일 정부는 은행들을 구하겠다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그런 일은 지지할 생각이 없었다.

은행 관계자들과 재무부 관료들이 고민한 문제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자본재구성 계획을 즉시 강제로 시행할 것인가, 또 만일 그렇게 할 경우 시장이 받는 충격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면 자본재구성을 천천히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더 유리할까? 위기에 빠져 있는 은행들은 아마도 끝까지 이를 거부할 것이 분명했다. 어떤 은행도 국가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붕괴가 목전까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여전히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저울질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의 개입을 불러들인 건 금융시스템 자체의 오작동과 개별 기업들의 실패가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아낼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다

전투를 위해 동원된 금융 화력이 너무나 엄청나서 이에 대한 해명은 그 자체로 정치 논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건 상관없이 그 규모가 전례 없이 거대하고 엄청났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 전투에 투입된 자금은 7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국가와 정부가 개입한 주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1) 은행에 대출 형태로 자금 지원 (2) 자본재구성(recapitalization) (3) 자산매입 (4) 은행예금, 채무 혹은 심지어 은행의 대차대조표 전체에 대한 정부의 보증. 위기가 발생한 모든 곳에 대해 각국 정부는 이 네 가지 방식을 몇 가지로 결합해 적용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관계된 기관은 중앙은행과 재무부, 그리고 금융 규제 감독청 등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22-10-2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슨 큰 잘못을 했나요

2022-10-23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2-10-23 22:23   좋아요 0 | URL
겨호님과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2022-10-24 0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화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살면서 반복적으로 겪는 신체적, 생물학적,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적응을 선택한다. 인지 모듈cognitive module은 오랫동안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자극을 감지하고 그것들을 적절한 반응과 연결 짓도록 진화했다. 이런 적응적인 자극·반응 결합은 먹이 보상이 종소리처럼 관련 없는 자극과 짝지어지는 것과 같은 중립적 결합보다 빠르게 형성되고 제거하기 어렵다.

넓은 의미에서 유전자는 "무생물의 물질을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조직하기 위해" 환경과 정보를 교환한다. 이는 발생에서 종결에 이르는 모든 유기체의 과정에서 일어난다. 유전자와 환경의 교환은 생명의 본질이다.
상호작용은 통계적 용어로, 유전자들이 다른 환경에서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갖는지를 기술한다.

자폐증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결과를 보면,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닌 표정 인식능력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은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인간 본성의 기본적인 측면으로 유전적이며, 신경생리학적 토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경험이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현재 가설은 생물학적 비정상성이 초기 사회적 발달을 방해하고, 그것이 연쇄적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반응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법에 대한 학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자폐증은 치료할 수 없지만 개선할 수는 있다. 바로 여기서 학습심리학이 큰 역할을 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계산주의 이론과 행동생태학이 결합하여 생겨난 학문으로서, 인간의 마음이 여러 종류의 수많은 적응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인간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여러 유형의 ‘적응 문제’에 직면했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설계된 마음을 가진 개체만이 진화적으로 성공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적응 문제(예를 들어, 적절한 음식 찾기, 짝을 찾거나 지키기, 상대방의 마음 읽기, 동맹 만들기 등)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대목이다(Barkow et al., 1992; Pinker, 1997; Buss, 2015).

여기서 ‘빈 서판the blank slate’의 의미는 마음은 타고난 특성이 없다는 뜻이고, ‘고상한 야만인’은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지만, 사회 속에서 타락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기계 속의 유령’은 우리 각자는 생물학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다는 뜻이다.

인간 본성 개념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옹호자인 핑커는 인간의 언어, 추론, 수리, 짝짓기 능력 등은 수렵채집기에 우리를 옥죄었던 적응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직접적으로 설계된 적응들이고, 종교, 예술, 창의성, 유머 등은 이런 적응들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찬란한 현대 문명 속에 있지만, 사실은 수렵채집기에 잘 적응된 몸과 마음을 장착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런 견해를 바탕으로 진화심리학적 인간관이 기존의 인간 본성론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이야기한다.

고통 감수 능력과 언어 능력마저도 인간 본성의 구성요소가 될 수 없다면 대체 어떤 능력(속성)들이 본성이 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다다르면 우리는 두 갈래의 갈림길을 만난다. 하나는 기존의 인간 본성 개념들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본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개념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도킨스는 니치 구성론자들의 반론에 대해 그들이 니치 구성construction과 니치 변화change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서 ‘니치 변화’란 환경에 대한 유기체의 개입으로 인해 생긴 부산물인 반면에, ‘니치 구성’은 부산물이 아니라 적응이다. 도킨스는 니치 구성을 환경에 대한 개체의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라고 표현한다(Dawkins, 2004).

하지만 진화론은 그러한 류의 본질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는 듯이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서로 다른 조건들이 만족될 때이다(Darwin, 1859; Lewontin, 1970).
어떤 개체군 내의 유기체들은 다양하다(변이 조건). 어떤 변이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 부과하는 문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다른 개체들보다 더 적합할 것이다(차별적 적합도 조건). 그러면, 이 변이들은 다른 변이들에 비해 번식기까지 더 많이 생존하거나 더 많은 자손을 남길 것이다. 만일 생존과 번식에 차이를 낳는 그런 특성들이 부분적으로 대물림 가능하면(대물림 조건), 다음 세대의 개체군에서는 그런 이로운 형질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결국 개체군 내의 형질들의 분포는 변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공공성과 그 문제들
존 듀이 지음, 정창호.이유선 옮김 / 한국문화사 / 2014년 5월
20,000원 → 20,000원(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8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10월 21일에 저장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존 듀이 지음, 김진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7월
10,900원 → 9,81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2022년 10월 21일에 저장
품절

경험으로서 예술 2
존 듀이 지음, 박철홍 옮김 / 나남출판 / 2016년 4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250원(1%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8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10월 21일에 저장

경험으로서 예술 1
존 듀이 지음, 박철홍 옮김 / 나남출판 / 2016년 4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250원(1%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8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10월 21일에 저장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고전의 세계 리커버
존 듀이 지음, 김진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적 상대성의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자유주의의 개념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더 억압적으로 느끼는 세력에 항상 관계되어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진다. 구체적으로 자유는 특정한 억압적 세력의 영향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그것은 한 때는 인간의 삶의 당연한 부분으로 간주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속박이 된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53/146

자유주의(自由主義)에서 자유(freedom)은 언제나 ‘-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의 형태로 정의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자유로부터 도피 Escape From Freedom‘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조금 예외적이긴 하지만, 존 듀이(John Dewey, 1859 ~ 1952)에게 자유는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여, 이로부터 우리는 듀이의 ‘자유론‘이 단순한 ‘절대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생존과 인간일수 있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 형태의 자유임을 알게 된다.

자유주의는 영속적이며 유연한 목적, 곧 능력 실현이 개인의 삶의 법칙이 될 수 있도록 개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전념한다. 자유주의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수단으로서 해방된 지성의 사용에 전념한다. 문명은 진행되는 변화들을 사회 조직의 일관된 형태로 통합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자유주의 정신이 요청받는 상像은 모든 개인의 정신과 영혼이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자유와 기회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조직이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61/146

무엇보다 듀이의 자유주의에서 주목할 점은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의 결합이다. 듀이가 개탄했듯이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이들은 자유를 원자화된 개인에게 귀속시키려고 했고 사회 변혁을 목표로 한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개별성을 부르주아적 가치로 폄하하고 배척했다. 그 결과는 불평등한 체제에 대한 정당화, 혹은 비민주적 전체주의의 양 극단으로 나타났다. 반면 듀이는 사회 변혁의 중심에 개인의 자유와 개별성의 발현을 위치 지음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지속이라는 풀리지 않는 갈등 관계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10/146

또한, 이러한 해석으로부터 개인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냅둬유‘ 수준의 laissez-faire가 아닌 권리자로서 생존과 발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을 저자는 본문을 통해 강조한다. 소극적 의미의 자유만을 강조했을 때, 개인은 사회의 원자(原子)로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산업혁명과 과학혁명 이후 많은 분야가 전문화, 대규모화한 현대 사회에서 소극적 의미의 자유가 과연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듀이는 이 점에서 ‘자유‘의 의미가 재해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현재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은 자립이 아니라 기생적 의존이라는 사실이 대규모의 사적/공적 구호에 대한 필요를 입증한다. 공적 구제가 그 수혜자를 빈곤하게 하고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에 반대한다는 현재의 주장은, 그 주장이 수백만 달러의 공적 자금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그대로 수수방관한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모순적으로 들린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46/146

E.H. 카(Edward Hallett Ted Carr, 1892 ~ 1982)가 <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story? >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규정했다면, 듀이는 자유 역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사건 사이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성(Intelligence)‘이다.

자유주의의 교리들이 영원한 진리로 확립되는 순간 그것은 진전된 사회 변화를 반대하는 기득권의 도구와 빈말의 제전이 되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새로 등장한 힘에 의해 분쇄되었다. 그러나, 자유, 개별성, 그리고 해방된 지성의 이념은 지속적 가치를 지니는데, 여태껏 그 가치가 지금보다 더 진실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과거에 축적된 경험에 의지하지만 항상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고 새로운 요구들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그 새로운 세력이 작동하고 새로운 요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과거 경험의 형식에 대한 재구성을 요구한다. 옛것과 새것은 옛 경험의 가치가 새로운 욕구와 목표의 종복이자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서로 통합되어야 한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53/146

지성을 통한 자유의 재해석이 이루어졌다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실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을 담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자유주의는 혁명(革命)과 같이 급진적일 필요가 있다. 어제까지의 경험이 오늘날에는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는 단절적이며 불연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 이러한 인식으로 듀이는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분류된다.

과거 유클리드 기하학은 뉴턴의 절대공간-절대시간의 토대가 되었다면, 유클리드의 공리(axiom) 하나가 깨어졌을 때,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했고, 리만 기하학에 기반하여 상대성이론이 받아들어질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과학사(科學史)는 듀이의 주장에 대한 자연과학에의 반증이 될 것이다.

처음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있더라도 다시 시작할 필요 없이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옛것과 새로운 것을 통합에 의해 재구성하는 것이 지성의 본질이다. 그것은 과거의 경험을 지식으로 전환하고 그 지식을 생각과 목적에 투영해 미래에 무엇을 예견하고, 또 바라는 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지시해준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54/146

간단히 말해서 자유주의는 이제 급진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제도 구성의 철저한 변호와 그 변화를 가져올 상응하는 행위의 필요성에 대한 ‘급진적‘ 인식을 의미한다. 현 상태 자체와 그것이 불러올 변화의 간극이 매우 크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수행되는 단편적 정책으로는 그 간극을 메울 수 없다. 변화를 생성하는 과정은 어떤 경우라도 점진적일 것이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65/146

‘자유‘를 단순히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소극적 의미의 해석이 아닌, 해방의 목적까지 고려한 듀이의 자유론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의 이론이 절대권력에 대한 순종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는, 마치 절대신에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순명한다는 중세적 종교관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깊게 파야할 것 같지만, 이는 뒤로 미루도록 하자.

다만, 급진적 자유주의자인 듀이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무력과 전쟁에는 반대한는 입장을 보인다. 그렇다면, 자유를 지키기위해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선제타격 자유주의자‘는 초급진적 자유주의자라고 봐야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철학이 없는 ‘굥(空)‘이라고 볼 것인가... 글자 하나가 틀린 듯 하지만, 그냥 빠르게 가도록 하자.

전쟁은 전장에서 발생하는 군사 간 접전이 아니라 모든 일상적인 사회 활동의 마비를 수반한다(p80)... 지성의 사용을 위한 마지막 논지는 그 방법이 사용되면 실제 목표, 즉 결과가 달성된다는 것이다. 폭력 사용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하는 폭력의 필연성의 도그마를 주창하는 자칭 민주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들의 주장보다 더 큰 오류를 나는 알지 못한다. 폭력은 대항하는 폭력을 낳는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물리학에서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데 폭력은 물리적이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81/14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원 2022-10-22 0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회 변화를 생성하는 과정은 점진적이라는 점, 지성이 사회적 실천이라는 점 등등 여러 대목에서 듀이의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었는지 짐작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10-22 07:06   좋아요 1 | URL
실질적인 사회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는 제도상 변화는 단속적으로 일어나기에, 듀이가 급진적 혁명을 주장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초원님 감사합니다.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