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고전의세계 리커버
존 듀이 지음, 김진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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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상대성의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자유주의의 개념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더 억압적으로 느끼는 세력에 항상 관계되어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진다. 구체적으로 자유는 특정한 억압적 세력의 영향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그것은 한 때는 인간의 삶의 당연한 부분으로 간주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속박이 된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53/146

자유주의(自由主義)에서 자유(freedom)은 언제나 ‘-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의 형태로 정의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자유로부터 도피 Escape From Freedom‘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조금 예외적이긴 하지만, 존 듀이(John Dewey, 1859 ~ 1952)에게 자유는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여, 이로부터 우리는 듀이의 ‘자유론‘이 단순한 ‘절대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생존과 인간일수 있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 형태의 자유임을 알게 된다.

자유주의는 영속적이며 유연한 목적, 곧 능력 실현이 개인의 삶의 법칙이 될 수 있도록 개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전념한다. 자유주의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수단으로서 해방된 지성의 사용에 전념한다. 문명은 진행되는 변화들을 사회 조직의 일관된 형태로 통합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자유주의 정신이 요청받는 상像은 모든 개인의 정신과 영혼이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자유와 기회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조직이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61/146

무엇보다 듀이의 자유주의에서 주목할 점은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의 결합이다. 듀이가 개탄했듯이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이들은 자유를 원자화된 개인에게 귀속시키려고 했고 사회 변혁을 목표로 한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개별성을 부르주아적 가치로 폄하하고 배척했다. 그 결과는 불평등한 체제에 대한 정당화, 혹은 비민주적 전체주의의 양 극단으로 나타났다. 반면 듀이는 사회 변혁의 중심에 개인의 자유와 개별성의 발현을 위치 지음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지속이라는 풀리지 않는 갈등 관계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10/146

또한, 이러한 해석으로부터 개인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냅둬유‘ 수준의 laissez-faire가 아닌 권리자로서 생존과 발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을 저자는 본문을 통해 강조한다. 소극적 의미의 자유만을 강조했을 때, 개인은 사회의 원자(原子)로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산업혁명과 과학혁명 이후 많은 분야가 전문화, 대규모화한 현대 사회에서 소극적 의미의 자유가 과연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듀이는 이 점에서 ‘자유‘의 의미가 재해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현재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은 자립이 아니라 기생적 의존이라는 사실이 대규모의 사적/공적 구호에 대한 필요를 입증한다. 공적 구제가 그 수혜자를 빈곤하게 하고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에 반대한다는 현재의 주장은, 그 주장이 수백만 달러의 공적 자금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그대로 수수방관한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모순적으로 들린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46/146

E.H. 카(Edward Hallett Ted Carr, 1892 ~ 1982)가 <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story? >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규정했다면, 듀이는 자유 역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사건 사이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성(Intelligence)‘이다.

자유주의의 교리들이 영원한 진리로 확립되는 순간 그것은 진전된 사회 변화를 반대하는 기득권의 도구와 빈말의 제전이 되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새로 등장한 힘에 의해 분쇄되었다. 그러나, 자유, 개별성, 그리고 해방된 지성의 이념은 지속적 가치를 지니는데, 여태껏 그 가치가 지금보다 더 진실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과거에 축적된 경험에 의지하지만 항상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고 새로운 요구들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그 새로운 세력이 작동하고 새로운 요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과거 경험의 형식에 대한 재구성을 요구한다. 옛것과 새것은 옛 경험의 가치가 새로운 욕구와 목표의 종복이자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서로 통합되어야 한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53/146

지성을 통한 자유의 재해석이 이루어졌다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실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을 담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자유주의는 혁명(革命)과 같이 급진적일 필요가 있다. 어제까지의 경험이 오늘날에는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는 단절적이며 불연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 이러한 인식으로 듀이는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분류된다.

과거 유클리드 기하학은 뉴턴의 절대공간-절대시간의 토대가 되었다면, 유클리드의 공리(axiom) 하나가 깨어졌을 때,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했고, 리만 기하학에 기반하여 상대성이론이 받아들어질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과학사(科學史)는 듀이의 주장에 대한 자연과학에의 반증이 될 것이다.

처음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있더라도 다시 시작할 필요 없이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옛것과 새로운 것을 통합에 의해 재구성하는 것이 지성의 본질이다. 그것은 과거의 경험을 지식으로 전환하고 그 지식을 생각과 목적에 투영해 미래에 무엇을 예견하고, 또 바라는 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지시해준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54/146

간단히 말해서 자유주의는 이제 급진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제도 구성의 철저한 변호와 그 변화를 가져올 상응하는 행위의 필요성에 대한 ‘급진적‘ 인식을 의미한다. 현 상태 자체와 그것이 불러올 변화의 간극이 매우 크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수행되는 단편적 정책으로는 그 간극을 메울 수 없다. 변화를 생성하는 과정은 어떤 경우라도 점진적일 것이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65/146

‘자유‘를 단순히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소극적 의미의 해석이 아닌, 해방의 목적까지 고려한 듀이의 자유론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의 이론이 절대권력에 대한 순종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는, 마치 절대신에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순명한다는 중세적 종교관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깊게 파야할 것 같지만, 이는 뒤로 미루도록 하자.

다만, 급진적 자유주의자인 듀이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무력과 전쟁에는 반대한는 입장을 보인다. 그렇다면, 자유를 지키기위해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선제타격 자유주의자‘는 초급진적 자유주의자라고 봐야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철학이 없는 ‘굥(空)‘이라고 볼 것인가... 글자 하나가 틀린 듯 하지만, 그냥 빠르게 가도록 하자.

전쟁은 전장에서 발생하는 군사 간 접전이 아니라 모든 일상적인 사회 활동의 마비를 수반한다(p80)... 지성의 사용을 위한 마지막 논지는 그 방법이 사용되면 실제 목표, 즉 결과가 달성된다는 것이다. 폭력 사용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하는 폭력의 필연성의 도그마를 주창하는 자칭 민주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들의 주장보다 더 큰 오류를 나는 알지 못한다. 폭력은 대항하는 폭력을 낳는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물리학에서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데 폭력은 물리적이다. _ 존 듀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 p8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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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2-10-22 0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회 변화를 생성하는 과정은 점진적이라는 점, 지성이 사회적 실천이라는 점 등등 여러 대목에서 듀이의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었는지 짐작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10-22 07:06   좋아요 1 | URL
실질적인 사회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는 제도상 변화는 단속적으로 일어나기에, 듀이가 급진적 혁명을 주장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초원님 감사합니다.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