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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8-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2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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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7-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 2020년 8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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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6- 스완네 집 쪽으로 - 고장의 이름 : 이름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 2014년 6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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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5- 스완네 집 쪽으로 ― 스완의 사랑 II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 2021년 11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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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꺼내들었다. 책을 읽으며 화자는 자신의 길을 찾았지만, 내 자신은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게 만들었던 책이라, 손에서 놓은 지 꽤 되었던 차다. 만화로 나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의 길을 잃어버린 나에게 시각적 지도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로 펼쳐들었지만, 19세기말의 시대상을 현대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보여줘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눈에 들어온 부분들이 있었다. 마들렌의 과자를 먹는 화자와 뱅퇴유의 소나타를 듣는 스완.


 이들은 모두 외부자극에 의해 자신의 기억을 찾는다는 점에서 '비자발적'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와 동시에 이들 간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화자는 마들렌 과자를 먹으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반면, 스완은 뱅퇴유 소나타를 들으며 오데트와의 사랑을 되새기며 고뇌한다. 전자가 '미각/후각'이라는 여운을 남기는 감각을 통해 '개인의 시간'을 찾는다면, 후자는 '청각'이라는 일시적 감각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추구한다. 여운을 남기는 미각은 자신에게 머물며 자신의 시간을 돌려준다. 소멸되는 청각은 시간을 돌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에 의해 재생(연주)되어야 한다. 자립과 외부 의존. 그것은 문학과 음악의 차이로 연결된다. 화가의 캔버스와 작가의 문학작품은 '영속성'을 가진 높은 단계의 예술로 승화되어 화자에게 내면적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소멸하는 음악은 스완을 수동적인 감각의 덫에 묶어둔다.  뱅퇴유의 소나타가 스완을 오데트에게 묶었듯, 후에 화자를 알베르틴에게 묶었듯. 이러한 차이는 훗날 화자가 문학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화자에게 되찾은 시간 속에서 '게르망트 쪽 길'과 '메제글리즈(스완네) 쪽 길' 사이의 차이일 것이다. 영속과 순간, 예술과 감각적 사랑 사이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떠올리게 된다. 신앙과 제롬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 알리사의 모습은 게르망트와 메제글리즈로 향한 두 갈래길에 선 화자를 연상케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알리사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위해 제롬을 버렸고, 좁은 문에 들어가는 대신 현실에서의 사랑과 자신을 잃는다. 반면, 화자는 게르망트로 가기 전, 메제글리즈로도 가본다. 알베르틴을 통해.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사랑은 알베르틴에 대한 화자의 사랑으로 변주되지만, 이러한 변주와 경험은 화자를 파멸이 아닌 한 단계 높은 완성으로 이끌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앙과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두고, 두 갈래 길에 선 두 주인공의 선택은 이렇게 같은 듯 다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텍스트로만 읽을 때는 떠오르지 않았던 많은 부분을 만화라는 시각자료를 통해 찾게 된다. 화자의 미각/후각 그리고 스완의 청각. 이들을 지켜보는 독자의 시각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감각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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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이 알고 있는 이 사랑의 병은 너무도 커져 버렸고, 그가 가진 모든 습관이며 그의 모든 행동,
생각, 건강, 수면, 삶, 심지어 자기가 죽고 난 후 바라는 바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깊숙이 개입돼 있고,
그 자신과 완전히 한 몸을 이루고 있어서, 그에게서 그 병을 끄집어내려면 거의 그 자신을 송두리째 파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외과 용어를 사용해서 말하자면, 그의 사랑은 더 이상 수술할 수 없는 상태였다. - P22

연주가 다시 시작되었고, 스완은 이미 시작된 음악이 끝나기 전까지는 빠져나갈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사람들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몹시도 괴로웠다.
게다가 그는 오데트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곳에 발이 묶여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데트가 살롱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완이 미처 알아차릴 새도 없이, 오데트가 그에게 연정을 품었던 시절의 모든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 P35

창백하고, 뺨이 너무나 여위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고, 눈가가 거무스름한 오데트의 모습뿐 아니라,
그녀를 처음 만난 이래 다시 마주칠 수 없었던 모든 것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쁜 기분이 가실 때 흔히 그러듯, 또 정신 상태가 한껏 고양돼 있지 않은 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간헐적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내 타입도 아닌 여자 때문에,
내가 몇 년을 허비하고, 또 죽으려 했다니!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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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이 다른 똑똑한 사람에게 어리석게 보일까 봐 두려워하지않는 것처럼, 품위있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품격이 이를테면 대영주가 아니라무식쟁이한테 무시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법이다. - P6

그러자 물결치는 선율 위로 잠시 동안 떠오르는 바로 그 악절을뚜렷하게 분간할 수 있었다. 그 악절은 듣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특별한 관능을 일깨워 주었고, 오로지 그 악절만이 그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치 미지의 사랑을 만난 듯했다. - P19

사랑이 싹트는 여러 방식 중에서도, 이따금씩 우리에게 거센 동요의 물결이 밀려들 듯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또 없을 것이다. 그런 순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지며, 우리는 곁에 둘 수 있어 좋은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 사람이 주는 쾌락은 느닷없이 우리 내면에서 바로 똑같은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불안한 욕구로 대체되기에 이르는데, 실상 이같은 욕구는 도저히 채울 수도 없고 또 벗어 버릴 수도 없는 부조리한 욕구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소유하고픈 엉뚱하면서도 고통스런 욕구이기도 하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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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케임브리지 세계사 14
제리 벤틀리.산자이 수브라마니암.메리 위스너-행크스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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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국가에서 종교 탄압을 자행한 주체는 국가였다.(p78)... 가톨릭과 식민주의는 같은 말이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97


 국가와 종교. <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의 주제를 고른다면 위와 같을 것이다. 근대 초기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국가(제국)의 이데올로기로서 작용한 종교의 위상에 대한 내용이 본문의 주요 내용이다. 서양에서는 기독교, 중동에서는 이슬람, 동양에서는 유교가 국가 권력과 밀착하여 사회 전반을 규정하고, 근대 국가의 중앙집권제도를 유지하는 아교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와 근대 국가를 분리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종교와 사회의 관계는 동서양이 조금 달랐다. 일신교인 기독교와 이슬람이 진리를 전파하며 외부로 팽창하는 데 주력했다면, 동양에서의 종교는 사회 내부를 결속시키는 데 더 주력했다. 이들의 차이는 분명했다. 일신교의 신앙에서 '믿음'은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었고 사회를 이분화시켰다면, 동양에서 종교는 시대마다 세력의 성쇠는 있을지언정 말살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기독교 선교는 중상주의적 세계 질서 가운데 서로 경쟁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종교적 경쟁을 부추겼다.(p99)... 기독교의 세계적 팽창은 수많은 종교적 및 문화적 문제를 제기했다. 초기 근대 세계 전역의 민족들은 기독교가 선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무관심했다. 그러는 사이 유럽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는 민족학이 만들어져 더욱 정교하게 발전해갔다. 유럽 바깥의 언어, 문화, 정치, 종교 연구는 결국 세계를 이해하는 지식의 기반이 되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101


 정부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사원 공동체는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었고, 이외에도 지역 공동체의 제례 관습은 국가로부터 폭넓게 용인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벗어나는 "사이비" 종교 전문가와 집단이 대중의 영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었다.  이들은 제국의 중앙 정부나 지방 엘리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는 그 반대 또한 사실이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168


 정부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검토한 시대 동아시아의 종교는 활기차고 역동적이었다. 종교 기관과 종교인은 언제나 전통에 적응했고, 또한 전통을 바꾸어갔다. 초기 근대의 종교적 경험과 실험은, 19세기 후기 이래의 엄청난 종교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동아시아 종교 현실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202


 그 결과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은 기독교와 이슬람에 의해 소멸되지만, 동아시아의 유교, 불교, 무속신앙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일상생활을 함께 구성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일신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까? <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은 한층 더 깊게 들어간다. 책의 저자는 기독교와 유대교 사이의 불안정한 연결로부터 발생한 모순에 주목한다. 신약을 구약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한 기독교와 유대교의 느슨한 연계(그리고 이 연결은 이슬람-유대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는 정당성 부여를 위해 수많은 해석의 틀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저자는 역사적 해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종교와 함께 제국주의의 2대 첨병이 되었음을 말한다. 


 계몽주의 안에서 모순적인 면모가 보이는 이유는, 계몽주의의 뿌리가 기독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모순적 성격은 기독교의 독특하고도 지속적인 특성으로,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기독교가 유대교 성경을 전용하고 기독교와 이스라엘을 동일시하는 개념은 두 종교의 역사적 관계의 반전을 함축하고 있다.(p293)... 우리가 말하는 모순적 성격의 문제는 기독교의 "본질"이라기보다 오래도록 지속된 역사적 현상이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도구들은 유럽의 식민지 팽창에 유용한 무기로 사용되었다. _<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 p294


 케임브리지 세계사 중 기원후 1400-1800년을 다룬 <세계화의 시대> 시리즈 중 <세계화의 시대 4 : 근대 종교와 근대 역사학>의 분량이 가장 적은 편이지만, 이 시기를 다룬 다른 분야를 묶는 분야라는 점에서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신선한 관점은 독자들에게 또다른 지적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 이 책을 읽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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