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물결치는 선율 위로 잠시 동안 떠오르는 바로 그 악절을뚜렷하게 분간할 수 있었다. 그 악절은 듣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특별한 관능을 일깨워 주었고, 오로지 그 악절만이 그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치 미지의 사랑을 만난 듯했다. - P19
사랑이 싹트는 여러 방식 중에서도, 이따금씩 우리에게 거센 동요의 물결이 밀려들 듯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또 없을 것이다. 그런 순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지며, 우리는 곁에 둘 수 있어 좋은 바로 그 사람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 사람이 주는 쾌락은 느닷없이 우리 내면에서 바로 똑같은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불안한 욕구로 대체되기에 이르는데, 실상 이같은 욕구는 도저히 채울 수도 없고 또 벗어 버릴 수도 없는 부조리한 욕구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소유하고픈 엉뚱하면서도 고통스런 욕구이기도 하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