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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우리 가족 컬렉션 - 전3권 (보드북)
앤서니 브라운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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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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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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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
앤서니 브라운 지음.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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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연의의 책장에서 지금은 읽기 쉬워진 책들을 골라 따로 챙겨 놓고 있습니다. 사촌동생들에게 책을 주기 위해 비워진 공간들은 곧 새로운 책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1946 ~ )의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가 최고야>책에 잠시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엄마와 아빠의 자식 사랑을 다룬 두 책이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우리 아빠 최고야>의 아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이에게 '보여지는' 존재인데 반해, <우리 엄마> 속에서는  '함께 하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겠지요. 두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함께 하는 아빠와 자신을 버리고 함께 하는 엄마의 차이는 작지 않은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엄마와 자녀의 모습이 표현됩니다. 그저 엄마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우리 엄마는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죠. <우리 엄마> 中


 '엄마, 어디 있어요? 엄마!' 나는 '으앙!' 하고 울었어요. 무릎에서 빨간 피가 흘렀어요. 엄마를 소리쳐 불렀어요. "엄마!" "희진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를 찾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中


  도올 김용옥 교수의 <효경 한글역주>에서는 이러한 엄마와 자녀의 관계를 <부모은중경 父母恩重經>을 통해 설명합니다. 출산의 고통을 통해 맺어진 이들의 관계는 생명의 탄생이라는 원초적 관계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맺어진 아버지와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효(孝)의 가장 원초적 출발은 모성애이다. 동물의 세계에 있어서도 수컷은 수태과정에 주로 기능하며,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출산과 양육은 암컷의 모성애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효의 교감의 가장 원초적 대상은 엄마일 수밖에 없다(p166)... 아버지에 대한 효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며 문명의 가치관 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라는 것도 문명화되고 윤리화되었지만, 그 바탕에는 자연적이고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그 원초성이 퇴색되지 않는다.(p167) <효경 孝經 한글역주> 中


 <부모은중경>의 뛰어난 사실은 "부모"를 말하면서도 오로지 "엄마의 무한한 은혜"를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p170)... <부모은중경> 은 극적인 대화로써 사람을 끌어들이며 곧바로 엄마가 아기를 가진 후 열 달 동안 고생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한 달, 두 달, 세 달... 열 달까지 그 태아의 생성모습을 그리는 언어가 오늘날의 발생학적 사유와 대차가 없으며 그 묘사기법이 매우 절실하다. 그리고 천 개의 칼로 배를 휘젓고 만 개의 칼로 심장을 찌르는 듯하 엄마의 산고를 묘사하고 곧이어 앞서 말한 어머님 은혜 십게찬송(十偈讚頌)이 설파된다.(p171) <효경 孝經 한글역주> 中


 아빠의 사랑은 사회적 관계이고 엄마의 사랑은 원초적 관계이기에, 전자는 위압적이고 권위적이며 수직적이고 당위적이며 이성적인 반면, 후자는 인종적이고 포용적이며 수평적이고 자연적이며 감성적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매우 냉정하게 들리지만,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제대로 설명했다 생각됩니다. 조금은 다르지만, 세라 블래퍼 허디 (Sarah Blaffer Hrdy, 1946 ~ )의 <어머니의 탄생 Mother Nature>은 아기와 엄마의 결합을 진화적 논리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젖빨기의 에로스와 연인의 에로틱한 감정의 대립 구도는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까지 거슬러올라 갈 수 있겠지만, 가족 내의 사랑을 이렇게 대립적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는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모성(母性)과 성성(性性)은 부성(父性)과 남성(男性)의 성적 경험에는 적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 남성과 다른 영장류 수컷의 성적 욕망은 암컷과의 교미가 자신의 정자가 난자를 수정시킬 가능성을 높여 주었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난자의 수정은 교미가 여성의 번식 목표에 봉사하는 여러 가지 길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p834)... 젖 빨기의 에로스, 아니면 이성애적 어른 커플의 에로틱한 감각 중 어떤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나는 전자가 먼저라고 추측한다. 모성은 성적 감각과 단단하게 엮여 있으며, 투덜거림과 속상임, 촉감과 냄새를 통해 어머니가 이 아기를 최우선 수위에 두도록 만드는 어머니 대자연의 보상 체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아기의 일이다. 진화적 논리는 그 자신을 위해 어머니 역할의 감각적인 측면을 향휴하는 어머니들의 편에 굳게 서 있다.(p835) <어머니의 탄생> 中


 <어머니의 탄생>에서 보여지는 대립 구도와는 달리 매트 리들리(Matt Ridley, 1958 ~ )는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Nature Via Nurture: Genes, Experience, and What Makes Us Human>에서 태어나는 인간과 만들어지는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누구와의 관계가 더 밀접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모두 필요한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부모에 대한 아이의 시선과 기대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는 엄마와 아빠의 숙제인 듯 합니다. 


 아이의 책장을 정리하면서 오래 전 읽었던 책들 안에서 서로 다른 부모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PS. 최근에 개정되어 나온 <우리 아빠>는 이전 제목인 <우리 아빠 최고야>때보다 권위를 내려놓은 아빠의 느낌을 받게 되어 좋게 느껴집니다. 내용까지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아빠와 자녀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진 다른 표현이 아닐까 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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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02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효경 생각에 반대합니다. ^^
아빠와 엄마 역할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산물이라고 봅니다.
효경 당시 문화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7-02 07:51   좋아요 2 | URL
제가 인용한 <효경 한글역주> 중의 내용은 도올 김용옥 교수의 해석으로 <효경>의 본문과는 조금 다릅니다. 해당 부분은 <부모은중경>에 대한 설명이 더 많이 되어 있습니다만, 본문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대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엄마와 아빠의 역할도 달라지고,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감정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엄마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연의를 보면서 제 한계가 아닌 아빠의 한계라 스스로 위안을 했는데,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을 듣고 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습니다. 제가 더 노력해야겠네요 ^^:)

단발머리 2020-07-02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는 책 나와서 반갑습니다.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제가 맨 위의 두 권은 백번도 더 읽었다죠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0-07-02 18:02   좋아요 0 | URL
정말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네요. 다른 문화권에서도 꾸준히 아이들에게 사랑 받는 것을 보면, 어른이 된 후에도 아이들의 감정을 잘 잡아내는 작가의 뛰어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2020-07-05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5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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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21,000원 → 1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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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로 본 세상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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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러 Simpler- 간결한 넛지의 힘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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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 리더스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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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비용•편익 분석을 지지하는 논거에 따르면 정보가 부족하면 과도한 규제를 요구할 수 있고, 일종의 ‘피해망상과 무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한편 비용•편익분석은 새로운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도 많다(p99)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중

캐스 선스타인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에서 동물의 권리, 기후변화, 차별 문제와 같은 사회 현안을 비용•편익 관점에서 분석한다. 각각의 문제들의 찬/반 시 예상되는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면서 이들을 비교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어떤 문제에서도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극단이 아닌 ‘중간‘을 선택하는 방안이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다.

자신감있는 사람들은 전략적인 이유로 중간주의를 선택한다. 중간주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다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방법이다. 여기에서 (전략적) 타협안으로서의 중간주의를 지지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전략적 중간주의자는 여러 법관으로 구성된 법정에서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고 노력한다.(p297)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중

캐스 선스타인의 다른 저작 「넛지」와 연결시킨다면, 우리는 극단에 서지 않고 중간에서 다른 이들을 부드럽게 우리 편으로 이끄는 전략을 통해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다. 캐스 선스타인의 주장대로 산다면 우리는 전략적으로 승자의 편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전략이우리를 둘러싼 사회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보는 넘쳐나지만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잘못된 신호만이 감지된다면. 또는 다수가 소수에 의해 끌려가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를 승자의 전략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저자의 전략이 우리가 생각없이 기계적 중립자의 편을 무작정 따라가면서 ‘넛지‘를 당하며 살아갈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는 못하기에 이 점은 한계라 여겨진다. 중간주의와 넛지는 사회체계 자체의 모순에는 무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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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5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하일기 2 - 새 번역 완역 결정판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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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나라가 일어난 지 140여 년이 지났건만 우리나라의 사대부들은 중국을 오랑캐라고 여겨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사신의 일을 받들고 가면서도 문서를 주고받는 일이나 청나라 정세의 허실에 관해서는 일체 역관에게 맡겨 버린다. 지나는 길 2천여 리 사이에 있는 지방 장관이나 관문의 장수들을 비단 만나 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이름도 알지 못한다.(p274) <열하 일기 2> 中


 <열하 일기 熱河日記 2>에서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 ~ 1805)과 사신 일행은 열하에서 다시 북경(北京)으로 돌아온다. 이 때 티벳의 반선(班禪)을 만나기도 하고 다른 중국의 학자들과 교류하는 내용을 다룬 <열하 일기 2>에서는 천문과 음악, 유학과 다른 종교 등의 이야기등이 다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눈길이 머무르는 것은 기록에 담긴 청(淸)과 명(明)에 대한 연암의 태도다. 만주족의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비하하고, 이와 함께 주변의 다른 민족도 함께 업신여기는 주위 사람들의 인식과 이에 대한 연암의 입장이 <열하 일기>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른바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은혜를 잊지 못하고 멸망한 명나라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모습과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연암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군기처 대신이 황제의 명을 받들고 와서 전한다. "서번 西番(티베트)의 성승 聖僧을 가서 만나보겠느냐?" 사신이 대답하기를, "황제께서 작은 나라를 사랑하여 중국 사람과 동등하게 대하여 주시니, 중국 사람들과 내왕하는 것이야 무방합니다만, 그밖의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해서는 감히 서로 사귀지 않는 것이 본래 저희같이 작은 나라의 법도입니다."라고 하였다. 군기대신이 가고 나자 사신들의 얼굴에는 모두 수심이 가득 찼다... "황제가 시키는 일은 참으로 고약하네. 반드시 망하지. 아무렴, 망하고말고. 오랑캐들 하는 일이란. 명나라 때라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 라며 투덜거린다.(p42) <열하 일기 2> 中


 하늘이 창조한 물건은 모가 난 것이 없습니다.(p392)... 서양인은 지구가 둥글다고 인정하면서도 둥근 것이 돈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만 알았지, 둥근 것은 반드시 회전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겁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에는 지구가 한 번 돌아서 하루가 되고,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번 돌아서 보름이 되며, 태양이 지구를 한 번 돌아서 12년이 되며, 북극성 같은 붙박이별이 지구를 한 번 돌아서 1회 會(10,800년)가 됩니다.(p393) <열하 일기 2> 中


  <의산문답 醫山問答>의 저자 친구 담헌 홍대용(湛軒 洪大容, 1731 ~ 1783)과의 교류 덕분에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었노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가 가진 인식은 과학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열하일기>의 <곡정필담>은 곡정 왕민호(鵠汀 王民皞)와의 필담에서 그는 기독교와 관련하여 의견을 나누고, 지구가 둥글고 자전한다는 이미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야소 耶蘇(예수)라는 말은 중국에서 어진 사람을 군자라 하고, 티베트 풍속에서 승려를 라마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뜻의 말입니다. 야소는 한마음으로 하느님을 공격하여 가르침을 사방팔방에 세우다가 나이 삼십에 극형을 당했는데, 국민이 슬퍼하고 추모하여 에수회를 설립했습니다. 야소의 신주를 공경하여 천주라 하고, 예수회에 가입한 사람은 반드시 눈물 콧물을 흘리며 비통해 하고, 천주를 잊지 않는답니다.(p398) <열하 일기 2> 中


 그렇지만, 우리는 <열하 일기>안에서 연암이 가지는 한계도 같이 발견한다. 비록 청나라가 강대국이지만, 우리의 상국(上國)이 될 수는 없다는 그의 말과 함께<열하 일기> 머리말 말미에 적혀진 명나라의 숭정(崇禎)연호는 당대의 인식을 넘을 수 없는 개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 여겨진다.


 청나라는 힘으로 우리를 굴복시킨 강대국이지만 우리나라를 나라로 인정해 준 천자의 나라는 아니다. 지금 저들이 하사품을 내리는 총애와 공물을 감면해 주는 조칙은 대국의 처지에서는 그저 작은 나라를 불쌍히 여기고 먼 변방의 나라를 어루만지는 정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마다 하나의 공물을 면제해 주고, 해마다 하나의 폐백을 감면해 주는 것은 혜택일 뿐이지 우리가 말하는 은혜는 아닐 것이다.(p260) <열하 일기 2> 中


  이러한 글 속에서 우리는 <열하 일기> 여러 곳에 보이는 소중화(小中華) 선비 박지원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깨어있는 지식인이라고 할 박지원과 북학파(北學派) 역시 중화사상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문도 던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박지원의 생각을 성리학 세계관의 발전 정도로 봐야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을 다루는 방법이 틀렸고, 말을 먹이는 방법이 옳지 못하고, 좋은 종자를 받을 줄 모르고, 목축을 맡은 관원이 목마 牧馬에 무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채찍을 잡고 말 앞에 나서서 국내에는 좋은 말이 없다고들 떠들어댄다. 어찌 나라 안에 쓸 말이 없겠는가? 이런 한심한 일은 하나하나 손으로 꼽을 수도 없다(p84)...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은 서로 태평하게 지내고 있으니, 암놈, 수놈 합해서 수십 필의 말을 정성껏 구한다면 중국이 반드시 그런 말 수십 필을 아끼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외국에서 말을 구하여 사사로이 기른다는 것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면 해마다 가는 사신들이 몰래 구매하면 될 것이니 어찌 그런 인편이 없겠는가? 한양 근교의 물과 풀이 좋은 곳을 택하여 십 년 동안 키우고 새끼를 쳐서 점차 탐라와 여러 목장으로 옮겨서 종자를 바꾸어야 한다.(p85) <열하 일기 2> 中 


  나는 열하에서 중국의 많은 사대부들과 교유했다. 평범한 내용의 토론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던 지식을 매일 알게 되기는 했으나, 당시 정치의 잘잘못과 민심의 향배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p281)... 대체로 중국 선비들은 그 성질이 자랑하고 떠벌리기를 좋아하며, 학문은 해박한 것을 귀하게 여겨 경서와 역사서를 닥치는 대로 인용하여 이야기하느라 입에 자개바람이 난다... 그러므로 그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면 반드시 대국의 명성과 교화를 곡진하게 찬미함으로서 먼저 그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고, 중국과 외국이 한 몸이나 다름없음을 부지런히 보여주어 혐의를 받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한편으로 예법이나 음악의 문제에 뜻을 두어서 스스로 전야하게 보이도록 하고. 또 한편으로는 역대의 역사 사실을 거론하되 최근 사정에 대해서는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p282) <열하 일기 2> 中


 <열하 일기>안에 담겨 있는 연암의 이야기에는 저자 자신이 이미 중화의 질서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중국으로 가는 사신 편을 활용해서 외국의 좋은 종잣말을 구해 좋은 품종의 말을 널리 보급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와 중국 사대부와의 교류를 잘 하기 위해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바를 적은 대목은 연암의 세계관 중심이 이미 우리나라로 넘어 왔다는 반증으로 여겨진다. 기존의 중화 질서를 부정하고,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연암의 생각은 분명 성리학적 세계관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기에, 비록 그의 천체관 안에서 자연법칙은 지동설(地動說)이 아닌 천동설(天動說)을 따르지만, 천하관(天下觀)으로 본다면 연암의 인식은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주족의 종족이 많이 불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중국 사람의 반은 될 수 없다. 그들이 중국 땅에 들어온 지 벌써 백여 년이 되어 중국의 지리 조건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중국의 풍속과 기질에서 길러지고 습관이 들어 한족과 다름없이 말쑥하고 습관이 들어 한족과 다름없이 말쑥하고 우아해져서 저절로 유순하고 약해졌다. 지금 중국 천하의 형세를 살펴보건대,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항상 몽고에 있지, 다른 오랑캐에 있지 않음은 무슨 까닭인가?(p218)... 지금 열하의 지세를 살펴보니 열하는 천하의 두뇌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황제가 북으로 열하에 연이어 가는 것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 두뇌를 깔고 앉아서 몽고의 숨통을 조이려는 것일 뿐이다.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몽고가 이미 매일같이 출몰하여 요동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p220) <열하 일기 2> 中


 또한, 중국 청나라 황제가 여름마다 열하로 가는 일을 단순한 피서(避暑)가 아닌 북쪽의 몽골 족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는 연암의 글 속에서 개인적으로는 북벌론(北伐論)의 허구성과 함께 자주성을 느낀다. 글 속에서 청나라를 멸시하고 명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해 북벌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도성 한양(漢陽)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당대 노론(老論)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1880 ~ 1936)가 '조선역사 일천년 래 제일대 사건'으로 언급한 묘청(妙淸, ? ~ 1135)의 서경 천도 운동의 목소리를 느꼈다면 지나치게 나간 것일까.


 <열하 일기> 안에는 여러 분야에 대해 박식한 저자가 당대의 석학들과 나눈 필담이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진 위대함은 이러한 교류의 지향점이 우리의 현실 삶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리다. 관념적인 태극(太極), 이기(理氣) 사상에서 벗어나 하부구조에 집중한 박지원의 글은 이러한 점에서도 단순한 여행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리뷰의 마지막은 미 美 - 중 中 양 대국의 갈등과 협력 속에서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우리 나라의 엄중한 외교 현실에 대한  연암의 조언을 옮기면서 갈무리 하자...


 무릇 천하의 일이라는 것은 비유하자면 양쪽에서 줄을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줄을 당기다가 줄이 끊어지면, 끊어지는 곳 가까이 처했던 쪽이 먼저 넘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힘이 대등하게 겨룰 만하기 때문에 천하에는 거스르는 것과 순종하는 차이, 즉 밀고 당기는 차이는 있어도 어느 쪽이 옳다든지 어느 쪽이 틀렸다든지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하게 승패의 자취가 갈리게 되면 거스르거나 순종한다는 뜻의 역순 逆順이라는 두 글자는 도리어 등불 뒤의 어두운 곳에서 귀엣말로 소곤거리는 말이 되고 맙니다.(p420) <열하 일기 2>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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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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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1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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