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이 일으킨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농경을 통해  (수렵·채집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훨씬 많은 식량을, 즉 농부를 비롯해 그의 가까운 가족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충분히 생산해 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잉여분의 식량이 이후 일어나는 그 모든 사회적·정치적 변화의 토대였다. 그 덕에 일부는 농사를 짓지 않고도 생계를 부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여기서 핵심 질문은 농부가 가지고 있던 그 잉여분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가져갔는가 하는 점이다._클라이브 폰팅,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 p128

굳이 헤시오도스의 「일과 날」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가 진보해오지 않았음을, 그리고 리프킨의 「엔트로피」가 주장하는 바처럼 우리의 기술은 발전되었다기보다 ‘차선‘을 이용하기 위해 변용되었음을 인정한다면, ‘신석기 혁명‘을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수렵 경제에 비해 필요노동량은 증대된 상황에서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생겨난 형이상학적 설명이 종교,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이래 오늘날까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 인류는 우리가 길들인 가축과 곡물들의 존속을 위해 이들에게 이용당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쉽게 떨치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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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1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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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는 유럽 중심의 세계사관을 거부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럽은 중국, 이슬람과 더불어 하나의 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가정 위에 서술된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는 기존의 주류 세계사 책과는 분명 구분된다. 그렇지만, 보다 미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계도 분명해진다. 서구 중심의 세계사가 아닌 폭넓은 세계관을 담았다고 하는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지만, 지역사와 관련한 각국의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문제까지 충분히 담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본문에서 중국과 이슬람 문명은 유럽 중심주의의 자리를 나누어 가졌음을 우리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는 유럽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세계관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한층 진일보했지만, 인류 보편의 역사로서 세계사관이 담긴 책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반도는 이 시기에 접어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한나라를 비롯한 중국 북부 여타 국가들의 변경 지대에 해당했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지배력은 시기별로 강도가 달라지다가, 한이 설치한 군현 내부에서 서서히 한반도의 지방 통치자들의 세력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의지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해 나갔고,  대체로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통치했으며, (이 당시에  한반도의 사회들은 전반적으로 혈연을 기반으로  했다.)  통치 씨족의 권력은 먼저 형제간에 이양된 뒤 계승자가 더는 남아 있지 않을 때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삼국 중에서도 고구려가 가장 막강했는데, 단지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가까이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북부의 만주 지방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 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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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1 ~ 1900」는 ‘파리코뮌- 빅토르 위고‘로부터 시작하여 ‘드레퓌스 사건 - 에밀 졸라‘로 마감되는 세기말 파리의 예술사다. 여러 면에서 이 책은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빈」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19세기 말 이성과 문화의 정점을 향해 달리던 두 제국의 황혼을 다뤘다는 소재면에서 발견할 수 있겠다. 차이점이라면 전자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찬란한 영화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프랑스 제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과 후자가 다민족으로 이뤄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통합노력이 그려진 정도가 아닐까 한다.

19세기 제국주의 황혼에 핀 문화, 예술, 과학에 대한 비교는 다른 페이퍼로 미루고 이번에는 간략하게 19세기 파리 물랑루즈(Moulin Rouge)의 배경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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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예술가들의 파리 1~3 세트 - 전3권-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 파리는 언제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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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언제나 축제- 헤밍웨이, 샤넬, 만 레이, 르코르뷔지에와 친구들 1918-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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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프루스트, 퀴리와 친구들 190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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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모네와 마네, 졸라, 에펠, 드뷔시와 친구들 1871-1900
메리 매콜리프 지음, 최애리 옮김 / 현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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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방가르드의 의도적인 전통 도덕 무시나 새로운 산업자본가들의 부의 과시뿐 아니라 인상주의나 상징주의 같은 모든 새로운 것이 문제였으니, 자신들의 오래된 세계와 가치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불안한 영혼들은 그 모든 것에 대해 퇴폐적이라고 아우성쳤다. 급속히  사라져가는 세계, 향수 어린 회고 속에서 안전했다고 기억되는 세계 대신, 무정부주의자들의 폭탄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빈곤의 늑대가 문 앞에서 울부짖는 세계가도래한 것이었다. 이처럼 불안한 시대는 희생양을 필요로 했으니, 세기말 프랑스에서는 급증하는 유대인 인구가 필요한 표적을 제공했다.  - P409

프랑스대혁명을 경축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달가운일이 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래서 애초부터 그 계획의 초점은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많은 사람에게 가능한 한 호소력 있는 박람회가 되게 하자는 데 모아졌다. 거기에 뭔가 진짜 볼만한 것을 내놓자는 자연스러운 바람이 더해져, 일찍이 지어진 어떤 것보다도 높은 (300미터짜리) 거대한 탑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 P243

국채의 대대적인 성공 덕분에 일종의 황홀경이 프랑스를 휩쓸었다. 애국주의와 상당한 수익률이 합쳐져 독일로서는 거의 예상치 못했던 전국적인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프랑스의 국가 재건이 국고를 말려버리고 군사력을 한층 더 약화시켜 독일군이 몇 년 더 프랑스 땅에 주둔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은 이 첫 번째 장애물을 깃발 날리며 뛰어넘었다. 물론 프랑스가 그 독일군 정복자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려면 아직도 30억 프랑을 더 치러야 했지만 말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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