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 버린 우리들의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수고이다. 우리가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는 우리의 의식이 닿지 않는 아주 먼 곳, 우리가 전혀 의심해 볼 수도 없는 물질적 대상 안에 숨어 있다. - P13

물이 담긴 사기 그릇에 형체 없는 종이 조각들을 넣자마자종이가 퍼지고, 윤곽이 생기고,
색깔이 나타나고, 또 제각기서로 다른 모양이 만들어져꽃이 되고, 집이 되고, 우리가 잘 아는 사람 모습이 되는일본 놀이에서처럼, - P16

이모네 정원에 핀 꽃,
스완 씨네 넓은 뜰의 온갖 꽃들,
또 비본느 강의 연꽃은 물론,
순박한 마을 사람들, 작은 집들,
그리고 마을 성당, 나아가 콩브레 전체와 그 근방, 이 모든 것,
마을과 정원들이 모두 내 홍차잔으로부터 고스란히 살아서 나왔다. - P17

성당의 모든 것들은 나로 하여금 성당이 마을 전체와는 전혀 다른 무엇인 것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성당은 이를테면 사차원으로 이루어져(네번째 차원은 시간이다),
수세기에 걸친 오랜 세월을 통과한 커다란 배와도 같았다. 이 배는 성당의 이 열에서 저 열까지,
제단에서 또 다른 제단까지,
단지 몇 미터에 불과한 거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러 시대의 질곡을 굳건히 통과한 듯했다.
성당은 시간과 싸워 승자가 된 것이다. - P21

하지만 가학적 성격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벵테이유 양과 같은 부류의 사람은 실상 아주 감상적이고 본성이 착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그런 사람은 본성이 악한 사람과는 달리, 비록 육체적 쾌락을 좇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내심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설사 잠시 불순한 쾌락에 빠져들 때에도 자기 자신이나 공모자에게 타고난 본성이 아닌 악한 사람의 탈을 쓰거나쓰도록 하는데, 그들은 그렇게 해서 잠시나마 자기 자신을 속임으로써 조심스럽고 다정다감한 자기의 영혼으로부터 일탈하 여 비인간적 쾌락에 탐닉할 수 있는 것이다. - P61

이렇듯, 나에게 메제글리즈 쪽과 게르망트 쪽은 우리가 복합적으로 영위할 수밖에 없는 삶의 다양한 국민들이 서로 얽혀 있는 공간・여러 우여곡절과 자잘한 사건들로 풍요로운 공간, 요컨대 나의 지적 삶을 이루는 공간이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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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의 함의를 추출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은 트럼프와 협상해서 일본보다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둘째, 트럼프는 동맹국인 한·일 양국 모두에게 찬물을 뒤집어씌웠다. 한국은 ‘덜 가혹한대접을 받은 것뿐이다. - P10

가장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운영하는 ‘차세대 자동차정보관리시스템(Car365)‘에서 발생했다. Car365 홈페이지(car365.go.kr)에서 특정 자동차 번호가 포함된 URL을 입력할 경우, 해당 차량소유주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된다는사실을 확인했다.  - P19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국민 보호의 제2 저지선 내지 제2 방어선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은,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으로 전락한 이유는 검찰청이 수사권을 남용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보완수사권이라고 다를 수 있을까? 보완수사권 남용에 대한 철저한 견제 장치 없이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그대로 존치한다면, 이번에도 ‘검찰개혁‘의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 P34

 <불안 세대>의 저자조너선 하이트는 한국 아이들이 이미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로 어린 시절을 잃어은 버린 상태여서 스마트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우리 청소년은 스마트폰으로 더 나빠지지조차 못할 만큼 안 좋은 상태라는 뜻일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슬픈 이야기다. - P38

사람은 연약한 존재다. 나의 분노가 이글거리면 타인의고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의고통을 인정받아야 타인의 상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들어주는 게 다큐감독으로서의 내 역할이다. - P54

정원이라고 하면 식물을 먼저떠올리기 쉽지만 핵심은 식물보다돌이다. 몇백 년이 지나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가치를 지켜주는 게 돌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원을 조성할 때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돌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이다. - P57

축구판에서 사제지간은 옛말이다. 권력은 늘 강자 편에 서고, 그 힘은 대부분 대중적 인기에서 나온다. 당신이 축구감독이라서 본인 입맛대로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신속한 태세전환을 권고한다. 자기 자식도 말이 통하지 않는 판국에 2025년 백만장자 청년 스타들이 본인 뜻대로 움직여줄 리 없기 때문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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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
리언 지음, 피테르 브뤼헐 외 그림, 권호 기획 / Muse(뮤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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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윌리엄 H.맥닐 지음, 허정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9년 12월
17,000원 → 17,000원(0%할인) / 마일리지 17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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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웹- 세계화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존 맥닐 지음, 유정희.김우영 옮김 / 이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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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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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 1 히스토리아 문디 6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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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이례적으로 매력적이고 강력한 문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을 경우, 여러 문화 사이의 균형은 그 문명의 중심부가 발산하는 힘에 의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 문명에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또는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고유한 생활방식을 바꾸게 된다... 시대가 변하면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문명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바뀐다. 따라서 일차적인 변화의 중심지를 확인한 다음 지구상의 다른 민족들이 문화활동의 1차적 중심에서 일어난 혁신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반응 또는 반발했는지 고찰하면 세계사를 각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다. _ <세계의 역사 1>, 서문 中 


 많은 세계사 책이 있지만, 윌리엄 맥닐(William H. McNeill)의 <세계의 역사>만의 관점 또는 특징이라면 '문명 간의 관계성'이라 할 수 있다.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인류의 역사를 자연과 관계에서 '도전-응전'으로 해석한다면, 맥닐은 인류 문명 안에서 주고 받는 영향력과 그 파급 효과로 세계사를 바라본다. 토인비에 비해 역사의 초점이 조금 더 문명으로 옮겨간 듯한 느낌을 주는 <세계의 역사 1>에서 시기를 다르게 꽃피운 문명들이 흥망성쇠를 달리하며, 중심지를 옮겨가고, 문명 내부에서 정치, 사회, 문화가 주고 받는 영향을 통해 써내려가는 역사를 빚어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처럼 맥닐의 관점은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문명 내부의 '위치에너지'가 아닌, 문명 상호 간의 '운동에너지'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탁월하고, 맥닐의 세계사가 주는 독서의 이유라 생각한다. 반면, 이 책이 갖는 한계점도 분명한데, 그것은 이 책 역시 서구중심주의라는 위치에너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관점은, (1) 전체적으로 서구중심적인 서술과 (2) 농경문화를 문명으로, 유목문화를 야만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3) 결국 '유럽 중심의 역사'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본문에서, 맥닐은 유목민을 문명의 '외부자' 혹은 '야만'으로 규정하지만, 동시에 그들이야말로 유라시아 대륙의 문명들을 연결하고 기술(전차, 기마술 등)을 전파한 '운동에너지의 핵심 전달자'였음을 함께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순점은 이 책의 한계로 고스란히 남는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문명 내부의 '위치에너지'가 아닌, 문명 상호 간의 '운동에너지'에서 찾는다는 저자의 탁월한 관점은 진정한 세계사를 찾는데 발걸음 중 하나라 여겨진다...

청동제 무기 및 무구와 말을 장만하고 쇠와 가죽을 다루는 숙련된 기술 및 여타 직인의 기량을 동원하여 제대로 된 전차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따라서 전차의 수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차의 시대는 귀족주의적인 시대이며, 군사줜과 겨제적/정치적 통제력이 극소수 엘리트의 손아귀에 들어 있었다 - P110

철제 도구와 무기는 빈부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전쟁과 사회를 대중화했다. 또한 농촌의 농민과 도시의 직인을 호혜적인 교환관계로 묶어줌으로써 사상 최초로 문명이 진정한 지역적 특색을 지니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알파벳은 보통사라도 초보적인 식자(識字)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줌으로써 지식을 대중화했다. - P129

기원전 500년부터 서기 1500년까지의 역사는 무엇보다도 문명세계의 생활양식이 이웃 야만족의 문화를 압도하고, 늘 성공적으로 팽창한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갱신되어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또한 서아시아, 인도, 유럽, 중국이라는 4대 문명의 중심지 사이에 대략적인 균형이 이루어진 과정이기도 하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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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 케임브리지 세계사 13
제리 벤틀리.산자이 수브라마니암.메리 위스너-행크스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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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해상 및 육로 무역을 통해 은(銀)이 중국 시장으로 향한 것은 당연히 이익 때문이었다. 은을 실은 선박과 육로 교통의 화물에는 아메리카의 식물과 종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히 은 시장에서의 이익만 기대했을 뿐이지만, 이를 계기로 이후 5세기에 걸쳐 지속될 복합 순환 구조의 상호작용이 시작되었다. 환경, 전염병, 식물, 인구, 문화의 힘은, 그리고 이들이 경제에 미친 여파는 16세기 이래 21세기 초엽까지 이어진 세계적 진화를 만들어갔다. _ <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 p398


 생산, 소비, 교환. 일찍이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은 이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정의하고 이를 주제로 대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집필했다면, 케임브리지 세계사 13권 <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은 15세기~19세기의 세계를 이들 3요소로 연결시킨다. 15세기 이전 재정위기가 닥치기 이전 중국은 세계에 화폐(은)와 선진기술을 통해 만든 상품의 공급자였다. 마치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처럼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했던 절대강자의 쇠퇴는 도전자들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되었다.  


 1400년에는 중국이 기술적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1800년에 이르러 영국은 최초의 산업혁명을 거치며 세계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하는 중이었다... 포메란츠(Pomeranz)에 따르면 18세기 후기까지도 생활수준이나 석탄 이용의 측면에서 영국이 중국의 도시 지역보다 더 우위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메리카의 플랜테이션 농장, 그곳의 노예노동, 값싼 원자재, 본국의 제조 상품을 소비할 식민지 시장 등이 영국이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_ <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 p332


  달러가 부족하면 달러를 찍어내면 통화공급이 가능한 오늘의 미국과는 달리 15세기 기축통화 은의 공급자였던 중국(明, 淸)이 수입국으로 변화한 사건은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중국과의 은 거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에스파냐의 의도는 중남미 아메리카에서 대규모 은광과 플랜테이션 농업을 야기시켰고, 이를 위해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강제로 이주해야 했다. 대항해 시대의 후발 주자였던 영국과 네덜란드는 에스파냐를 따라잡기 위해 상업과 군사력을 결합시켜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로 가는 첫 출발을 여는 역사가 본문에서 펼쳐진다.


 1700년경 VOC(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EIC(영국 동인도회사) 두 기업이 누린 성공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덴마크의 역사학자 닐스 스틴스고르(Niels Steensgaard)는 "안전 비용의 국제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즉, 두 회사는 모두 경쟁사를 제압하기 위해 해군력을 배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상품의 시장 판매 비용에 성공적으로 포함시켰다. _ <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 p445


 이처럼 <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에서는 생산, 소비, 교환으로 연결된 세계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넘어선 '사상과 문화의 교류'가 어떻게 각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도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의 유교 문화 수용이다.


 조선에서는 정교한 중국식 가족제도를 받아들였는데, 이는 송나라 시기 신유학 운동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제도였다. 중국 문헌들이 꾸준히 참조되었으며, 한국 전통의 잔재는 개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엄격한 친족 시스템과 엄밀한 중앙집권 귀족 국가 체제가 공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체제는 1900년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도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_ <세계화의 시대 3 : 이민과 세계무역>, p123


 이는 당시의 교류가 단순히 물질의 교환에 한정된 것이 아닌, 한 사회의 정치와 사회 구조에 500년 이상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한 '사상의 교류'였음을 보여준다. 마치 오늘날의 K-POP처럼. 독자들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오늘날의 글로벌 공급망 갈등이나 기축통화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사실은 16세기 은(銀) 무역과 동인도 회사의 무력 충돌에서 나타난 멜로디의 또 다른 변주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을 하나의 이유를 든다면, 이 점을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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