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 1 히스토리아 문디 6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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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이례적으로 매력적이고 강력한 문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을 경우, 여러 문화 사이의 균형은 그 문명의 중심부가 발산하는 힘에 의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 문명에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또는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고유한 생활방식을 바꾸게 된다... 시대가 변하면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문명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바뀐다. 따라서 일차적인 변화의 중심지를 확인한 다음 지구상의 다른 민족들이 문화활동의 1차적 중심에서 일어난 혁신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반응 또는 반발했는지 고찰하면 세계사를 각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다. _ <세계의 역사 1>, 서문 中 


 많은 세계사 책이 있지만, 윌리엄 맥닐(William H. McNeill)의 <세계의 역사>만의 관점 또는 특징이라면 '문명 간의 관계성'이라 할 수 있다.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인류의 역사를 자연과 관계에서 '도전-응전'으로 해석한다면, 맥닐은 인류 문명 안에서 주고 받는 영향력과 그 파급 효과로 세계사를 바라본다. 토인비에 비해 역사의 초점이 조금 더 문명으로 옮겨간 듯한 느낌을 주는 <세계의 역사 1>에서 시기를 다르게 꽃피운 문명들이 흥망성쇠를 달리하며, 중심지를 옮겨가고, 문명 내부에서 정치, 사회, 문화가 주고 받는 영향을 통해 써내려가는 역사를 빚어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처럼 맥닐의 관점은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문명 내부의 '위치에너지'가 아닌, 문명 상호 간의 '운동에너지'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탁월하고, 맥닐의 세계사가 주는 독서의 이유라 생각한다. 반면, 이 책이 갖는 한계점도 분명한데, 그것은 이 책 역시 서구중심주의라는 위치에너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관점은, (1) 전체적으로 서구중심적인 서술과 (2) 농경문화를 문명으로, 유목문화를 야만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3) 결국 '유럽 중심의 역사'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본문에서, 맥닐은 유목민을 문명의 '외부자' 혹은 '야만'으로 규정하지만, 동시에 그들이야말로 유라시아 대륙의 문명들을 연결하고 기술(전차, 기마술 등)을 전파한 '운동에너지의 핵심 전달자'였음을 함께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순점은 이 책의 한계로 고스란히 남는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문명 내부의 '위치에너지'가 아닌, 문명 상호 간의 '운동에너지'에서 찾는다는 저자의 탁월한 관점은 진정한 세계사를 찾는데 발걸음 중 하나라 여겨진다...

청동제 무기 및 무구와 말을 장만하고 쇠와 가죽을 다루는 숙련된 기술 및 여타 직인의 기량을 동원하여 제대로 된 전차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따라서 전차의 수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차의 시대는 귀족주의적인 시대이며, 군사줜과 겨제적/정치적 통제력이 극소수 엘리트의 손아귀에 들어 있었다 - P110

철제 도구와 무기는 빈부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전쟁과 사회를 대중화했다. 또한 농촌의 농민과 도시의 직인을 호혜적인 교환관계로 묶어줌으로써 사상 최초로 문명이 진정한 지역적 특색을 지니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알파벳은 보통사라도 초보적인 식자(識字)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줌으로써 지식을 대중화했다. - P129

기원전 500년부터 서기 1500년까지의 역사는 무엇보다도 문명세계의 생활양식이 이웃 야만족의 문화를 압도하고, 늘 성공적으로 팽창한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갱신되어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또한 서아시아, 인도, 유럽, 중국이라는 4대 문명의 중심지 사이에 대략적인 균형이 이루어진 과정이기도 하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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