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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평점 :
심리적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누구든지 간에,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라든가 직업, 성격, 혹은 지능이 비슷하든 비슷하지 않든간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고립되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군중은 일시적 존재로서, 마치 어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결합에 의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잠시동안 결합한 이질적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 ~ 1931) <군중심리 Psychologie des Foules>中 -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를 통해 개인 심리와는 다른 군중이라는 집단(集團) 심리에 주목하고 있으며,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Louis Bernays, 1891 ~ 1995)는 한 걸음 더 나가서 <프로파간다 Propaganda>를 통해 대중심리 조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이어, 특정 생각이나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할 경우 그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조작해야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아울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새로운 선전의 합당한 위상을 모색하는 한편, 서서히 진화해 나가는 선전윤리 및 실천 규범도 제시하고자 한다.(p74)
1.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선전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20세기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이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간접민주주의 방식의 정치 체제가 도입되었고, 이러한 체제 하에서 대중들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론상으로 모든 시민은 공공의 사안과 개별 행동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닥칠 때마다 그와 관련된 난해한 경제, 정치, 윤리 정보를 시민 개개인이 직접 연구해야 한다면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 범위를 현실에 부합하는 비율로 좁히기 위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정부가 각종 정보를 추려내 중요한 사안만 부각시키도록 하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우리의 지도자와 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공공의 문제와 관계있는 사안들의 증거와 범주를 받아들인다.(p63)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권력자들은 '선전'을 통해 대중들의 심리를 조작하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생긴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invisible government)'를 이룬다.(p61)
지도자는 때로는 전사, 때로는 독재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직에 출마하려면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 속에서 타고난 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선전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p173)
2. 선전이란 무엇인가?
개인들은 집단화와 제휴의 과정을 통해 대중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선전은 이러한 집단화 과정에서 의도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노력이며, 개인과 집단 모두를 고려한 종합적인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집단화와 제휴라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 교류 구조야말로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집단 사고를 조직하고 대중의 생각을 단순화해온 방식이다.(p73)... 현대의 선전은 기업이나 사상 또는 집단과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새로 만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끼워 맞추려는 일관된 노력이다.(p83)
새로운 선전은 단순히 개개인이나 대중의 마음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더불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린 채 그 구조를 이루는 각계각층과 각 계층의 충성도까지 고려한다. 새로운 선전은 개개인을 사회라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로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단위를 구성하는 세포로도 바라본다.(p88)
3. 선전은 누구에 의해 누구를 대상으로 실행되는가?
선전은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 시행된다. 소수의 깨어있는 이들에 의한 일종의 계몽(啓夢)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회 전체가 유지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군중은 감정적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선전이 필요해진다.
트로터와 르봉은 집단 심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대신 충동, 습관, 감정이 자리한다. 결정을 내릴 때 집단 심리는 대개 믿음이 가는 지도자의 선례에 따르려는 충동을 보인다. 이는 가장 확고하게 구축된 대중심리학의 원리 가운데 하나다.(p118)
하지만 선전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책무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지고 있다. 미국의 진보와 발전을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이들 소수 집단의 활발한 선전 활동에 달려 있다. 소수 지식인 집단의 의욕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대중은 비로소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p92)
보이지 않는 정부는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대중의 의식과 습관을 지배하는 사회 기구를 조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p102)
4. 유능한 선전가가 되기 위해서
유능한 선전가 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 또는 행위의 이면(裏面)을 해석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확산시켰을 때 그는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대개 스스로 감추고 있는 동기에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는 이러한 일반 원리는 개인 심리뿐만 아니라 대중 심리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유능한 선전가가 되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동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러한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p123)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정치인이 대중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원인이 있다. 정치인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스스로를 어떻게 부각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p173)... 개념을 확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현대 사회의 '집단 형성(group formation)' 활용하는 것이다.(p128)
<프로파간다>는 위와 같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감정적인 군중을 대상으로 소수의 지식인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세기 초기에 쓰여진 <프로파간다>의 기원은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의 <군주론 Il Principe>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후대의 영향은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의 <넛지 Nudge>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군주론>에서 군주국에서 군주가 해야할 덕목을 이야기 한다면, <프로파간다>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수의 지배자가 어떻게 대중을 다룰 것인가를 말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프로파간다>는 민주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군주론>이라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선전가, PR 담당자)는 의뢰인과의 거래에서 솔직해야 한다. 대중을 바보로 만들거나 속이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그런 평판을 얻게 되면 그의 직업 생명은 끝나고 만다. 선전 자료를 외부에 내보낼 때는 출처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p111)
[사진]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 '진실은 언제나 하나' (출처 : 유튜브)
저자 비록 위와 같은말을 통해 정보의 왜곡을 경계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다른 것 같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저마다 자신이 진실을 말한다는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일반 대중들은 왜곡된 진실을 접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바람은 단순한 희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프로파간다>는 이처럼 군중 심리를 기반으로 한 여론 조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칼을 도둑이 들면 흉기가 되지만, 어머니가 들면 주방기구가 된다'는 옛말처럼 여론 조종 역시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프로파간다>가 보여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에 의한 여론 조작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는 면에서 심리학의 고전이라는 평에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