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네 집 - 작지만 넉넉한 한옥에서 살림하는 이야기
조수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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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옥에서 거창한 의식과도 같은 비움의 시간을 가졌다. 비워내자 오히려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쭉 뻗은 나무 기둥과 서까래, 따뜻한 흙벽, 아담한 장독대와 마당, 이미 집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큰 가구부터 작은 수저까지. 하나씩 정리하면서 아름다운 집은 치장된 겉모습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p16)‘

아내를 따라 학교 관사로 이사온 지도 벌써2년 반정도 지났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나중에 우리 집을 짓기 전 미리 단독 주택을 체험하자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삶의 대부분을 아파트 생활을 해왔던 저희 가족의 (한옥은 아니지만)단독 주택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옥과 전원 생활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러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는 극히 드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불편함이 당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책으로 굳이 출판할 이유는 없겠지요.

많은 이들이 전원 생활 또는 마당이 있는 집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이야기합니다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마당을 보겠습니다. 처음에 많은 이들이 마당에 잔디를 깔지만, 잔디 관리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마당의 잔디는 자갈로 바뀌고, 자갈은 다시 시멘트로 바뀌게 됩니다. 도시에 살 때는 잘 모르지만, 잡초의 생장 속도와 번식력은 공포스러울 정도라 아예 시골 대부분의 집에서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쁜 직장인들은 별도의 정원 관리사를 두지 않는다면 여름 주말에는 잡초 제거를 하느라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비워야할 각오가 되어야 합니다.

또, 많은 이들 평상을 펴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 꿈을 꿉니다. 그렇지만, 시골에서도 요즘은 미세먼지 등으로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드물어졌습니다. 여름에는 많은 곤충들과 겨울에는 주변보다 낮은 기온으로 생각보다 마당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책에서 느끼는 5분, 10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아파트 생활에는 예상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수고가 잠시의 여유를 위해 아깝지 않다고 여겨질 때 전원 생활의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율이네 집」은 사실 전원 생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한옥 생활의 여유로움을 말하고 있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 전원 생활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제가 전원 생활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말한 것 같습니다만, 엄연한 현실임을 막연하게 전원 생활을 동경하시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곳 생활에도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조용하고 진정으로 쉴 수 있으며,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1시간에 1대 오는 마을버스의 불편함 보다 크게 생각할 수 있다라면 전원 생활은 아름다운 삶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라면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사람마다 1대씩 차가 있어야 원하는 때에 일을 볼 수 있습니다...)

「율이네 집」은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사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책의 내용 속에서 저는 이 분들의 노력과 배려가 고풍스러운 한옥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리뷰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고3 수험생 시절은 누구에게나 힘든 경험이었겠지만, 시간이 흐른 다음 그 시절을 추억하면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될 것입니다. 힘든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니까요. 그래서, 인간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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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2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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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2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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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0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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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0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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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12-03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대한 동의와 함께 제 의견을 남기려 하니, 제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군요.^^

(아마도 내년에) 자연과 인간 윤리 및 기대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12-03 08:32   좋아요 1 | URL
^^: 네 마립간님 감사합니다. 벌써 12월이군요.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2017-12-03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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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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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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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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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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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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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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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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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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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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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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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5: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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