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 (출처 : http://yuro.egloos.com/v/3622580)


 다음은 어린 시절 읽었던 ABE 전집 중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라는 작품의 내용이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약초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웃 마을 아주머니를 치료해 준 것이 빌미가 되어 마녀로 잡혀가게 되었고, 주인공은 이를 피해 도망가게 된다. 작품 속에서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마녀로 몰린 어머니가 어떤 고문을 당했으며, 재판을 받고 화형을 받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그려졌다. 어머니가 화형을 당한 후 주인공을 돌봐주던 박사도 마법사로 몰린 이후 주인공은 멀리 떠나면서 작품은 끝나게 된다. 당시 너무도 작품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기에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 1400 ~ 1775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기소된 마녀 재판과 처형. <마녀>에서는 이 사건의 의미를 <대항해 시대>의 저자 주경철 교수가 제3자의 시각에서 유럽 문명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림] 마녀의 화형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everei1&logNo=30094802055&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0. 마녀의 특성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마녀의 특성은 대체로 15 ~16세기에 형성된 개념이며,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귀할멈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형성된 것은 근대 초기에 해당되는 시기에 해당된다. 적(敵)그리스도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악마와 그의 하수인에 대한 초기 기독교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였을까?


[그림] 마녀 (출처 : https://pixabay.com)


 

'베링어 Wolfgang Behringer는 대체로 15 ~ 16세기부터 널리 퍼진 마녀의 특성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요소들을 모아 "정교화된 마법 elaborate concept of witchcraft" 개념을 이야기했다. 그 중요한 6가지 특성은 다음과 같다.(Behringer 1997,14)


가. 악마와의 계약(기독교 배교) 나. 악마와의 성관계 다. 날아서 이동하는 능력 라. 악마가 주관하는 모임(사바스)에 참석 마. 사악한 위해의 행사 바. 아이 살해'(p35)


1. 초기 기독교와 악마


 그렇지만, 처음부터 마녀의 이미지가 다음과 같은 이미지였던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 초기 단계에서 악마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악(絶大惡)의 형상과는 많이 다르다. 기독교 형성 초기에는 '신(神)의 절대성'이 강조되고, 여기에 대항하는 악(惡)의 무력함이 강조된다. 기독교의 힘이 아직 미약했기에 '신의 전능함'이 오히려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악의 무력함'은 기독교가 유럽의 종교가 된 후 다른 양상을 맞이하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Hipponensis, 354 ~ 430)의 주장의 요체는 이교(異敎)의 신이 변신하여 악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교는 "가증스러운 미신"이다. 악마는 일부 사람들을 하수인으로 삼고는 사악한 힘을 행하도록 만든다... 후대의 마녀사냥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아우구스티누스의 악마론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첫째는 악마과 그 하수인의 힘이 이 세상의 일에 대해서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실제" 위험에 빠뜨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일 이런 주장이 계속 대세였다면 기독교 사회는 단지 진실한 믿음을 간직하고 유혹에 조심하면 될 뿐, 마녀를 붙잡아 고문하고 화형에 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p51)


'아우구스티누스와 마찬가지로 캐자리우스 역시 사악한 세력이 기독교보다 결코 힘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악마는 당신이나 당신에게 속하는 사람들, 동물들, 혹은 그 외 당신의 아주 작은 것들이라 하더라도 해치지 못한다."(4조)...사악한 이단의 근원은 명백하게 악마로 적시되었다. 기독교가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은 선을 규정하는 동시에 악의 세력 역시 새롭게 규정해 가는 과정이었다.'(p53)


2. 성(聖)과 속(俗)의 결탁


유럽이 기독교의 세계가 된 이후 성(聖  : 교황권)과 속(俗 : 황제권)은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두 절대권력의 충돌은 결국 일방의 승리가 아닌 두 권력의 화해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두 권력은 상호 영향을 미치며 중세 유럽의 사회, 특히 신성로마제국을 끌고 나가는 두 동력이된다.


[그림] 카노사의 굴욕 (출처 : 위키백과)

 

 '서임권의 투쟁의 양상은 카노사의 굴욕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서임권의 문제를 넘어서서 더 본질적인 문제로 발전한다... 누가 최상위 권한을 가지느냐의 문제는 이 세상의 틀을 어떻게 짜느냐 하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었다.(p92)... 교황과 황제 간 투쟁에서 표면적으로는 그레고리오가 졌으나 최종적으로는 그가 시작한 교황의 이상이 달성된 셈이다. 이제 성직자 독신제가 성립되고 성직 매매는 소멸되었다. 교회 조직은 세속 당국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조직으로 거듭났고, 그 바탕 위에 최고 권위를 주장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교회의 근본적 발전이 다시 세속 국가의 발전을 가져오는 또 다른 반전을 낳았다. 세속 권력은 교회 공동체의 발전을 모범으로 삼고 좇아갔다.'(p94)


 성(聖)과 속(俗)의 결탁은 시간적으로는 중세, 공간적으로는 신성로마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 ~ 1986)에 따르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성'과 속'의 관계는 세계사적인 현상이며,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의 여러 국면을 통해 표현된 성의 현현(顯現)(그것이 나무를 통해서 현현되었든 혹은 돌을 통해서 현현되었든)은 인식하는 주체가 성을 외화한 것에 불과하고, 동시에 이미 세계의 모습으로 육화되어 있는 성을 발견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성(聖)과 인식 주체인 인간 및 세계는 서로 뗄 수 없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p45)  - 엘리아데, <성(聖)과 속(俗) Das Heilige und das Profane> -


3. 마녀 개념의 도약 : Agnus Dei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유럽 사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유럽 사회는 사회 문제를 돌파할 계기가 필요해진다. 그리스도가 스스로 제물이 되었듯, 그들은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양)가 필요했고, 그 결과 마녀 사냥이 일어나게 된다. 


 '유럽사에서 14~15세기는 위기의 시대다. 이 시대에는 전쟁, 기근, 질병이 동시에 터져 중세 유럽 문명이 좌초할 뻔한 상황에 빠졌다. 백년전쟁과 페스트의 발병 그리고 대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격감하고 농업이 황폐화하여 농민들이 생존 위기에 몰렸고, 사회 체제가 흔들렸다.(Bios)'(p111)


 '어느 지역에서 마녀사냥의 광기가 가장 심했을까? 역사상 벌어진 마녀사냥 중 50% 정도는 신성로마제국 영토 내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전역에서 벌어졌으나 중요한 중심지들이 따로 존재한다. 예컨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곳들은 대개 엘방엔,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같은 독일의 작은 교회령들이다. 이런 곳에서는 교회와 국가 권력이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사태가 진행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대개 중앙 권력이 미약하고 사법제도가 미비한 곳에서 자의적이고 억압적인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p11)

 

마녀 사냥의 대상은 지식인 계층과 여성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중세 질서에 위협이 되는 지식인들(과학자)과 힘이 없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이들은 공포(恐怖)를 만들어냈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부르노(Giordano Bruno, 1548 ~ 1600)의 화형,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 ~ 1642)의 종교재판 등이 지식인들에 대한 마녀 사냥의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자연과학자들은 지식이라는 힘이 있었기에 18세기 이후 '제국주의'라는 틀 안에서 '종교'와 결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잘 묘사된다.) 반면, 힘없는 여성들에 대한 마녀 사냥은 18세기까지 지속된다.


 '교황청이 느끼는 위험한 요소들은 여러 방면에서 나왔는데, 그중 한 갈래는 지식인 계층에서 유래했다. (Bailet, 964~966). 13세기부터 점성술이나 연금술처럼 박식한 마술이 유행했다. 교회 당국도 처음에는 이런 연구 행위를 굳이 들추어내며 억압하지는 않았다.(p112) ... 칙서에서 경고하는 것은 학자들이 연마하는 고급 마술이다. 이들은 "이름만 기독교 신자"일 뿐 실제로는 악마를 숭배하고 사악한 힘을 전수받는 자들이라고 비난받는다... 비난의 대상은 분명 학자층이다. 학자들은 오랜 노력을 통해 악마의 힘에 접근할 수 있는 계약 방식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요소는 "악마와의 계약 pact"이다.'(p115)


 '마녀사냥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여성 희생자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니더는 여성성의 문제를 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여성은 욕망에 휘둘리는 약한 사람들이다.(Nider, 5.04~05)(p147)... 그는 결론을 이렇게 맺는다. "여성의 모든 악덕의 기본은 그들의 본성(本性)에서 비롯되었다."(Nider, 8,21)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반여성성을 드러내는 이 내용은 후일<말레우스 말레피카룸 Malleus Maleficarum>에서 다시 반복된다. 악의 대변인인 마녀가 대개 여성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이런식으로 만들어져 갔다. 여성의 본성이 사악하고 악마에 속기 쉽다는 것이 결국 여성이 악마의 하수인이 되는 근거로 작용한다.'(p149) 


4. 중세 마녀 사냥은 현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녀 사냥은 계몽 사상이 유럽에 확대된 이후 유럽 내에서 점차 소멸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18세기 후반에는 유럽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마녀 사냥의 배경과 발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중세 중엽 이후 서서히 사정이 바뀌어갔다. 교회와 국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정립하고 신민에 대한 지배력을 탄탄히 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그른가,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선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인 악을 억눌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악을 필요로 했고, 악을 구현하는 존재로 마녀를 발명한 셈이다. 점을 치거나 불임을 치료해 주거나 풍요제 의식을 치르는  정도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마저 어느덧 악마의 하수인으로 몰렸다.'(p306)


 <마녀>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기에 우리에게 시간적, 공간적으로 먼 이야기라 생각되기 쉽다. 그렇지만, 마녀 사냥에 얽힌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배경을 알면 알수록 우리 현대사의 모습과 겹쳐짐을 느끼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페이퍼의 길이가 상당히 넘어갔으므로 길게 설명하지 않고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마녀>를 통해 제기하게 되는 한 가지 질문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마치고자 한다. 


 역사는 순환(循環)되는 것일까? <마녀>를 읽고난 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과거를 알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수험생이 과거 기출 문제를 풀어보듯.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23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3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3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글을 읽으니까 제프리 버튼 러셀의 《마녀의 문화사》를 읽어보고 싶군요. 러셀의 책을 다 읽으면 주경철씨의 책도 읽어야겠어요. 악마, 마녀를 주제로 중세사를 보는 일이 흥미로워요. ^^

겨울호랑이 2017-07-23 20:03   좋아요 1 | URL
^^: 「마녀의 문화사」라는 책이 있군요. 저는 cyrus님 소개로 러셀의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ㅋ 더워서일까요. 어둠과 으스스함에 관심이 가네요 ㅋ

cyrus 2017-07-23 20:14   좋아요 1 | URL
여름만 되면 기괴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써보고 싶은데, 자꾸 미루게 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23 20:39   좋아요 1 | URL
^^: 공포소설도 한철이니 더이상 미루시면 안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