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 분배의 원리가 중심이 되는 정치경제학을 위하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75
데이비드 리카도 지음, 권기철 옮김 / 책세상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은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 ~ 1823)가 저술한 경제학 서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은 가치론(노동 가치론), 분배 이론(차액 지대 이론), 비교 우위 이론(비교 생산비 이론)이다. 리카도는 고전학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며,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에서는 몇몇 고전학파 경제학의 가정을 사용하여 그의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본 가정은 모든 재화의 가격은 하나의 가격을 가진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법칙, 무한한 노동 공급, 자본의 신속한 시장 진입,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수확 체감의 법칙)등이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살펴보자. 


1. 상품의 가치 : 노동 가치론 


리카도에 의하면 물건의 가치는 노동에 대한 보수가 아니라 노동량(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다만, 노동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숙련도와 노동 강도가 상이한 특징을 가지며,(노동의 질(質)적 차이) 상품의 가치는 화폐로 측정된 개념이 아닌 상대적 노동량(교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은 최고의 가격-모든 사물의 대가로 지불되는 최초의 구매 대금이다.... 대개 이틀 또는 두 시간 만에 생산되는 것은 대개 하루 또는 한 시간의 노동으로 생산되는 것보다 두 배의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p25)


"다양한 노동의 질을 고려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 모든 실제적 목적에 맞게 충분히 정확하게 조정되며, 그것은 노동자의 상대적 숙련과 수행되는 노동의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 척도는 일단 형성되면 잘 변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p33)


"또 지적할 필요가 있는 것은, 내가 한 상품에 1,000파운드 어치에 해당하는 노동이 투하되었고 다른 상품에는 2,000파운드어치의 노동력이 투하되었기 때문에 앞의 것은 1,000파운드, 뒤의 것은 2,000파운드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 둘의 가치는 서로에 대해 2 대 1이 될 것이고 그 비율로 교환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상대 가치가 그 생산에 투하된 상대적 노동량에 지배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p61)


2. 자본가의 자본(資本) 투입 대가 : 이윤(利潤)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자본 투입 대가로 지급받는 것이 이윤이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노동의 가치'이며, 이 노동의 가치는 노동자의 직접노동뿐 아니라, 자본가들이 투입한 자본 역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투입되는 자본 양의 차이는 '노동의 양' 차이를 가져오게 되고, 그 결과 일시적으로 일반적으로 받는 수준(정상이윤)보다 높은 초과이윤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초과이윤은 '즉각적인' 다른 자본의 투입을 불러오게 되고 그 결과 자본가들이 받는 이윤의 수준은 정상이윤 수준에서 균형에 머무른다.


"두 사업이 동일한 양의 자본을 고용하더라도, 자본은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비율 면에서 아주 다르게 분할될 수 있다(p44)...그러면 여기서 자본가들은 그 상품의 생산에 1년간 정확히 같은 양의 노동을 고용하지만, 각자가 고용하는 고정자본의 양, 즉 축적된 노동의 양이 달라짐으로써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치가 달라진다."(p48)


"이윤의 하락이 없이는 노동 가치의 상승은 있을 수 없다. 곡물이 영농자와 노동자 사이에 분할될 경우, 노동자가 받는 비율이 클수록 영농자에게 남는 비율이 작아질 것이다."(p48)


"상품을 생산하는데  투입된 자본에 대한 높은 이윤은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리하여 필요한 기금이 공급되고 상품의 양이 적절히 증가하자마자 상품의 가격은 떨어지고 그 부문의 이윤은 일반적인 수준과 일치하게 될 것이다...자본이 한 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은, 바로 이 이윤의 불균등성을 통해서이다."(p128)


3. 지주의 토지 투입 대가 : 지대(地代), 차액 지대 이론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임금(賃金), 자본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을 이윤(利潤 )이라고 한다면,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의 대가가 지대(地代)다. 일반적으로 토지는 대가가 지급되지 않으나, 생산이 증가하여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토지가 개발된다면 비로소 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임금과 이윤은 생산에 필요한 토지가 충분히 공급되는 동안에도 발생하지만, 지대는 다른 두 생산요소와는 달리 낮은 비옥도의 토지가 생산에 투입되었을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대는 대지의 생산물 중에서 토양의 원천적이고 파괴될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대해 지주에게 지불되는 몫이다.(p69)... 공급과 수요의 일반적인 원리에 따르면 아직 점유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지대가 지불될 수 없을 것이다....토지의 사용에 대해 지대가 조금이라도 지불되는 것은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며, 인구가 증가하면서 질이 열등한 토지 또는 위치상의 이점이 적은 토지가 경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p72)


"사회가 발전하면서 2급 비옥도의 토지가 경작되면 1급 질의 토지에서 지대가 즉시 발생하며, 이 지대의 크기는 이 두 종류의 토지의 질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p72)


"모든 경우에 동일 금액 720파운드는 임금과 이윤으로 분할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될 것이다. 토지에서 나온 농산물의 가치가 이 가치를 초과한다면, 그것은 그 액수가 얼마이든지 관계없이 지대로 귀속된다. 초과된 것이 없다면 지대도 없을 것이다."(p122)


"가격을 규제하는 토지 양을 경작하는 영농자도, 재화를 제조하는 제조업자도 지대를 위해서는 생산물의 어떤 일부도 희생하지 않는다. 그들의 상품의 전 가치는 오직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자재의 이윤, 다른 하나는 노동의 임금이다."(p117)


4. 생산물의 가치 배분 : 차액 지대 이론


일반적으로 동일한 토지에서 동일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생산물의 가치는 노동자의 임금으로 귀속(歸屬)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자본투입비율과 한계토지의 발생으로 인해 생산물의 가치는 임금, 이윤, 지대로 나뉠 수 있게 된다.(해제 p199참조) 이러한 생산물 가치 배분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화폐단위로 측정되는 '명목임금'이 아닌 재화로 표시되는 '실질임금'이기 때문이다.


리카도의 분배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비옥도가 낮은 토지(2등급 토지) 사용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실질임금)은 생산물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전체 생산물의 가치가 상승한다.(일물일가법칙) 생산물의 가치 상승에 따라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상승하지만, '리카도의 근본정리'(임금의 상승은 언제나 이윤을 낮출 것이다)에 따라 이윤의 몫은 낮아지고, 기존 사용 토지 사용분에 대한 지대가 발생한다. 결국 생산물의 가치는 임금, 이윤, 지대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 리카도의 분배이론이다.


5. 외국과의 무역 : 비교생산비이론


리카도는 사회의 발전정도에 따라 노동의 자연 가격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생산물 가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각국은 사회 발전 정도에 따라 절대적 우위를 가지기도 하고, 절대적 열위를 가지기도 한다.


"노동에도 자연 가격과 시장 가격이 있다. 노동의 자연 가격은 대개, 노동자들이 생존하고 자신들의 씨족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존속시키는 데 필요한 가격이다... 노동의 자연 가격은 임금으로 받는 화폐량(量)이 아니라, 화폐로 구입하게 될 식량, 필수품의 양에 달려있다."(p97)


"노동의 자연 가격은, 심지어 식량과 필수품만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불변이라고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사회의 진보와 함께 제조품(의 가치)이 언제나 하락하고 농산물(의 가치)은 언제나 상승하는 데서 그 상대 가치의 불비례가 상당히 생겨나기 때문에, 부국(富國)에서는 노동자가 식량 중 아주 적은 양만을 희생하고도 다른 모든 욕구를 풍부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p10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가들의 이윤은 사회 발전에 따라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의 자본가들은 무역을 통해 자신의 이윤을 확대시킬 목적이 생기게 되고 그에 따라 무역이 발생한다는 것이 리카도의 관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윤율은 임금의 하락이 아니고는 결코 높아질 수 없으며, 임금으로 구입되는 필수품의 가격이 하락할 때 외에는 임금의 영구적 하락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므로 만약 외국무역의 확대 또는 기계의 개량을 통해 노동자의 식량과 필수품이 하락한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면 이윤은 상승할 것이다."(p146)


"그리하여 외국무역이 소득 지출 대상의 양과 종류를 늘려주고 상품의 풍부함과 저렴함으로 저축과 자본 축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한 나라에 매우 유익하긴 하지만, 외국무역은 수입되는 상품들이 노동의 임금으로 구매되는 그런 종류가 아닌 한, 자재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띠지 않는다."(p14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에서 리카도는 가치론(노동 가치론), 분배 이론(차액 지대 이론), 비교 우위 이론(비교 생산비 이론)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의 이론은 후대의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본론 (Das Kapital>을 들어가기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리카도의 경제학은 200년 전의 이론이기 때문에 현재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일례로 지주의 '지대'는 리카도 당대에는 중요한 생산요소였으나, 현재 '지대'는 당시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가치'를 '인간'의 측면에서 평가한 리카도의 관점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PS. 책세상에서 출판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는 중요한 몇몇 장(章)에 대한 번역이다. 90년대 비봉출판사에서 전체 완역하였으나, 현재 절판된 상태다. 다행히 2017년 내 재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리카도의 경제학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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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3-21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윤이 자본에서 생긴다는 이론이 유일하다고 배우고 믿었는데요. 심지어 이윤 창출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적 있습니다.
아직 공부가 짧아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단 사상들 보고 요즘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22 06:29   좋아요 0 | URL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상이 불과 백년전의 우리 삶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경제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공부도 참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2017-03-2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2 0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