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전투 혹은 오사카의 역( の)은 1614년(게이초(慶長) 19년) ~ 1615년(게이초(慶長) 20년)에 에도막부(江戶幕府)가 도요토미 가문을 공격하여 멸망시킨 전투이다. 이 전투는 오사카 겨울 전투(大坂冬の陣)와 오사카 여름 전투(大坂夏の陣)로 나뉘어 벌어진 것으로 일반적으로 오사카의 진(の)이라 불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말로 오사카의 난(大坂の乱)이라 불리기도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그림] 오사카 성 (출처 : http://www.ttearth.com)
오사카 전투는 서기 1600년에 벌어진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14년 후 2차례에 걸쳐 일어난 전투다. 그 결과 도요토미(豊臣)가문은 히데요시-히데요리 단 2대만에 멸망하고 만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에도( 江戸) 막부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 전투를 단순히 세력자의 교체의 계기로 파악할 것인가.
소설 <대망(大望)>에서는 오사카 전투의 의미를 단순히 실권자의 교체로 국한시키지 않는다. 당시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일본 천하의 패권은 도쿠가와(德川)가문으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약 200여년간 계속 이어온 센고쿠 지다이(戰國時代)가 낳은 전문 무사집단인 일본의 낭인(狼人)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들은 새로운 시대의 걸림돌로 남아있었던 시기였다. 전투가 직업인 이들에게 평화시대는 생계수단이 끊어지는 실업의 시기였고, 이들은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었다.
<대망>의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는 오사카성 전투를 새로운 시대를 열기위해 전국시대의 어둠을 소멸시키는 전투로 해석한다. 그는 오사카 여름 전투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워 후대에 신격화 된 사나다 노부시게((유키무라)真田幸村)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억에 의존하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음의 내용으로 생각된다.)
"오고쇼(大御所 :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백성들의 뜻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고, 나는 어둠의 세력과 함께 지옥불로 사라지는 것을 통해 오고쇼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에 동참하겠다."
지난 한 주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청문회가 열렸다.
정치, 경제, 교육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비리가 세상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이며, 그 문제점이 드러난 지난 한 주간을 돌아보면서 '오사카 성 전투'가 생각났다.
[그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출처 : 한겨레 신문)
국민의 뜻이 어떻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지난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책임을 떠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실망감을 느꼈다. 나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국민에게 버림받은 박근혜를 끌어안으려는 청문회 증인들의 모습에서 멸망해가는 도쿠가와 가문의 오사카성으로 '불나방처럼' 몰려가는 낭인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거대한 시대의 빛 속에서 나방처럼 소멸해갈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섣부르게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결정된 것도 아니고, 진행중인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촛불 시위로 일구어낸 '국회 탄핵 소추안 의결'이 미완의 성공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재의 박근혜 탄핵심판 결정을 기다리는 지금은 '오사카 전투'이전의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대망>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지금의 시기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대적인 배경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가 일본의 세력판도가 바뀐 큰 전투였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새시대를 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에, 오사카 성 전투가 필요했다.
우리에게 평화로운 촛불 집회로 '탄핵 소추안 의결'을 끌어낸 것은 세키가하라 전투처럼 분명 커다란 승리였지만,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을 열기에는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집권세력 교체를 통한 MB-박근혜 정부청산이 필요하다. 아마도 다음 대선 때까지가 끊임없는 전쟁이고 혼란의 시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을 힘들어야할 수도 있을 것이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부터 1614년 오사카 겨울 전투가 일어나기까지 약 14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촛불집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단순한 집권세력 교체가 아닌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라는 것을 우리가 잘 인식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준비하는 것은 촛불을 통한 참여 뿐 아니라,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주관(主觀)을 가지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차분히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때가 왔다.
PS. 요즘 친일(親日)과 관련해서 일본관련한 이야기가 민감한 시기라 다소 군국적 내용의 소설을 언급해서 그렇지만, 시대적 의미이외 다른 의미는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