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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레판토 해전>은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 중 마지막 3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은 시점은 2002년 월드컵 무렵이니 벌써 14년 전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시오노 나나미의 열렬한 팬이어서 거의 그녀의 작품을 읽었던 시기에 읽었던 작품이다.
전쟁 3부작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은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1453년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인한 기독교 세계의 위기, 2편 <로도스섬 공방전>은 로도스 섬의 기사단과 오스만 투르크의 사투를 그리면서 기독교 세계의 반격 준비가 그려지고, 마지막 3편 <레판토 해전>을 통해 오스만 투르크의 서진(西進)을 저지한 것으로 그려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3부작'만 놓고 보자면, 레판토 해전 이후 오스만의 세력이 이후 몰락의 길로 가게 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이후에도 오스만의 유럽 공략은 계속되어 168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비엔나 전투'가 오스만 투르크 vs 폴란드-리투아니아, 신성로마제국 동맹국간 발생되어 이후에도 유럽은 오스만 투르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면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흥미있게 일반에게 알리는 면에서는 매력적인 작가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에서는 작가-역사가의 입장을 오가는 무책임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내가 그녀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에 대해서는 후에 기회가 되면 추가적으로 분석하도록 하고, 갑작스럽게 <레판토 해전>에 대해 리뷰를 쓰게 된 이유는 <레판토 해전>에 나오는 국제 정세를 속에서 '박근혜 탄핵'과 관련하여 시간끌기를 하며, 명분쌓기를 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연상되어서이다.
작품<레판토 해전>에서 베네치아는 동지중해 무역의 중심 거점인 키프로스의 함락을 저지시키기 위해 '베네치아-교황청-에스파냐 함대'를 십자군의 이름으로 결성시킨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결집한 이들이지만, 각자의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좀처럼 출정하지는 못한다.
베네치아는 키프로스의 수도인 파마구스타의 함락을 위해 빠른 출정을 원하지만, 에스파냐는 자신의 출정으로 베네치아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이유로 출정을 미룬다. 작품에서는 노련하게 출정을 미루는 안드레아 도리아의 모습이 베네치아 지휘관인 바르바리고의 시선에서 잘 그려진다. 목적을 달리하던 이들을 하나로 결집시킨 것은 키프로스의 수도 '파마구스타 함락'이라는 사건이었다. 포로가 된 베네치아 지휘관이 코와 귀가 베어진 채 끌려다니다가, 살가죽이 벗겨진 채 숨이 멎을 때까지 바닷물에 담궈진 충격적인 사건 속에서 이들은 비로소 '그리스도의 전사'로 변모하게 되어 하나가 되고, 결국 이교도들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유럽인들에게는 가슴 뛰는 이야기이겠지만, 기독교 신자인 나도 비(非)유럽인이라서일까.
'배달의 기수'같은 이야기의 결론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박근혜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흐름과 제3차 박근혜 담화를 듣고 곰곰히 생각하던 중 <레판토 해전>이 생각났다.당대 국제정세와 우리 정치현실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리한 비교는 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는 <레판토 해전>의 '키프로스 파마구스타 함락'과 같은 충격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라 생각한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는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 이들을 정치권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림]레판토 해전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