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노엄 촘스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바네사 베어드 & 데이비드 랜섬 엮음, 김시경 / 위너스북 / 2012년 7월
평점 :
최근 우리 사회 경제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단어를 고르라면, 아마도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와 '경제민주주의(經濟民主主義, Economic democracy)'일 것이다. 이 두 단어는 '진보'와 '보수' 양대 진영에서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면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아 모호하게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경제민주주의(經濟民主主義, 영어: Economic democracy) 또는 경제민주화(經濟民主化)는 노동자, 소비자, 공급, 하청 업체 등등 폭넓은 대중들을 포함해 공공 이해 관계자와 기업의 관계자들과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실행하기 위해 제안된 사회-경제적 철학이다. ...경제민주주의가 바라는 이상 사회는 완전한 고용, 그에 상응한 사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진 복지 사회이다. ....경제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 경제 개입은 필수적이며, 경제 조항의 제정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 경제민주주의에 수렴하는 경제 정책을 이른바 '경제민주화'라고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
<경제민주화를 말한다>에서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는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大)주제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제구축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재벌)문제', '가계부채 문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문제' , '소득 양극화' 등을 말하며 주로 정치적 이슈가 될만한 사항을 정책 대상으로 삼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이에 반해, 이 책에서 다루는 경제민주화는 '선진국-후진국 등 국가간 소득불균형', '탄소배출권 등을 포함한 환경문제(생태문제)', '조세회피처를 활용하는 글로벌대기업문제' 등을 주제로 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같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민주화'를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결과 양산된 소득불균형, 불황등의 문제가 우리에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제문제 VS 국내문제, 경제문제 VS 경제를 포함한 사회문제로 보는 시각차가 우리의 경제민주화와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차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어떤 세계사적 조류(潮流)의 영향을 받는가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흥미있는 주제를 제시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 출처 : BBC Weather>
날씨를 알려면 우리나라의 날씨만 봐서는 안된다. 지구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상흐름을 읽어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며, 이 책 <경제민주화를 말한다>는 그런 세계적인 흐름과 인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말한다>에서는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인류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책이 나온 시점은 2012년으로 한창 미국, 유럽 등지에서 '양적완화(QE : Quantitative easing)'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고, 발행된 화폐로 다시 국채를 구입하면서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만 폭등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양적완화로 인한 경제회복에 어느정도 희망을 가졌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지금 2016년의 경제상황은 그와 다르다. 지금은 꾸준한 QE정책과 일본과 일부 유럽에서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등 무차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금융시장은 수치상으로는 2008년 경제위기전으로 회복되었다.(내용적인 면은 논외로 하자) 문제는 금융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물시장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전망은 2012년보다 더 어두워졌고, 근본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2016년 현상황이다.
이러한 경제 상황의 변화 때문에 최근 불황의 다른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 '세계적인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유효수요의 부족'의 결과와 이에 대한 대책등은 이 책에서 제기되지 않는다. 다만, 소득불균형등의 문제인식만 공유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한계라 하겠다. 이 책에서 제기한 문제 해결에 대한 책으로는 다른 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토마 피게티의 <21세기 자본>은 이 책에서 제기한 '정의로운 과세 제도 수립', '조세피난처' 등과 관련해서 보다 심화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수(多數)다. 그 중 유명한 저자 2인이 노엄 촘스키, 조지프 스티글리츠다.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 설명을 생략하지만, 이 책에서 이들이 언급한 내용은 다른 저자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다. 2009년 '행복GDP'를 주장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책에서 '시장의 기능'에 대해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촘스키 교수는 한국과 대만의 예를 들며 국가주도적 경제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2명의 유명한 저자가 언급한 내용보다, 바네사 베어드(Vanessa Baird)가 "반복되는 위기가 가져온 근원적 물음들"(p111)을 통해 제시한 물음이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설명하기에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은행, 주택, 일자리, 시장, 돈, 신용, 금융, 경제, 조세, 환경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음을 제기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 윤택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후 '경제민주화'를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민주화를 말한다>에 흐르는 전반적인 경제사상은 시장경제적인 면에서는 '케인지안(Keynesian)'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반(反)세계화' , '반(反)신자유주의'를 색채를 가진다. 케인지안의 원조격인 '케인즈'와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원류인 오스트리아학파를 대표하는 '하이에크' 사상을 비교해본다면, 우리를 둘러싼 경제정책을 보다 잘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에 읽을 책은 지식인 마을의 <케인즈와 하이에크>로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