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 : 자연철학의 조각그림 맞추기 지식인마을 17
김태호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와 그의 철학을 정리한 이븐 루시드(Ibn Rushd)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 서양인들이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많이 다르다. 중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자로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12세기 십자군 원정, 15세기 에스파냐에 의한 이베리아 반도 점령(1492년 그라나다 함락) 이후 그의 자연철학저서가 이슬람 철학자의 주석으로 새롭게 조명받게 되었다. 13세기 아베로에스(Averroes)주의자로 알려진 이들에 의해 '철학-신학'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이 되는데, 소설 <장미의 이름>이 당시의 학문적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아베로에스는 이븐 루시드의 라틴어식 이름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에 대한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 철학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지식인 마을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1.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Metaphyscica)>에 나오는 '4원인설'에 대한 설명과 '4원소설'에 대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주장 내용 정리였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 그의 저작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되며 연관있는지 잘 소개하고 있다.


가. 4원인설(p62)


공부하려는 학생이 목수에게 책상을 하나 주문하여, 책상이 만들어진 경우를 가정하자. 이 때, 책상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진다.


1) 질료인(質料因) : 나무가 책상의 원인이다.

2) 형상인(形象因) : 목수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책상의 모양이 책상의 원인이다.

3) 운동인(運動因) : 목수와 그의 연장이 책상의 원인이다.

4) 목적인(目的因) : 책상을 주문한 학생의 공부하려는 마음이 책상의 원인이다.


특히, 아리스로텔레스는 운동을 '목적인이 실현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여, 이를 물리학 내용과 연결시킨다.


나. 4원소설


1) 엠페도클레스 : 물질들은 물, 불, 공기,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 (4원소설. 리조마타rhizomata) (p39)

2) 플라톤 : 4원소설에 기학학적 구조 추가 (물-정이십면체, 불-정사면체, 공기-정팔면체, 흙-정육면체, 우주-정이십면체)(p50)

3) 아리스토텔레스 : 4원소설에 냉(冷), 온(溫), 건(乾), 습(濕)의 4가지 속성 부여(p68)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지상계'와 '천상계'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4원소는 지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인 반면, 천상계를 구성하는 것은 제5원소(에테르 aether)라고 규정된다. 이 는 에테르의 운동(원운동)을 통해 우주의 운동을 설명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과 연결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일련 학문적 관계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이처럼 철학, 물리학, 생물학 등으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논리의 허구성은 제외하고) 


2. 이슬람 자연철학 소개


우리에게 이슬람의 자연철학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알려진 아랍 이름인 '이븐'은 이 책에 나오는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 외에도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 <나는 천국을 보았다>의 저자 이븐 알렉산더와 더불어 우리에게 혼동만을 주기 쉽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생소한 이슬람 자연철학이 서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와 더불어 이슬람 철학자들(특히, 이븐 시나와 이븐 루시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븐 시나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받아들인 반면, 이븐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븐 시나는 유출설, 위계 질서 등을 강조한 반면, 이븐 루시드는 개별적 속성, 관찰 등을 더 중요시 했다는 내용등을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이슬람 철학에 대한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처럼 간략한 수준이지만 그들의 학문적 입장이 조명된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나니,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븐 루시드(1126~1198)가 아리스토텔레스 주해(註解)를 달던 그 시기에, 반대편 중국 송(宋)에서는 주희(周喜)(1130~1200)가 공자, 맹자의 사상에 주(註)를 달고 사서(四書)체계를 수립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서양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학문적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후대에 '중세(中世)'라고 불리우는 시기가 세계사적으로 결코 암흑의 시대가 아닌 '준비의 시기'였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다음의 내용을 생각해 본다.


이 '준비의 시기'에 서양에서 준비된 '과학'은 20세기 그들에게 제국주의 패권을 가져다 주었다면, 동양에서 준비된 '유교 사상'은 무엇을 가져다 주었으며, 21세기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쉽지 않은 위 내용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이기에 본문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숨겨져 있는 또다른 '깊이 읽기'주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0-12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세시기의 유럽이 암울했던 게 르네상스로 발돋움한 후퇴기였다고 생각하는데..의외로 이슬람의 중세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요.....여튼 서양사가 많이 소개 되어도 이슬람은 아직도 모르는게 많았어요..

겨울호랑이 2016-10-12 14:08   좋아요 3 | URL
네, 유레카님 말씀대로 서양에 미친 이슬람의 영향은 축소되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 연구가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서양의 발전은 외부 영향없이 자신들의 독자 역량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그들의 인식구조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집트 문명과는 별도의 문명인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