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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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역학 제1법칙 : 고립계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다른것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는 없다는 이론 


* 열역학 제2법칙 :  만약 어떤 고립계의 엔트로피가 열적평형상태에 있지 않다면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해야 한다는 법칙. 고립계는 점차 열적평형상태에 도달하도록 변화함.(즉 엔트로피를 최대화하기 위해 계속 변화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엔트로피(Entropy)>는 물리학의 기본법칙인 열역학 1법칙과 열역학2법칙을 통해 서구의 역사 진행과 산업화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위해 해결안을 제시한 책이다.(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1980년대이니 지금은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는 해결안이다.)


<엔트로피>에서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역사가 진보한다는 역사관을 비판하고, 미국의 경제, 사회, 제도 등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수렵채취사회에 대한 연구는 "결핍, 위기, 실험"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큰 변화는 예외없이 풍요함의 축적 결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의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p94)


결국, 제레미 리프킨의 일반 사회에서도 열역학 제2법칙을 피해갈 수 없으며, 현대 사회의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규모의 비경제로 인한 한계 비용 체증 / 한계 효용 체감'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재분배를 통한 제3세계의 발전, 새로운 종교관을 통한 검소한 생활, 소규모의 저엔트로피 경제 등을 제시한다. <엔트로피>가 출간된지 30년 이상 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제안이 지금은 그렇게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엔트로피>를 읽은 후 다음과 같은 내용을 생각하게 되었다.


1. 엔트로피의 방향성


저자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을 '무용(無用)한 것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로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p58)


'지구상의 물질적인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하며 언젠가는 극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p61)


'그러나 에너지는 결코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유용한 쪽에서 무용한 쪽으로만 변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p96)


위의 말에 따르면 저자는 현대인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유용한 것'에서 '무용한 것'으로의 이행을 '엔트로피' 현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과연 저자와같이 단순하게 '엔트로피'를 해석할 수 있을까?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분자들의 무질서도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무질서를 효용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인가? '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유용(有用)'은 누구의 관점에서 유용한 것일까? 오히려,  무질서도 자체는 유용 또는 무용의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다만 불확실성의 증가로 파악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갑자기 모든 인류가 오늘부터 산업화를 중단하고 원시농경사회로 돌아가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우리의 소비행태는 바뀔 것이고, 그에 따라 소비되는 자원도 달라질 것이다. 이로 인해 석유채굴이 중단되고, 소고기 이용도 줄어드는 대신 쌀소비가 늘어났다고 생각해보자. 이러한 경우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되는 유용한 것은 무엇이며, 무용한 것은 무엇일까. 엔트로피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엔트로피>에서는 물리학의 법칙을 인간의 경제학적 법칙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2. 정치적 영향에 대한 미고려


또한, 저자는 현대 과학기술이 '규모의 비경제'를 불러오고 이로 인해 과다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규모의 비경제도 중요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중요한  정치적인 역학 관계를 통한 '정치학 법칙'에 대한 설명은 다루고 있지 않다.


정치학이 경제학이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2008년 무렵에 미국에서 이야기된 '바이오 에탄올' 을 들 수 있다. 옥수수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는 '바이오 에탄올'은 결국 미국 옥수수 소비를 위해 제시된 개념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정치 제도가 우리의 삶을 제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기자동차'의 도입은 '줄어들 유류세'를 대체할 만한 세수(稅收)가 확보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며, '무인 주행 자동차'의 허가는 각종 이해집단의 타협으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이후 가능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항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인 역학 관계를 통한 '정치학 법칙'이 보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3. 해결 방안의 한계


제레미 리프킨이 제시한 해결 방안 중 하나인 '제3세계의 발전'은 다음과 같다.


"간디가 주도하던 반식민통치운동 기간 중 투쟁의 상징이 된 것은 손으로 돌리는 물레였다.... 이 기술은 가장 궁핍한 마을에 사는 인도 사람조차도 자신의 경제적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경제의 우선순위가 전국에 걸쳐 이렇게 바뀌어야만 제3세계의 발전은 성공할 수 있다."(p250)


<엔트로피>가 쓰여진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제3세계의 발전, 특히 중국과 인도의 발전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 기존 산업 질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 결국, 그가 말한 해결안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엔트로피>는 구체적 통계자료 제시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용제시만 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이와 같은 책의 한계와 이제는 보편화된 산업화 사회에 대한 비판 때문에, <엔트로피>의 내용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개발지향의 80년대에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간 책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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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9-0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을 사회학에 무리하게 접목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결국 허망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02 04:15   좋아요 0 | URL
네, 자연계의 법칙을 단순하게 도식화하여 사회에 적용하기보다 인간 사회에 맞는 특징을 찾아가는 편이 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