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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최진석 교수가 생각하는 노자(老子) 인문학에 관한 책이다.
전작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 이어 이번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 노자의 사상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노자의 사상으로부터 우리가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지 정리되어 있다.
노자를 빌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에게 집중하라'와 '자기로 돌아가라'로 정리된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강조된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의 메세지가 다시 반복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는 <도덕경>의 해석을 통해 보다 내용을 심화시켰고, 불교, 주역 등 다른 동양철학과 파르메니데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 서양 철학자의 주장을 이용해서 노자의 메세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노자 철학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 전작보다 나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최진석 교수의 전체적인 해석에는 동의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도덕경>37장의 해석이다. 저자는 <도덕경>이 천하를 경영하는 학문이며, 이를 '무위'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내용으로 <도덕경>37장을 들고 있다.(p89)
道常無爲而無不爲.
도상무위이무불위. (무위해라. 그러면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저자는 위 부분을 "내가 말하는 대로 해봐라. 그러면, 가장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천하도 네 손 안에 있게 될 것이다."라고 해석을 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 반드시 그렇게만 해석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위(無爲)'를 행해서 이룬다는 의미는 '무위'를 저자가 존재론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무위'를 하라는 수단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영어에서 'nothing'이 '없다'는 상태를 의미하지 '없음'이라는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무위' 역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천하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무위'를 행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은 자신을 비우라는 내용과는 '목적'과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게는 위의 말이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가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더 다가온다.
이상의 두 가지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리라 생각하고, 보다 상세한 저자의 생각은 더 깊게 들어간 저자의 또 다른 저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을 통해 확인해봐야겠다.
이 책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보이는 또 다른 차이점은 저자가 생각하는 '유(有)-무(無)'관계론이다. 저자는 노자의 '有無相生'의 관계를 '대립면의 상호의존' 또는 '새끼줄처럼 꼬임'으로 해석하여, 왕필의 해석을 비판한다.
왕필은 '도(道) -> 무(無) -> 유(有) -> 만물(萬物)' 의 생성으로 이해하는 반면, 기본적으로 저자는 '유-무' 의 관계에서 '도(道)'가 생성된다고 보았다. 마치, '유-무'의 관계를 저자는 DNA의 이중나선구조로 파악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유기체의 근원인 DNA의 구조와 만물 생성 이치인 '유(有)-무(無)'는 관련이 있을 것도 같다.
이 책은 'EBS 인문학 특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특성상 저자의 생각을 보다 면밀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한계점을 감안한다면, 최진석 교수의 노자 사상에 대한 관점과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세지를 같이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유익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