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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평점 :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론한 글. 작품에서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 아뉘토스, 뤼콘으로부터 고발을 당한다. 첫번 째 고발내용은 다음과 같이, `자연철학`에 관심이 있으며, 이를 가르친다는 고발이다.
`소크라테스는 주제넘게도 지하에 있는 것들과 하늘에 있는 것들을 탐구하고 사론을 정론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침으로써 불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19b)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자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자신을 변론한다.
`그런 종류의 지식을 폄하하려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테나이인 여러분, 그런 주제들은 실제로 내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19d)`
`아테나이인 여러분, 내가 이런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어떤 지혜 때문입니다. 그게 어떤 지혜냐고요? 그것은 아마도 인간적인 지혜일 것입니다.`(20d)
동시에, 소크라테스 자신이 생각하는 소크라테스가 미움을 받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한다.
`나는 그와 대화해보고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그 자신에게 지혜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21c)
`나는 분명 저 사람보다는 더 지혜로워. 우리 둘 다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을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그는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생각하니까.`(21d)
두번 째 고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새로운 신을 섬긴다는 내용의 고발이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24b)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행하는 일은 델포이 신탁에 의한 것이며(21a), 자신은 신의 뜻에 따라 이 일을 행단다고 말한다.`(30e)
`내가 미움을 산다는 것을 알고 슬프고 두렵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신에 관한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21e)
`신만이 진정한 현자이며, 신께서는 그 신탁을 통해 인간의 지혜란 별로 또는 전혀 가치가 없다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23a)
`내가 하는 일이래야 돌아다니며 노소를 막론하고 여러분의 몸과 재산이 아니라, 여러분 혼의 최선의 상태에 관심을 쏟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여러분을 설득하는 것이 전부이니까요.`(30b)
사형 선고를 받은 후에는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말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변론을 마친다.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지혜롭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죽음이 인간에게 사실은 최대의 축복이 아닌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29a)
`죽음은 둘 중 하나입니다. 죽음은 일종의 소멸이어서 죽은 자는 아무것도 지각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말하듯 죽음은 일종의 변화이고 혼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주하는 것입니다.`(40c)
소크라테스의 생애는 여러가지 면에서 예수와 비교된다.
혼란한 시대 속에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다가, 반대자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지만, 후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주목한 학자들에 의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자들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소크라테스를 굳이 비교한다면 예수보다 `세례자 요한`과 비교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등에의 자극이 필요한 말에게 배정되듯, 신에 의해 이 도시에 배정된 것입니다.`(30e)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복음 1:27)`
예수를 `로고스`로 규정한 <요한 복음>저자의 시각과, 자신을 `신`이 아닌 `등에`로 비유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함께 본다면 `세례자 요한`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개인적으로 마지막 문장이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가는지는, 신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42a)
소크라테스는 이 말처럼 선고를 받고 한 달 후에 독배를 마시고 죽는다. 반면, 많은 아테나이인들은 그보다 더 오래 살았을 것이지만, 소크라테스는 그가 말한 대로 `불멸의 영혼`이 되어 우리에게 인식되는 반면, 많은 아테나이인들은 잊혀지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서 <파이드로스>에서 언급한 `혼의 불멸성`과 `에로스`의 의미를 입증하게 된다.(이 부분은 예수와 연관성이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