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 효종.현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왕조실록 13>에서는 명나라 멸망 이후 청나라 정벌을 통해 `再造之恩(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재건국한 은혜)`를 갚는다는 효종과 송시열의 정책과 사상이 주를 이룬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시대보다 이 시기가 우리 시대의 모습을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잘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랑캐의 나라인 청(淸)나라가 중화문명의 계승자인 명(明)나라를 멸망시켰다는 사실은 조선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으며, 이 충격은 `북벌론`으로 계승된다. `북벌`은 효종을 중심으로 `송시열`, `이 완`등이 추진하다가, 효종의 죽음으로 실제 추진 되지 못한 정책이다.
만일, 이 때 북벌이 이루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청나라는 `강희- 옹정-건륭`의 시대로 최전성기를 맞이하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청나라를 상대로 50여년 사이에 2차례의 국제전을 치룬 조선이 명나라의 복수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당시 조선 지배층이나 우리는 `북벌`이 아쉽게 중단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아마 다음과 같은 사항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선시대 지배층들은 조선을 `小中華`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명나라 멸망 이후 유일한 `문명국`인 우리가 `明의 부활`을 주창하며, 중국본토로 간다면, 명나라 유민들의 지원으로 청나라를 격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이민족들의 침략과 분열에 익숙해져 민족의식이 없는 중국인들에게 이런 사상적 구호가 마음에 와닿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보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당대의 현실을 잘못 파악할 수 있다. 과거 우리는 역사시간에 배운 이 시기에 2차례에 걸려 이루어진 `나선정벌`을 배운 적이 있다. 청군도 격파하지 못한 러시아군을 조선군이 대파한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나선정벌`은 실상을 알고 나면, 요즈음 전방 GOP 총격전 수준의 국지전으로, 결코 큰 전쟁이 아니었다.
국지전과 전면전은 전쟁 양상이 전혀 다른 것으로, `나선정벌`의 강조는 마치 북벌이 이루어졌다면, 우리가 요동을 넘어 중국대륙까지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무산이라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나는 `나선정벌`의 강조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대에 심어주려는 인위적인 노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또한,`북벌`이 허구일 수 밖에 없는 당대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근거없는 낙관적 기대 속에서 준비된 `북벌`이 무산된 것은 다행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런 `근거없는 낙관적 기대`와 현실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은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MADE IN CHINA`에 대해 저급한 제품이라 생각하고, 지금도 중국을 우습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16년 세계 철강제품의 60%가 중국 철강인 것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산업부문에서 세계 무역량의 5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샤오미를 우리는 `대륙의 실수`라 한다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교 교수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축적의 시간>을 보면, 최근 중국의 부상은 준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지도층부터 공대출신이며, 기술의 중요성을 알기에 2007년 이후 중점적으로 인재를 육성시켰고, 막대한 자금으로 해외 유학생을 키어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2010년 때마침 불어오는 `중국특수`가 마치 영원히 갈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 시기에 혁신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지금 조선, 건설, 반도체, LCD 할 것 없이 전부분에 걸쳐 꽤 오래전에 추월당했고, 산업 주도권을 넘겨 주고 말았다. 불과 몇 년전까지 우리가 세계1위라 했던 거의 대부분의 산업부문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넘겨주고 만 것이다. 실제로, 지금 조선, 해운업계는 구조조정 중이며,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도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이 `청나라`를 우습게 본 사실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왜곡`이란 과거사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시(直示)할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도 `역사왜곡`이라 생각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중국`의 존재를 인지하고, 우리가 갈 길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거 암울한 역사를 통해 이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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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2016-05-27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중국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겨울호랑이 2016-05-27 11:3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star 님
네 중국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때인 것 같아요^^

마르케스 찾기 2016-05-27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역사에 대해 한권씩 올리시고 계신 글들을,, 빠짐없이 읽다보니,, 오호라 감탄하며ㅋ 덕분에 조선왕조실록을 꼼꼼히 다시 챙겨 읽고 싶어졌어요. 역사를 외면하는 민족에겐 미래도 없다고 했던가요?
제게 ˝관심˝이란 놈을 불러 주셨네요ㅋㅋㅋ 정성들이신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5-27 13:4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헌책방 유레카님 부족한 글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당히 주관적인 글에 공감해 주셔서 저도 좋네요 아마 다시 보신다면 다른 의미에서 더 깊이있는 것을 얻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마르케스 찾기 2016-05-27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에서 주관을 뺀다면 그건 그냥 화석 덩어리에 지나지 않죠ㅋㅋ 그 주관 덕에 읽는 건데ㅋㅋ
옳은 주관으로 역사를 제대로 보는 것은 힘들테지만, 그래야만 반성과 더불어 재도약의 발판이 되는 듯,,,
챙겨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단 인사 남기고 싶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5-27 15:3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