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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계보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시오도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9월
평점 :
호메로스와 더불어 그리스 서사시의 쌍두마차인 헤시오도스의 작품들.
이 작품은 크게 ˝신들의 계보˝, ˝일과 날˝, ˝헤라클레스 방패˝, ˝여인들 목록˝ 등 네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들의 계보˝와 ˝여인들 목록˝을 읽으면, 그리스 신화의 계통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 예전에 이 작품이 ˝신통기˝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하지 않아 재미없게 읽었는데 여러 작품을 읽은 후 인물들과 친숙해진 후 작품을 접하니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신들의 계보˝는 다른 작품들보다 `티타노마키아(티탄신들과의 싸움)`, `기가노마키아(기가스들과의 싸움)`에 대해 잘 묘사해서, 올륌포스 12신들 세계 이전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일과 날˝에서는 노동의 중요성과 일년 농사 시 할 일 등이 노래된다. 특히, 노동의 유래와 필요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유명한 `황금종족, 은종족, 청동종족, 철종족` 등의 시기 구분을 통해 노동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일년의 일정도 정리되어 잠언과 같은 지혜문학 성격과 년중 계획표등의 성격을 같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왜 플라톤이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사람을 현혹시킨다고 비난했는지(플라톤 ˝국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헤라클레스 방패˝는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 방패의 묘사와 같이 당시 시대상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이어진다. 아마도 기원전 800년 이전 작품이니 우리에게 익숙한 헬레니즘 양식이 아닌 사진(˝그리스˝: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중)과 같은 작품일 것이리라. 나중에 ˝아이네이드˝에서도 베르길리우스 역시 방패묘사를 한다는데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그리스 신화 관련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생각해본다. 헬라스인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카이오이, 도리아, 아카디아 등 다양한 종족들이 하나의 민족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사상, 하나의 신화를 공유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하나의 신화 공유가 하나의 민족형성 조건이라면 이러한 신화는 유적과 마찬가지로, 역사연구에서 특히 고대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제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 신화에 대해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리스신화, 유대신화에 대해 더 익숙한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돌아본다. 신화가 유적과 같이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면, 우리도 우리신화를 헤시오도스처럼 정리하는 작업을 지금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우리를 알기 위해서라도 신화를 비롯한 여러 문화를 돌아봐야겠다는 인식을 ˝그리스 신화˝를 읽으며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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