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국회에서선출하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것이 헌법에 적힌 전부다. 헌법과 법률 그 어디에도,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대통령에게도 없는 거부권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의로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 - P9
그의 임기 전반에 걸쳐 꾸준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2022년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나치게 ‘자유‘만 반복했다며 비판받은 이 연설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돌아보면 윤석열 자신에게 결여된 덕목이 여럿 적혀있다.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입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입니다." - P16
‘받지 않는다. 답하지 않는다, 순서가 틀렸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대한 윤석열의 대응 방식이다. 수사기관들이 소환조사를 위해 보낸 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에 불응해왔다. 우편을 보내면 ‘수취인 불명‘으로 배달되지 않았다. 압수수색도 계속해서 실패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당시 사용한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의 통신 기록이 대통령경호처에 저장되어 있는데, 경호처는 수사관 진입을 저지하고 대신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건넸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이 현직 대통령의 법적 지위라는 ‘요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 P18
언젠가부터 농민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가 되었다. 도시민들은 농민들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며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도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떼쟁이, 무임승차자, 세금도둑이라는 혐오의 딱지를 붙이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SNS도, 커뮤니티 활동에도 서툰 나이 든 농민들은 스피커를 잃은 채 고립되어갔다. 그런 농민에게 남태령에서 손을 내민 이는 또 다른 소수자들이었다. - P28
이번 정부가 추진한 것처럼 소아, 중증응급, 분만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 수가(의료행위의 단가)를 높여주는 정책으로 필수의료 영역을 커버하지 못한다. 필수영역은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량 자체가 많지 않다. 수가(단가)를 조금 올려주고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풀 수 없다. 정책적으로 정부가 개입해서 자원을 배분하는 ‘예산 방식‘으로 가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있다. 동시에 생명을 살리는 의료의 가치에 뜻을 두고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하는 별도의 교육훈련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 P33
트럼프는 노련한 협상가다. 그가 제시할 요구들이 협상용인지 진심인지도 추정하기 힘들다. 트럼프는 협상용으로 내민 카드를 실제로 감행해서 자국을 포함한 모든 관계 국가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안길 수 있다. 혹은 이 같은 트럼프의 이미지 자체가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 정부들은 트럼프의 ‘머니 머신‘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한국은 윤석열이 아직 대통령 직위를 갖고 있는 내란 정국부터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트럼프에게 맞설 협상력을 갖출 수 있다. - P37
영세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했는데도 여전히 취약 자영업자 대부분은 복지제도안에서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다. 이제 정부는 대출자금 확대, 재창업 인센티브, 배달료 지원 등을 넘어서는 제도적 안전망을 구상해야 한다. 정치가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실종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영업자들의 내일에 그늘도 깊어진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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