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아줌마 아저씨 (2021.8.20.)

―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을 볼 적에 으레 ‘아줌마·아저씨’란 말을 썼습니다. 이 이름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이웃이 많은 마을에서 살다 보니, 나중에 조금씩 나이가 들어 만나는 적잖은 어른들이 ‘아줌마·아저씨’란 이름을 못마땅하게 보거나 꺼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제 또래 가운데 스스로 ‘아줌마·아저씨’란 이름을 받아들이는 이도 몇 안 되었습니다. “아저씨가 아니면 뭐니?” “아저씨라고 하면 너무 늙었잖아.” “‘아저씨’란 이름은 늙은 사람한테 안 써. 늙었으면 ‘늙은이’야.” “됐어. 너랑 말이 안 되네.”


  저는 아저씨입니다. 스물 몇 살일 적에 어느 어린이가 저를 빤히 보며 “아저씨야, 오빠야?” 하고 물을 적에 “네가 느끼는 대로 말하렴. 네가 아저씨로 느끼면 아저씨이고, 오빠로 느끼면 오빠일 테지.” 하고 말했습니다. 큰아이를 낳고 작은아이를 낳으면서 더더욱 아저씨입니다. 시골에서 살림짓는 아저씨로 이야기꽃(강의)을 때때로 펴는데, 이때에 스스로 아저씨라고 말하면 어린이·푸름이가 곧잘 “선생님이 아니고 아저씨예요?” 하고 묻기에, 우리 터전은 스스로 제 이름을 찾기보다는 꺼풀을 씌우는 길로 가면서, 아이들한테도 이 허울을 입힌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한자말 ‘선생(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 말씨가 우리나라에 어설피 퍼지면서 배움터 길잡이까지 ‘선생’이란 이름을 씁니다만, 우리말로는 ‘씨·님’으로 옮겨야 올발라요. 어린이·푸름이 곁에 있는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아저씨요 아줌마입니다. 이들은 어리거나 푸르게 자라는 숨빛 곁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하루를 들려주고 이끄는 몫을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곧게 설 줄 안다면 ‘아줌마·아저씨 = 씨·님 = 선생(선생님) = 길잡이(교사)’인 줄 깨닫겠지요. 바보스레 굴거나 밥그릇만 챙기는 못난 사람이면서 나이가 많다면 ‘늙은이·낡은이’예요. 늙거나 낡은 사람한테는 아줌마나 아저씨라 안 합니다. 예부터 그랬어요. 참한 이웃 어른인 아줌마이고 아저씨입니다.


  마을책집 〈잘 익은 언어들〉은 2021년 여름 막바지에 새터로 옮깁니다. 달삯을 내던 살림에서 스스로 옹글게 서는 살림길로 우뚝우뚝 서려 합니다. 만만하지 않은 새길이었을 테지만, ‘아줌마 책집지기’는 당차면서 즐겁게 기운을 냈으리라 생각해요. 함께 늙어가는 사이라기보다, 함께 철드는 책집지기·책손으로서 이 첫걸음을 기리고 싶어 전주마실을 합니다. 아줌마는 아줌마라서 빛나고, 아저씨는 아저씨라서 눈부십니다. 한자말로 ‘중년’이라 하는 이즈음은, 곱게 철들면서 밝게 일하는 나날이지 싶어요. 늙음이 아닌, 철들어 슬기롭고 어진 길을 사랑합니다.


ㅅㄴㄹ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김헌수, 모악, 2020.9.27.)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시마 고이치로/김정미 옮김, Kira, 2019.3.20.)

《Penguin》(Polly Dunbar, Candlewick, 2007.)

《꼬리가 생긴 날에는?》(다케시마 후미코 글·나가노 도모코 그림/고향옥 옮김, 천개의바람, 2015.3.20.)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로시오 마르티네스/김정하 옮김, 노란상상, 2013.1.10.)

《안녕, 내 마음속 유니콘》(브라이오니 메이 스미스/김동언 옮김, 상상의힘, 2021.2.25.)

《하늘에》(김장성, 이야기꽃, 2020.2.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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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하는 법 -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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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7.

읽었습니다 20



  책이 몇 없을 적에도 으레 쌓아 놓고 살았고, 책이 꽤 늘 적에도 곧잘 쌓아 놓고 살았으며, 책이 엄청나게 많은 요즈음도 그저 쌓아 놓고 삽니다. 다 읽은 책을 곁에 쌓아 놓는데, 이 책으로 할 일이 잔뜩 있는 터라 쉽게 갈무리를 못 하고서 쟁이는 셈입니다. 이럭저럭 한가득 갈무리하고 제자리에 두자고 옮겨도 자리맡 책더미는 거의 그대로 같습니다. 《책 정리하는 법》을 가만히 읽습니다. ‘책갈무리’를 놓고도 책이 태어날 만하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끈으로 책묶기’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듯해서, 또 ‘책쥠새’도 다루지 않았네 싶어서 살짝 갸웃합니다. 이러구러 제가 책갈무리를 하는 길은 늘 하나입니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기에, 내가 갈무리하고 싶은 대로 갈무리합”니다. 책가름(십진분류법)은 진작 따를 생각이 없습니다. 모든 책숲(도서관)이며 책집이 다 다르게 책갈무리를 하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읽고 다 다르게 새기면 즐거워요.


《책 정리하는 법》(조경국 글, 유유, 2018.6.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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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7.

읽었습니다 19



  《서울의 엄마들》을 읽으며 《서울의 아빠들》 같은 책이 나란히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는 다 어디 갔을까요? 어깨동무(성평등·페미니즘)를 이루자면, 순이 곁에 돌이가 꼭 있어야 하고, 순이뿐 아니라 돌이가 함께 깨어날 노릇인데, 어쩐지 돌이는 영 안 보여요. 나라 곳곳에서 이야기꽃(강의)이나 책수다(북토크)가 꽤 많은데, 이야기꽃이나 책수다를 챙기는 아빠는 왜 이렇게 드물까요? 더 나아가 “서울 아줌마”하고 “서울 아저씨”라는 눈길로 바라본다면 이 책이 확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 엄마”라는 이름답게 ‘서울살이 틀에 맞춘 길’만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서울이 좋으니 서울에서 살겠지요. 숲으로는 마음이 안 차니 서울이라는 잿빛을 좋아하겠지요. 글을 쓰건 책을 내건 길잡이(교사·강사·교수)로 일하건, 부디 “아줌마 아저씨”나 “어버이”라는 눈썰미로 둘레를 바라보고 아이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펴 보기를 빕니다. 꽤 아쉽던 책입니다.


《서울의 엄마들》(김다은과 열 사람, 다단근, 2021.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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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0.27.

읽었습니다 18



  어떻게 살아갈 적에 즐거울까 하고 묻는다면 “스스로 즐거울 길을 그리고서 이대로 나아가면 되지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즐거울 길이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아픕니다. 스스로 즐거울 길이란, 때로는 좋고 때로는 나쁩니다. 너울치는 바다처럼 오르락내리락 잇달아요. 오르기만 하는 길을 바란다면 ‘즐거울 길’이 아니라고 느껴요. 오르다가 내리고, 내리다가 오르고, 고요히 있고, 이러다가 춤추는 길이기에 즐거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따윈,》을 읽으면서 글그림님이 스스로 즐거울 길을 얼마나 마음에 새기셨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직 ‘즐거울 길’을 새기지 않았으면 이제부터 새기면 돼요. 새기긴 새겼는데 내키지 않으면 새길을 새기면 되어요. 오늘까지 걸어온 길을 책으로 여민 만큼, 앞으로 걸어갈 길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라요.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우리 손으로 그려서 짓거든요. 남이 살아 주지 않는, 기뻐해 주거나 아파해 주지 않는 삶입니다.


《결혼 따윈,》(다이스타 글·그림, 201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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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0.26.

오늘말. 빤하다


곧 다 알 만한데 숨기는 사람이 있어요. 이윽고 드러날 이야기를 눈속임으로 가리기도 합니다. 왜 저렇게 할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민낯을 스스로 안 보는 삶이라면 이내 감추려 드는 줄 천천히 알아차립니다. 빤히 드러날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뒤덮어도 뻔하게 속이 보입니다. 누구보다 스스로 알겠지요. 마침 우리가 속아넘어간들 그이 스스로 알기 마련입니다. ‘민낯 = 속모습 = 참모습 = 참나’입니다. 껍데기를 씌우지 않은 낯이란, 어떠한 허물도 흉도 없는 빛이에요.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습니다. 살살 다독이면서 북돋울 숨결입니다. 꿰맞추지 않기를 바라요. 흉내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엉성해 보인다고요? 하나도 안 엉성해요. 겉치레야말로 어설픕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본들 어영부영 헤매다가 들통이 나고 하루를 버릴 뿐입니다. 그러니까 느긋이 가기로 해요. 부라부랴 하지 마요. 그때그때 땜을 하기보다는, 슬슬 걸으면서 차근차근 지으면 넉넉합니다. 갑자기 큰일이 닥친다 싶어도 부드러이 틈을 내어 바라보면 좋겠어요. 나라힘이라 크지 않습니다. 대단한 나라가 아닌 수수한 마을이기에 작지 않아요. 늘 마음으로 흐르는 살림입니다.


ㅅㄴㄹ


곧·이내·이윽고·이제·그래·그래서·그러니까·따라서·때마침·마침·머잖아·머지않아·바야흐로·슬슬·살살·때·사이·틈 ← 차제(此際), 차제에


나라·나라힘·나라무리·나라 쪽·나라님·나라놈 ← 국가권력


땜·땜질·이래저래·어찌저찌·그때그때·눈가림·눈속임·시늉·흉내·둘러맞추다·꿰맞추다·뻔하다·빤하다·얼렁뚱땅·부랴부랴·허둥지둥·한동안·한때·서둘러·갑자기·엉성하다·어설프다·겉치레·살짝·슬쩍·슬그머니·어영부영 ← 고식적(姑息的), 고식(姑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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