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2.23. 함께 울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누구나 오늘을 살아가면서 어제하고 모레를 나란히 돌아봅니다. 오늘·어제·모레는 따로 흐르지 않습니다. 어제인 듯싶으나 바로 눈앞에 있구나 싶도록 떠올리고, 까마득한 앞날 같은데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요. 오늘 누리는 동안 그대로 어제로 흐르되, 이 오늘이 씨앗으로 깃들어 새롭게 모레를 이룹니다.


  우리 보금자리에서는 곁님하고 두 아이하고 나누는 마음을 맞아들이면서 배웁니다. 저는 저대로 늘 새로 배운 마음을 새삼스레 풀어놓아 들려줍니다. 언제나 서로서로 오가는 마음이 있기에 늘 싱그러이 오늘과 어제와 모레가 맞물려요. 어제그제 부산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만난 이웃님을 돌아봅니다. 나중에 한 분이 제 글이 참 ‘수수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굳이 수수하게 쓰려는 마음은 아니지만, 멋을 내거나 꾸미거나 더하거나 덜려는 마음이 없이, 늘 제 민낯을 그대로 담으려는 글일 뿐이거든요.


  민낯이란 맨낯입니다. 맨낯이란 맨몸이자 맨손이고 맨발입니다. 저는 한겨울이건 한여름이건 으레 맨발로 다닙니다. 얇은 바닥인 고무신을 꿰고서 시골도 서울도 걷습니다. 서울 아닌 시골조차 시골이웃은 저를 보며 “아니, 한겨울에 고무신에 맨발이면 안 추워요? 발 안 시려요?” 하고 묻습니다만, 저는 으레 “날씨가 찰 수 있지만, 찬바람을 구태여 받아들일 마음이 없고, 저는 발바닥과 발가락이 땅과 바람을 고스란히 느끼려고 할 뿐입니다.” 하고 여쭙니다.


  제가 뭘 잘 한다거나 못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늘 그만큼 하면서 그만큼 배운다고만 느낍니다. 그러나, 배울 적마다 늘 두 마디를 나란히 말합니다. 첫째는 “고맙습니다”요, 둘째는 “잘못했습니다”입니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고맙습니다” 못지않게 자주 말합니다. 곁님하고 두 아이한테도 아마 날마다 말하지 싶은데, 아직 덜 배우거나 못 배운 나를 민낯 그대로 밝혀야, 비로소 작은걸음을 내딛는다고 느껴요. 그리고, 제가 아직 덜 배운 대목을 짚거나 알려주었기에 바로 “고맙습니다” 하고 보태요.


  부산에서 마주한 ‘이오덕 읽기 모임’ 이웃님 가운데 한 분이 한참 울었습니다. “이제 교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오늘날에도 얼뜬 길잡이는 수두룩하지만, 거꾸로 얼뜬 아이도 너무 늘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를 부르는데 아이가 손전화에 넋이 나간 터라 부르는 소리를 못 듣기에,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아무개야.” 하고 부르며 이 아이한테 알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데, 이 아이는 길잡이를 ‘아동학대’로 걸고넘어지기 일쑤입니다. 이 ‘아동학대’ 탓에 여섯 달이나 이태 남짓 시달린 숱한 ‘길잡이 이웃’이 있는데요, 부산 길잡이 이웃님도 “학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할는지 모르겠을 만큼 힘들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배우는 어른일까요? 우리는 배우는 아이일까요? 우리는 안 배우며 고여가는 고인물일까요? 우리는 고맙다거나 잘못했다는 말을 잊어버리고 꼬여버린 꼰대일까요?


  이웃님이 이오덕 어른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울 적에,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울면서 함께 녹일 일이요, 눈물을 닦고서 앞으로 새로 일굴 보금자리·마을·배움터·나라·우리별을 그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른으로서 어진 마음을 함께 배우고 익히기를 빕니다. 아이로서 알아가는 길을 함께 걷기를 빕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 +


읍내에서 돌고도는 시외버스를 내려서

옆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1시간 기다렸고

옆마을에 내려서 한참 논두렁을 걸어

집에 닿았다.

이러고서 여섯 시간을 쓰러져 잤다.

이제 몸이 조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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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님비NIMBY



님비(NIMBY) :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NIMBY : 님비 (현상) (자기 고장[이웃]에 형무소·핵 폐기물 처리장 등 혐오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 운동), 지역[주민] 이기주의

ニンビ-(NIMBY) : Not In My Back-Yard

ニンバイ·シンドロ-ム(NIMBY syndrome) : 1. 님비 신드롬 2.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이나 쓰레기 처리장 등을 건설할 필요가 있어도, 자기네 거주 지역에는 건설하고 싶지 않다는 사고 방식. *NIMBY는 not in my backyard의 준말



영어로 “not in my backyard”를 줄여서 ‘NIMBY‘라 하고, 우리 낱말책에 한글로 ‘님비’라 싣는데, ‘건방지다·괘씸하다·깍쟁이’나 ‘고약하다·고얀놈·길미꾼’이나 ‘꽁·꽁꽁대다·꽁하다·꿍하다·꽁선비’로 풀어낼 만합니다. ‘나만·나만 잘되기·나만 잘살기·나만 알다·나먼저·나부터·나사랑’이나 ‘눈멀다·눈먼이·덜먹다·철없다·철없꾼·철모르다·철바보’로 풀어내고, ‘마음대로·맘대로·멋대로·제멋대로·제맘대로’나 ‘밉다·밉살맞다·밉질·밉짓’로 풀어내지요. ‘샘·샘바리·샘하다·샘나다·시샘·시새움’이나 ‘속좁다·좁다·좁다랗다·좁쌀·엿보다’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약다·역다·약빠르다·역빠르다·약삭빠르다·약빠리·약삭빠리’나 ‘얄궂다·얄망궂다·얕다·어리석다’로 풀어도 되어요. ‘잿빛사람·잿빛놈·잿빛바치·잿사람·잿놈·잿바치’나 ‘저만·저만 알다·저만 즐기다·저먼저·저부터·제멋에 겹다·제멋꾼’으로 풀 수 있어요. ‘혼멋·혼멋에 겹다·혼알이·혼자만·혼자 즐기다·혼자알다·혼자만 알다’나 ‘혼앓이·혼자앓다·홀앓이·홀로앓다·홑앓이’로 풀어도 되지요. ㅅㄴㄹ



이기적인 님비 현상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 저만 안다고 몰아붙이지만

→ 고약하다고 몰아붙이지만

→ 좁다랗다고 몰아붙이지만

→ 깍쟁이라고 몰아붙이지만

《모두가 기적 같은 일》(송성영, 오마이북, 2012) 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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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 문득 그립고 가득 고마운 말들에 대하여
이보현 지음 / 소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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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23.

인문책시렁 384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이보현

 소나무

 2022.12.5.



  우리한테는 말이 있어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말이 없던 고요누리에서는 누구나 으레 눈빛을 거쳐서 마음을 나누었고, 모두 한마음이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눈빛은 눈을 뜨면서 곧장 온누리로 퍼지는 빛살입니다. 눈깜짝 하는 사이란, 온누리가 번쩍 태어나는 겨를입니다.


  고요한 빛누리에서 한동아리로 어울리던 마음이던 ‘나’는 어느 날 문득 눈을 뜨면서 ‘나(내)’ 곁에 누가 있는 줄 알아봅니다. 또다른 나이자, 서로 바라보는 사이인, 마주하는 ‘남’인 ‘너’입니다. 나는 날듯 너(네)가 있는 너머로 갑니다. 바야흐로 나랑 너 사이를 넘나드는 길을 엽니다. 너나없던 고요누리에서 너나있는 북적누리로 바뀌니, 이제부터 마음을 소리로 옮겨서 주고받기로 합니다. 바로 말이 태어납니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는 두 말 사이에서 두 마음이 오가는 동안 보고 듣고 겪고 배우는 나날을 그리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오늘날 ‘모국어·외국어’처럼 일본 글바치가 여민 한자말을 흔히 쓰기는 하는데, ‘우리말·겨레말·배달말·엄마말·한말’ 같은 이름을 새롭게 쓸 만하고, ‘다른말·바깥말·이웃말·너머말’ 같은 이름을 맞물려 쓸 만합니다.


  나로서 바라보니 너를 느낍니다. 너로서 마주하니 나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서로 어느 곳에 서느냐에 따라 ‘나·너’를 넘나듭니다. 으레 한자말 ‘당신’을 살짝 높인다거나 살짝 낯선 누구를 가리킬 적에 쓴다고 여기는데, 우리말로 본다면 그저 ‘너’라 하면 되고, ‘그대·자네·이녁’이라든지 ‘그쪽·저쪽·이쪽’이라고도 합니다.


  모든 겨레말은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삶을 일구는 동안 다 다른 눈빛이랑 손길을 거쳐서 태어납니다. 얼핏 보면 다 다른 삶터에서 다 다르게 깨어난 삶말이자 살림말인 바깥말일 테지만, 나랑 너부터 한말을 쓰더라도 한삶이기보다는 다른삶이듯, 우리나라하고 이웃나라 사이에 결이 다른 말은 ‘다른말’이기도 하면서 새록새록 ‘이웃말’입니다.


  서로 이웃말이기에, 이웃으로서 어떤 말을 쓰는지 살피고 익혀서 삶과 살림을 주고받고 헤아리고 품고 받아들이고 나눕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이런 얼거리와 길과 틀거리와 짜임새를 차근차근 바라볼 일이라고 봅니다.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하지 않고, 영어라서 굳이 가려야 하지 않습니다. 일본말씨에 옮김말씨를 털거나 씻는다면 깔끔하겠지요. 다만, 말이 왜 ‘말’이라는 꼴이고, 마음이 왜 ‘마음’이라는 꼴이며, ‘나·너’가 왜 ㅏ 다르고 ㅓ 다른 꼴로 나란한지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냥그냥 나랑 다르다고 여기면 이웃말이나 다른말조차 아닌 ‘남말’입니다. 나하고 너를 새롭게 잇는 다리처럼 주고받는 소리로 여기기에 ‘이웃말’이자 ‘너머말’입니다. 내가 너를 만나려고 너머로 가기에, 너머에 있는 네가 어떤 살림(문화·생활·환경)을 누리는지 지켜보고 같이 누리면서 바야흐로 사랑을 알아차립니다. 말이란, 삶에서 비롯하여 살림을 이루는 바탕으로 너울거리다가 사랑을 깨닫는 빛씨로 싹트는 동안 서로서로 즐겁게 어우르는 즐거운 소릿가락입니다.


  아이 곁에 서서 말부터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요.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이라 하더라도,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로 그치지 않는 줄, 바로 ‘머잖아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서 물려받는 말’인 줄 깨닫기를 바라요. 우리말부터 차곡차곡 일구는 사람이 이웃말을 싱그럽게 웃는 눈짓으로 맞아들이고 넉넉하게 품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나는 주변 사람들과 문화를 놓치고 있었다.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단지 독일어라는 작으 조각이 아니라 사람들과 독일 문화였다. (22쪽)


지방에서 온 우리는 서로의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친해졌다. 사투리는 지방 고유의 색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지역에 대한 이해를 담기도 한다. (64쪽)


외국어로 버텨낸 아이가 다시 모국어 세상에서 살아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77쪽)


정작 나의 외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그들은 간단하고 간편한 단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블랑쇼, 푸코, 들뢰즈 논문 안에 들어 있는 단어들로 커피를 시키지 않는다. (99쪽)


번역을 하면서 자주 떠올린 것은 할머니의 말이다. 등을 쓸어내리며 내 마음을 읽어낸 그날의 말을 꺼내고 자주 번역 작업 앞에 세워 둔다. (123쪽)


+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이보현, 소나무, 2022)


내가 만난 사람의 이름, 그 장소의 명칭 그리고 나눈 사물을 지칭하는 어휘들

→ 내가 만난 사람 이름, 그곳 이름, 나눈 살림을 가리키는 말

5


모국어와 외국어로 살아가는 삶은 하나의 언어로 살아가는 삶보다

→ 우리말과 바깥말로 살자면 말 하나로 살기보다

→ 엄마말과 이웃말로 살기란 한 가지 말살림보다

6


여행 가이드를 남편과 내가 자진하고 나섰다

→ 마실 길잡이를 곁님과 내가 나선다

→ 곁님과 내가 나들이 길잡이를 나선다

13


하원 길에서 아이는 어느 때보다 더 느리게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 아이는 돌아가는 길에 어느 때보다 느리게 집으로 걷는다

20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이올린을 기내에 실어 가져갔다

→ 다시 베를린으로 가는 길에 가락활을 실었다

→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길에 활가락을 가져갔다

29


할머니에게 물려받았다

→ 할머니한테서 받았다

→ 할머니가 물려주었다

30


같은 모어를 쓰는 사람이었겠지

→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었겠지

→ 같은 밑말을 썼겠지

→ 같은 뿌리말을 썼겠지

41


이제는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주문을 하며 선택사항을 여러 가지로 변경할 수 있다

→ 이제는 누름판으로 시키며 여러 가지를 고르거나 바꿀 수 있다

59


지방에서 온 우리는 서로의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친해졌다. 사투리는 지방 고유의 색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지역에 대한 이해를 담기도 한다

→ 시골에서 온 우리는 서로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사귀었다. 사투리는 시골빛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마을을 헤아리는 징검다리이다

64


그들은 간단하고 간편한 단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 그들은 쉽고 짧게 이야기를 한다

→ 그들은 단출하고 가볍게 얘기한다

99


타인의 신발을 신어 본다는 것은 그토록 진중함을 요하는 것이다

→ 이웃 신발을 꿰어 보면 그토록 무게를 느낄 수 있다

→ 다른 신발에 발을 넣으면 그토록 묵직하다

109


번역을 하면서 자주 떠올린 것은 할머니의 말이다

→ 이웃말을 옮기며 할머니 말을 자주 떠올린다

123


나의 어린 선생님을 떠올렸다

→ 내 어린 스승을 떠올린다

→ 어린 길잡이를 떠올린다

156


보름의 휴가를 내어 독일 남부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 보름 쉬며 독일 마녘에서 지낸다

1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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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사라진 말 17 다르다 2024.9.21.



  같지 않기에 ‘다르다’일 테고, 다르지 않으니 ‘같다’일 텐데, ‘다르다’는 ‘닮다’하고 맞물린다. ‘닮을’ 적에는 “같은 듯하지만 다르다”는 뜻이요, “같다고 여길 모습이 제법 보인다”를 나타낸다. “같다고 여길 모습이 보인다”고 할 적에는 “안 같다”는 뜻이다. 그저 같다면 ‘같다’라 할 테지. ‘닮다’란, “아무리 같은 모습이 많거나 크거나 깊거나 넓어도, 바탕이나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다르다’라고 할 적에는, 닮은 데가 조금 있거나 많이 있지만 “안 같다”는 뜻도 있고, 이모저모 따져도 “같거나 비슷해 보이는 데가 없다”는 뜻도 있다. 너하고 나는 다르다. 숨결로는 같고, 사람으로는 같되, 넋이 다르다. 나는 너를 보고, 너는 나를 본다. 나하고 남도 다르다. 숨빛은 같고, 목숨으로도 같지만, 얼이 다르다. 나는 남을 보고, 남은 나를 본다. 왼손과 오른손은 다르다. 왼발과 오른발은 다르다. 다르지만 함께 움직인다. 다르기에 나란히 다루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다르다’라는 낱말을 잊은 채, 한자로 ‘차이(差異)·차(差)·격차格差)’나 ‘차별(差別)·구별(區別)·구분(區分)’이나 ‘특별(特別)·특이(特異)·특수(特秀)·특색(特色)’나 ‘독특(獨特)·특징(特徵)·특성(特性)’을 쓰기도 한다. 곰곰이 보면 그저 ‘다르다’를 나타낼 뿐이다. 다르기에 가르거나 가린다. 다르기에 나누거나 노는다. 다르기에 따로 놓고, 다르니까 다가서거나 다가오면서 만난다. 다르기에 ‘유난’해 보이거나 ‘튀’기도 한다. 다르기에 가볍게 톡톡거리고, 달라서 가만히 훨훨 날기도 한다. 다르기에 닮으려고 담기도 하지만, 다르다고 여겨 꾹 닫기도 한다. 다른 너하고 나는 서로한테 다다르려고 찾아오고 찾아가서 닿는다. 부드러이 당긴다. 서로 나답고 너답게 바라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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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22.

오늘말. 맏


  우리 언니는 어릴 적부터 앞자리에 서야 했습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으레 맏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보다 앞장섭니다. 언니도 나나 마을 동생처럼 그저 어린이일 뿐인데, 비나리를 지내는 집안에서 맏길인 아버지를 이어 맏자리를 물려받아야 하면서 무척 짐스러이 여겼습니다. 비나리는 왜 사내만 물려받아야 할까요?  첫째로 태어났대서 높꽃으로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나 셋째나 막째가 비나리를 해도 넉넉합니다. 굳이 으뜸이나 버금으로 가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때그때 힘이 닿는 사람이 앞꽃이면 되어요. 나이나 집길로만 세며 꼭두로 삼기보다는, 큰집과 작은집이 서로 돌아가면서 꽃자리나 꽃찌를 이어받는다는 마음이라면 더없이 홀가분하면서 즐거울 만하리라 봅니다. 저는 고삭부리여서 자주 앓아눕고 툭하면 쓰러지고 날마다 숱하게 코피를 흘렸습니다. 언니는 언제나 “넌 네가 하고픈 일을 해. 언니 일은 언니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 하면서 달래었습니다. 마루에 서서 온갖 비바람을 받아내는 언니라는 삶이 새넋이면서 새빛으로 포근하기를 빌며 하루하루 지냈습니다. 도맡는 짐이 아닌, 함께 나누는 살림일 때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앞·앞길·앞자리·앞자락·앞서다·앞서가다·앞장·앞꽃·앞에서·앞목·앞줄·앞날·앞으로·앞살림·앞삶·새롭다·새·새로·새길·새빛·새넋·새얼·새솜씨·높다·높끝·높곳·높별·높꽃·솟다·솟구치다·솟아나다·빽빽하다·뾰족하다·꼭두자리·꽃자리·맏이·맏·맏자리·맏길·으뜸자리·눈부시다·반짝·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 ← 첨단(尖端)


꼭두·꼭두자리·꼭두벼슬·꽃등·꽃찌·꽃자리·꽃터·꽃칸·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높끝·높꽃·높은끝·높은꽃·높은곳·높곳·높은자리·높자리·높은별·높별·높은벼슬·마루·머드러기·미르·온으뜸·으뜸·으뜸자리·첫손·첫손가락·첫손꼽다·첫자리·첫자락·첫째·첫째가다·첫째둘째·크다 ← 일순위(一順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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