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목
어디가 가운길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가면 다들 “시골에서 올라왔어요?” 하고 묻는데, 시골은 낮은 데가 아닙니다. 서울만 가온길일 수 없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큰고장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광주로 내려가지” 않고, 거꾸로 “광주로 올라가지” 않아요. 그저 ‘가다’하고 ‘오다’를 쓸 뿐입니다. 나중에 반갑게 만날 사이라면, 오르내리지 않아요. 저마다 길목에서 만나고, 서로서로 길머리에서 어울립니다. 우리 몸에서 목이란, 넘어가고 넘어오는 사이입니다. 이웃으로 이으려고 이음길을 놓고, 앞길도 뒷길도 나란히 놓습니다. 골목에서 북적길로 가든, 북새통에서 마을 한켠으로 오든, 다 다르게 마주하는 틈입니다. 이쪽저쪽 모두 새롭게 마주할 난달입니다. 길나루에 서서 앞날을 그립니다. 머잖아 펼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저잣골에서 사귀는 사람이 있고, 마당에서 도란도란 수다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느 곳에서나 새삼스럽습니다. 이윽고 손을 잡고서 들길을 거닐어요. 여름에는 여름바람을 쐬고, 겨울에는 겨울바람에 꽁꽁 얼면서, 활짝 웃고 어우러지는 하루를 누립니다.
ㅅㄴㄹ
가운길·가온길·가운뎃길·가운데·가운님·가운뎃님·가운때·사귀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이웃·이음길·잇다·길목·길머리·길나루·난달·목·사이·사잇길·사잇골·새·샛길·샛골·춤·틈·틈새·알맹이·아가리·어귀·입새 ← 중간과정
가겟거리·가겟골목·가겟길·가겟골·골목·골목길·마당·저자·판·저잣거리·저잣골목·저잣길·저잣골·저잣마을·저잣집·저잣마당·저잣판·저잣터 ← 아케이드
앞으로·앞길·앞줄·앞날·앞삶·머잖아·-고서·모레·바야흐로·곧·이제·이제부터·새날·새롭다·뒤·뒷날·얼마 뒤·나중·이다음·그다음·다음·건너·이윽고 ← 장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