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0.23.)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2020년에 새로 낼 ‘어린이 우리말 이야기책’ 글꾸러미를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이제 머리말하고 맺음말을 쓰고, 벼리를 엮으면 됩니다. 모두 144꼭지를 썼고, 여기에서 멈추기로 합니다. 150이라든지 뭔가 다른 숫자로 맞출까 하다가 굳이 그러지 말기로 합니다.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좋은 숫자로 맺지 않아도 좋아요” 하고 이야기해 줍니다. 곁님은 새로운 ‘어린이 우리말 이야기책’ 글꾸러미로 담은 글을 함께 읽으면서 “사람들 마음이 새롭게 빛나는 길에 씨앗으로 퍼지”면 좋겠다고 들려줍니다. 이 말이 맞겠지요. 언제나 씨앗을 심는 글이요 사전이에요. 씨앗 한 톨이 숲으로 자라는 길에 징검돌 구실을 하는 일손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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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0.


《무엇이 반짝일까》

 곽민수 글·그림, 숨쉬는책공장, 2019.5.22.



일요일에 모처럼 네 사람이 같이 읍내를 다녀온다만, 일요일이라서 이곳저곳 안 연 데가 많다. 시골이니까. 작은아이가 바라는 김밥집 가운데 연 데가 하나도 없고, 큰아이가 바라던 붕어빵 굽는 분도 모두 쉰다. 느긋이 쉬셔야겠지. 거꾸로 보자면 서울에서는 일요일에 오히려 손님맞이를 하려고 여는 데가 있을 테지만, 시골에서는 토·일은 아에 거의 다 쉰다고 하면 맞다. 풀이며 나무한테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없기에, 우리 집도 요일을 안 쳐다보고 살지만, 막상 바깥마실을 할 적에는 요일을 살펴야 하는데 곧잘 잊는다. 밤이 되어 별빛을 올려다보다가 생각한다. 이 깊은 시골에서는 알록달록 빛나면서 춤추는 것을 날마다 흔히 본다. 도무지 별빛일 수 없는 알록달록 춤추는 빛덩이는 곳곳에서 나타나 이쪽저쪽으로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비행기일 수도 드론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인공위성도 아니지. 그림책 《무엇이 반짝일까》는 지구에서 지구 밖을 바라보며 ‘반짝여 보이는’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를 넌지시 짚는다. ‘지구에서 버린 쓰레기’가 지구 바깥을 맴돌며 반짝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럴 수 있겠지. 지구는 쓰레기를 끝없이 뽑아내니까. 지구가 쓰레기 아닌 살림이며 사랑을 지어내어 빛날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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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2.


《중독자》

 박남준 글, 펄북스, 2015.8.1.



읍내로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여러 이웃을 만난다. 갑자기 만난 터라 새로 노래꽃을 쓰지는 못하고, 그동안 써서 아이들하고 나눈 노래꽃 가운데 하나씩 골라서 쪽종이에 옮겨적은 다음에 건넨다. 나로서는 이름쪽이 내 얼굴이 아니요, 쪽종이에 연필로 적어서 건네는 노래꽃 열여섯 줄이 내 얼굴인 셈이다. 고흥읍에서 만난 이웃님은 엊그제 순천마실을 다녀오며 두툼한 《한국시 대전집》이란 책을 재미있게 장만했다면서, 이 두툼하고 깨알같은 책을 아무 데나 펼치며 한 자락을 읽으시는데, 마침 김남주 님 시를 고르셨네. 그야말로 핏물을 하나하나 아로새기듯 쓴 시 한 줄이란 얼마나 놀라운지 모른다. 문득 돌아본다. 김남주 님을 ‘혁명시인’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이녁은 혁명시인이 아니라 ‘노래님’이리라고, 무엇보다 ‘삶노래님’이지 싶다. 삶에서 물러나지 않고, 삶에서 더없이 깊은 불꽃같은 사랑을 보며 노래한 님이리라. 박남준 님 시집 《중독자》를 읽다가 꽤 심심했는데, 김남주 님을 만나서 말을 섞고 막걸리를 마신 이야기가 있어 이 시 하나를 오래도록 자꾸 되읽으면서 그날 그곳 모습을 그려 보았다. 이러다가 새로 느낀다. 김남주 님은 ‘꽃노래님’일 수 있다고. 꽃 한 송이 피우려고 불타오른 노래님이리라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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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운 날 보리 어린이 25
오승강 지음, 장경혜 그림 / 보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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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숲노래 동시읽기

별빛아이 곁에서 길어올린 노래꽃



《내가 미운 날》

 오승강 글

 장경혜 그림

 보리

 2012.10.8.



도움반에 와서 / 이태나 공부해도 / 글자를 못 깨치는 아이들에게 / 이놈 돌머리들아 / 선생님이 한마디 하신 뒤로 / 아이들은 다툽니다. // 서로 제 머리가 / 더 단단한 돌머리라고 / 말다툼을 합니다. // 책상에 머리를 / 쾅쾅 박기도 하고 / 서로 박치기를 하기도 합니다. // 선생님 머리에도 / 박치기를 하면서 (돌머리 다툼/17쪽)



  아이들이 툭탁거립니다. 아이들은 툭탁질을 어디에서 배웠을까요? 바로 책이나 영화에서 배웁니다. 책이나 영화는 이야기를 엮으려고 줄거리를 짤 적에 으레 툭탁질을 바탕으로 해요. ‘툭탁질’이라고 하는 어린이가 알아들을 만한 말을 썼습니다만, 이 툭탁질은 싸우는 짓(전쟁)뿐 아니라 얽히는 모습(갈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책이나 영화는 사람들 눈을 끌려고 툭탁질을 어떻게 풀어내어 서로 하나가 되느냐 하는 실마리를 보여주려 하다 보니 때로는 좀 센 툭탁질을 보여주고, 우스꽝스러운 툭탁질도 보여주지요. 아이들은 실마리가 풀리는 길도 지켜보겠지만, 툭탁질에 마음이 끌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툭탁거릴 적에 나무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본 대로 배워서 고스란히 따라할 뿐이거든요. 이때에는 차분히 지켜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어버이나 어른 스스로 짜서 들려줍니다. 그런데 타이르는 말은 자칫 꾸지람이나 길고 따분한 수다가 될 수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짜서 들려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노래꽃이 떠오르더군요. 그냥 시나 동시가 아닌 ‘노래꽃’이란 이름으로 열여섯 줄을 짤막히 간추려서 들려주자고 생각했습니다.



과자 한 봉지 / 교실에 들고 와서 // 동무들 보는 앞에 / 혼자서는 못 먹어 // 동무들에게 / 한 움큼씩 나눠 주었습니다. / 내 몫도 없이 /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과자 한 봉지/24쪽)


도움반에 온 날 / 남들 보기 부끄럽다고 / 엄마 아빠 얼굴에 먹칠했다고 / 나는 어머니에게 맞았습니다. (도움반에 온 날/42쪽)



  좀처럼 오순도순 지내지 못한다 싶은 날에는 ‘오순도순’이란 이름으로 노래꽃을 써요. “북적이는 여름날 논 못 / 시끌시끌 노래판 여는 / 개구리 이 곁에 / 풀밭 풀벌레 // 물결치는 가을철 들판 / 쏴륵촤륵 춤판 짓는 / 나락에 참새에 / 햇발은 더욱 그윽”처럼 먼저 여덟 줄을 열고서 “펑펑대는 겨울빛 마을 / 사근사근 고요판 이룬 / 눈송이 눈사람 눈길 / 바람이랑 곰이랑 새근 // 도란도란 풀씨가 이야기 / 오순도순 깨어나 또 얘기 / 소근속닥 기지개 다시 모여 / 봄숲은 가만가만 어우러지지”처럼 여덟 줄을 마감합니다.


  엽서 크기만큼 작은 쪽종이에 이렇게 열여섯 줄을 연필로 적어서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밥을 소리내어 읽어 봅니다. 저도 아이들 뒤를 이어 새삼스레 소리내어 읽어 줍니다.


  열여섯 줄 노래꽃은 얼마나 힘을 낼까요? 글쎄,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하나는 뚜렷이 느껴요. 아이들은 어버이나 어른이 저희한테 어떤 이야기밥을 들려주는가를 마음으로 알아차립니다. 어버이나 어른이 저희한테 쓰는 말을 고스란히 마음에 새겨서 나중에 반드시 씁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너 그러지 말랬지!” 하고 나무라면, 아이는 저보다 어른 동생이나 다른 동무한테 “너 그러지 말랬지!” 하고 똑같이 소리지르지요. 어버이가 아이 곁에서 나무를 보며 “아아, 참 아름답네. 곱네. 사랑스럽네.” 하고 속삭이면 아이는 나중에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어느 자리에서 “참 아름답네요. 곱네요. 사랑스럽네요.” 같은 말을 문득 읊습니다.



아이들이 / 우리를 / 바보라고 합니다. // 선생님들도 / 우리를 / 바보라고 합니다. // 아이들이 / 우리 선생님을 / 바보라고 합니다. // 선생님들도 / 우리 선생님을 / 바보라고 합니다. (바보/56쪽)



  동시라기보다는 노래꽃인 《내가 미운 날》(오승강, 보리, 2012)이 있습니다. 흔히 이 책을 동시집으로 여길 테지만, 굳이 동시라는 틀에 얽매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시쓴님 오승강 님은 삶을 노래하며 꽃으로 피우듯이 한 줄씩 적어 내려갔구나 싶거든요.


  퍽 오래도록 멧골마을 분교에서 샘님(교사)으로 일하던 오승강 님은 별빛칸(특수 학급)을 맡아서 별빛아이를 맡아서 돌보는 길을 걸었다고 해요. 이때 겪거나 마주한 배움살림을 가만가만 노래처럼 여미어 《내가 미운 날》을 묶었다지요.



공부하다가도 / 동무가 오줌 누러 가면 / 우리는 모두 벌떡 일어나 / 오줌 누러 갑니다. // 동무가 물 마시러 가면 / 모두 물 마시러 가고 / 손 씻으러 가면 / 모두 손 씻으러 갑니다. (참지 못합니다/88쪽)



  ‘별빛칸’이나 ‘별빛아이’ 같은 이름을 쓰는 분은 아직 없지 싶습니다만, 《내가 미운 날》을 읽는 내내 ‘특수 학급’도 ‘장애아’도 아닌, 참으로 별빛 같은 마음인 아이들이 별빛 같은 하루를 별빛 같은 어른 곁에서 누리네 하고 느꼈어요.


  학교 안팎을 돌아보면 ‘일반인·일반 학급’이나 ‘장애아·장애 학급(특수 학급·특수반)’으로 가르는데요, ‘일반인’이란 이름도 ‘특수반’이란 이름도 몹시 어설프거나 어정쩡하지 싶습니다. 무엇이 ‘일반’이거나 ‘특수’일까요? 아이를 이런 이름으로 갈라도 될까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이런 이름을 익숙하게 받아들여도 아름다울까요?



서울 아이 유리는 이상한 아이. / 냇가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 큰 바위를 보며 / 이건 천만 원짜리다 말합니다 …… 그때마다 우리는 크게 웃었습니다. / 돌도 나무도 풀도 모두 돈으로 보는 / 그것도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 / 많은 돈으로 보는 유리를 / 우리는 이상한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 서울에서는 정말 그렇다고 / 자기 집 마당에 그런 것을 사 키운다고 / 유리는 자꾸 말하지만 /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 그런 것을 돈 주고 사는 / 유리 아버지까지 /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이상한 아이/116∼117쪽)



  노래꽃 ‘이상한 아이’를 읽으며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요, 참으로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얄궂은 물결에 크게 휩쓸린 삶입니다. 돌 하나조차, 나무 한 그루마저, 값으로 이래저래 따집니다. 이제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페트병에 담은 물을 먹는샘물이란 이름을 붙여서 마십니다만, 흐르는 냇물을 길어서 마시지 않고 페트병에 담아서 마시는 얼거리는 참으로 얄궂지 않을까요? 흐르는 결대로 맑은 물이 우리 몸에 좋다면, 온갖 공장이 나라 곳곳에 기계설비를 들여서 맑은 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일을 하도록 부추길 노릇이 아닌, 나라 어느 냇물이든 맑도록 다스려서, 나라 어느 곳에서도 맑은 냇물이며 샘물을 ‘그냥(거저로)’ 누릴 수 있는 터로 가꿀 노릇이 아닐까요?


  깊은 숲에 들어가면서도 페트병에 담은 물을 챙기는 분이 많아요. 싱그러운 골짝물을 코앞에 두고서 페트병 물을 홀짝이는 분이 많아요. 우리는 어느새 이렇게 길들었을까요? 우리는 언제 이 길든 버릇을 바꿀 만할까요?



강아지풀은 강아지풀 / 망초꽃은 망초꽃 / 서울에서도 / 영양에서도 / 제 얼굴 / 제 이름은 잊지 않아요. (씨앗은 알고 있어요/139쪽)



  경상도 영양은 깊디깊은 멧골입니다. 이 깊디깊은 멧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서 서울이든 대구이든 안동이든 나아가야 ‘성공’으로 여기는 목소리가 많거나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승강 님은 바로 이 깊디깊은 멧골이야말로 아름다운 터전이라고 여겨, 이 멧골자락 분교 어린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며 젊은 날을 보냈다고 해요. 나중에는 별빛아이랑 손을 맞잡고 늘그막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제 샘님(교사)으로서 배움터를 떠났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어린이를 마주하면서 초롱초롱 눈빛으로 노래꽃을 길어올리는 어른이란 길을 가실는지 궁금합니다.


  어디에서나 강아지풀이요 망초꽃이듯, 어디에서나 노래꽃으로 눈부실 이야기 한 자락을 기다립니다. 어디에서나 햇볕이요 바람이듯,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사랑이요 즐거운 노래가 될 글 한 줄을 새록새록 새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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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경험일 뿐 : 겪어 보면서 달라질까? 겪는대서 달라질까? 아니지 싶다. 겪기에 달라진다기보다, 이제 그만 겪고서 새로운 길을 겪는 쪽으로 갈 뿐 아닐까? 신물이 나도록 겪었어도 그 신물나는 짓을 끊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신물이 나는데에도 이 신물이 나는 마음으로도 거듭 겪는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겪지 않았는데에도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오늘 이 삶이 아닌 어제 그 삶에서 겪어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예전 삶에서 예전 몸으로 다 겪은 일은 굳이 이곳에서 다시 겪지 않겠지. 진보라느니 보수라느니 갈라서 툭탁거리지만, 이들 가운데 진보다운 진보나 보수다운 보수가 있는지 아리송하다. 둘 다 쇠밥그릇을 거머쥐고서 저희 자리를 얼마나 튼튼히 지키느냐 하는 담쌓기를 ‘해보는(겪는·경험)’ 길만 치닫지 싶다. 그들은 그들대로 그들 삶길이 수렁이나 벼랑인 줄 모를 수 있고, 그 수렁이나 벼랑이 오히려 짜릿짜릿하다면서 못 멈출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아닌 나는? 오늘을 본다. 새벽에 밝아 오는 빛을 본다. 바야흐로 깨어나서 노래하는 새를 만난다. 늦가을 마른풀은 매우 보드라워서 도무지 신을 꿸 수 없다. 맨발로 마른풀을 밟으면서 나무 곁에 선다. 감나무야, 넌 간밤에 무엇을 보았니? 모과나무야, 넌 지난밤에 어디를 돌아다녔니? 후박나무야, 넌 한밤에 어떤 별빛을 품었니? 내가 스스로 겪고 싶은 길이라면, 이 별에서 온갖 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면서 나무마다 나무다움을 살살 북돋우면서 아끼고 싶은 하루라고 느낀다. 2018.10.2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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