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넘실거리다


이 고개를 넘으면 저 고비가 훅 나타날는지 모릅니다. 저 고빗사위를 지나니 그 잿마루가 크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겨우 꼭대기에 올랐더니 숱한 재가 저 앞에 넘실거리기도 합니다. 얼핏 까마득한 길입니다. 드디어 숱한 재를 다 넘고 보니, 이제는 가시밭이 잇기도 하지요. 끝없이 흐드러지는 자갈길에 지칠 만하고, 언제쯤 빛나는 꽃밭을 만나려나 아득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도무지 신바람길이란 없이, 아름날조차 없이, 찌릿찌릿 고달프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삶이란 모두 한고비일까요? 이도 저도 아닌 가운데에 덩그러니 서면 될까요? 물결치는 구름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다가 숨을 돌립니다. 바삐 가야 할 길이 아니기에 봄꽃을 바라보고 여름꽃을 들여다봅니다. 가을꽃을 쓰다듬고 겨울꽃 곁에서 눈송이를 맞습니다. 기쁘기에 사랑잔치를 펼 날이 있어요. 슬프기에 새삼스레 눈물잔치를 열 날이 있어요. 불꽃튀게 달리기만 하느라 지칠 날이 있어요. 이제 그만 멈춰서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아름드리로 뻗은 우듬지에 까치가 집을 지었습니다. 새는 저렇게 높은 데에 둥지를 트는구나 싶은데, 오직 한마음으로 둘레를 보려는 살림길일 테지요.


ㅅㄴㄹ


고개·고비·고빗사위·한고비·재·잿마루·가운데·가운꽃·가장·꼭대기·꼭두·머리·우듬지·마루·머드러기·높다·크다·으뜸·잘나가다·잘되다·하나·한가득·바야흐로·드디어·한창·한철·한물·흐드러지다·흘러넘치다·너울거리다·넘실거리다·넘어서다·넘치다·차고 넘치다·물결치다·물오르다·불꽃튀다·피끓다·피튀다·판치다·피다·피어나다·무지개·구름·구름바다·봄·봄철·봄꽃·빛·빛길·빛나다·기쁘다·잔치·사랑잔치·아름잔치·살판·신바람길·아름날·좋은날·짜릿하다·찌릿하다 ← 클라이맥스(climax)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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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목


어디가 가운길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가면 다들 “시골에서 올라왔어요?” 하고 묻는데, 시골은 낮은 데가 아닙니다. 서울만 가온길일 수 없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큰고장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광주로 내려가지” 않고, 거꾸로 “광주로 올라가지” 않아요. 그저 ‘가다’하고 ‘오다’를 쓸 뿐입니다. 나중에 반갑게 만날 사이라면, 오르내리지 않아요. 저마다 길목에서 만나고, 서로서로 길머리에서 어울립니다. 우리 몸에서 목이란, 넘어가고 넘어오는 사이입니다. 이웃으로 이으려고 이음길을 놓고, 앞길도 뒷길도 나란히 놓습니다. 골목에서 북적길로 가든, 북새통에서 마을 한켠으로 오든, 다 다르게 마주하는 틈입니다. 이쪽저쪽 모두 새롭게 마주할 난달입니다. 길나루에 서서 앞날을 그립니다. 머잖아 펼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저잣골에서 사귀는 사람이 있고, 마당에서 도란도란 수다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느 곳에서나 새삼스럽습니다. 이윽고 손을 잡고서 들길을 거닐어요. 여름에는 여름바람을 쐬고, 겨울에는 겨울바람에 꽁꽁 얼면서, 활짝 웃고 어우러지는 하루를 누립니다.


ㅅㄴㄹ


가운길·가온길·가운뎃길·가운데·가운님·가운뎃님·가운때·사귀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이웃·이음길·잇다·길목·길머리·길나루·난달·목·사이·사잇길·사잇골·새·샛길·샛골·춤·틈·틈새·알맹이·아가리·어귀·입새 ← 중간과정


가겟거리·가겟골목·가겟길·가겟골·골목·골목길·마당·저자·판·저잣거리·저잣골목·저잣길·저잣골·저잣마을·저잣집·저잣마당·저잣판·저잣터 ← 아케이드


앞으로·앞길·앞줄·앞날·앞삶·머잖아·-고서·모레·바야흐로·곧·이제·이제부터·새날·새롭다·뒤·뒷날·얼마 뒤·나중·이다음·그다음·다음·건너·이윽고 ← 장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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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뒷손질


다음에는 잘 하면 된다고 여길 수 있으나, 그다음에 또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이다음에는 꿋꿋하자고 다짐하지만, 다음길에 거듭 자빠질 수 있습니다. 뒤따르는 온갖 일이 버거워 땀흘리다가 쓰러질 수 있어요. 이때에는 곁에서 보태는 손길을 받으면서 일어날 만해요. 앞손질도 뒷손질도 고맙게 받으면서 천천히 다시 나아갈 만합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나란히 북돋웁니다. 함께 이끌고, 같이 애써요. 더 큰 도움손은 없어요. 모두 반갑게 도움꽃입니다. 고치는 이웃이 있고, 어루만지는 동무가 있어요. 치다꺼리하는 내가 있고, 다듬는 네가 있습니다. 앞장서는 사람 혼자 일을 맡지 않아요. 뒤따르는 사람도 온갖 일을 맡습니다. 서로 징검다리입니다. 저마다 디릿돌이에요. 먼저 보금자리를 알뜰히 가꾸면서 마을과 푸른별을 차근차근 돌봅니다. 바쁠 적에는 추스를 틈이 없습니다. 쉬엄쉬엄 조금조금 가다듬으려고 하기에 밑바탕을 든든히 이루면서 환하게 피어납니다. 힘이 적으니 모읍니다. 힘이 넘실거리니 이바지합니다. 살짝 베풀어도 대단합니다. 크게 주어도 즐겁습니다. 제 넋을 모시는 마음부터 고이 다스리면서 이 길을 걷습니다.


ㅅㄴㄹ


다음·그다음·이다음·다음길·다음꽃·뒤·뒷일·뒤따르다·뒤따라가다·뒤따라오다·뒷손·뒷손질·뒷갈무리·갈무리·가다듬다·다듬다·손보다·손질하다·추스르다·고치다·어루만지다·치다꺼리·뒤치다꺼리 ← 후속조치


드리다·주다·보태다·이바지·베풀다·모시다·섬기다·올리다 ← 시주(施主)


아기받이·도움이·도움손·도움꽃·애쓰다·힘쓰다·땀흘리다·힘·바탕·밑바탕·밑·밑틀·다리·다릿돌·징검다리·보금자리·둥지·자리·집·거들다·돕다·이바지·이끌다·끌다·북돋우다 ← 산파(産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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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일구다


시골 논두렁에 늦가을이면 노랗고 작게 수북수북 돋는 들꽃이 있습니다. 멧자락에도 노랗게 물들이는데, 자그마치 늦겨울부터 한가을까지 내내 잠들다가 늦가을에 이르러 천천히 줄기를 올려서 돋는 멧노랑(산국)입니다. 여러 해에 걸쳐서 멧노랑 씨앗을 받아서 우리 집 기스락에 뿌렸어요. 올해에 드디어 자리를 잡으면서 곳곳에서 올라오더군요. 텃씨는 이듬해에 곧장 깨어나기도 하지만, 여러 해 걸릴 수 있습니다. 손수 일구면서 더 일찍 싹틔울 수 있고, 느긋이 가꾸면서 두고두고 일으킬 수 있어요. 보듬는 손길이기에 품습니다. 살리는 눈길이기에 아늑하지요. 누가 가르쳐야 깨닫지 않습니다. 씨톨은 이미 속으로 밑자락이 든든합니다. 사람씨도 풀씨도 짐승씨도 헤엄씨도 벌레씨도 나비씨도 매한가지예요. 피톨에는 저마다 몸과 마음을 이루는 밑뿌리가 있어요. 밤이면 드리우는 빛줄기가 깃들고, 낮이면 환하게 퍼지는 사랑스러운 햇빛이 스밉니다. 찬찬히 키웁니다. 하나씩 돌봅니다. 오래도록 토닥입니다. 앞장서서 이끌 사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끌어갈 수 있어요. 오늘은 아이가 이끌어요. 모레는 어른이 이슬받이로 나아갑니다.


ㅅㄴㄹ


씨·씨톨·씨알·씨앗·알씨·피·피톨·피알·밑뿌리·밑싹·밑씨·밑자락 ← 유전자, 디엔에이


가꾸다·일구다·가르치다·갈치다·기르다·이끌다·끌다·끌고 가다·끌어가다·끌힘·돌보다·돌봐주다·돌봄길·돌봄손·돌아보다·보살피다·보듬길·보듬다·토닥이다·품다·불빛·불빛줄기·빛줄기·횃불·사랑·사랑멋·사랑맛·살리다·살려내다·살려주다·살림·살림하다·살림길·어버이·키·키잡이·키우다·키움꽃 ← 육성(育成)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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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21.

오늘말. 숲살림


바다만 있는 곳이라면 사람은 어떻게 살까요? 미루어본다면 바닷속에서만 살아갈는지 모릅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는 어찌 살까요? 이럼잡는다면 땅밑에 깊이 잠들는지 모르나, 소금도 물도 없으니 말라죽으리라 봅니다. 뭍과 바다 넓이처럼 숨붙이 몸에는 물이 넉넉합니다. 푸른별을 이루는 모두는 푸른빛을 품는 푸른길로 푸른살림을 짓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는 숲이 없어요. 숲빛을 꾸민 자그마한 숲터는 있지만, 숲살이하고는 멀어요. 갈수록 둘레 숲을 잡아먹기까지 하면서 들빛도 들살림도 망가뜨립니다. 이런 길이라면 짐짓 죽음길이라고 여깁니다. 어디에서나 살림길로 서려면 숲살림을 생각하면서 숲집을 가꾸고 숲마을을 열면서 숲누리로 거듭날 노릇이지 싶어요. 이제는 하나하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숲하고 등진 모든 삽질은 멈출 일입니다. 숲하고 등돌린 모든 말글도 끝낼 일이에요. 푸른별이란 숲별이라는 뜻입니다. 파란별이란 파란하늘과 파란하늘이 어우러진 살림빛이라는 뜻입니다. 주먹셈으로 돈만 바라는 굴레는 하나씩 치우기를 바라요. 아이는 신나게 뛰놀고 어른은 어질게 살림하는 숲살이길을 걸어가요.


ㅅㄴㄹ


숲살림·숲살림길·숲살이·숲살이길·숲터·숲터전·숲울·숲울타리·숲빛·숲빛깔·들길·들빛·들빛길·들살림·들살이·들꽃살림·들꽃살이·바람빛·바람님·바람잡이·푸른길·풀빛길·푸르다·푸른빛·풀빛·풀빛깔·푸른숲·풀빛숲·푸른자리·푸른터·풀빛자리·풀빛터 ← 자연유산(自然遺産)


꼽다·미루다·미루어보다·짚다·치다·어림·어림하다·어림잡다·얼추·얼추잡다·-려면·-자면·주먹셈·짐짓·믿다·여기다·보다·생각·셈·얘기·이야기 ← 가설(假說)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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