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1. 반하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누리책집에서만 책을 산다면, 등허리나 팔다리나 종아리나 허벅지가 결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누리책집에 올라오는 책만 사더라도 우리가 읽을 책은 차고넘칠 만합니다. 그러나 모든 책을 누리책집에서만 못 만납니다. 낱말책(사전)은 모든 말을 다루는 꾸러미이기에, ‘등록된·검증된·정리된·정식’이라는 자리에 깃들지 않은 ‘홀가분한·즐거운·사투리·살림말’이라는 자리를 돌아보려고 온나라 마을책집을 돌아다닙니다.


  말을 알려면 마음을 알아야 하고, 마음을 알려면 마을을 읽어야 하고, 마을을 읽으려면, 마을을 감싼 들숲바다를 읽어야 하고, 들숲바다를 읽으려면 들숲바다를 이루는 해바람비를 품어야 하고, 해바람비를 품으려면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을 짓는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을 짓는 하루란, 아이 곁에서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오늘을 노래하는 놀이일 적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누려요.


  이러다 보니, 작은 헌책집과 새책집을 찬찬히 찾아다니면서 ‘누리책집(인터넷서점)에 없는 책’을 등짐 가득 마주하면서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면서 다르게 나누는 말’을 읽습니다. 《밑말 꾸러미》가 막바지에 이르자 ‘이제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깁고 손보면서 채울 낱말’을 헤아리는데, 인천·수원을 돌고서 서울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디긴 길에 ‘반하다’가 벼락처럼 꽂혔어요.


  아차, ‘밝다·바다·바람·밭’이랑 ‘맑다·마음·말·마을’이랑 ‘물·비·빛·빚·비우다·비다’ 사이에 ‘반하다·반갑다’를 빠뜨린 줄 깨닫고는, 지난밤과 새벽과 아침을 가로지르면서 ‘반하다·반갑다’를 새록새록 추슬러서 《밑말 꾸러미》에 보탭니다. 요새는 ‘반하다’나 ‘반갑다’라는 낱말을 혀에 얹는 이웃을 거의 못 봅니다. 으레 ‘매혹·매료·홀릭’이나 ‘환대·환영’ 같은 말씨를 쓰더군요. 한자말이나 영어는 안 나쁩니다만, ‘반하다·반갑다’처럼 오래되고 수수한 말씨를 잊는 마음에는 ‘밝음·바다·바람·하늘빛’이라는 숨결이 깃들 틈이 없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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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임금님 사각사각 그림책 50
미우라 타로 지음, 황진희 옮김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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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6.1.

그림책시렁 1234


《작은 임금님》

 미우라 타로

 황진희 옮김

 비룡소

 2023.1.26.



  우리말 ‘꼬마’는 어린이를 귀엽게 여기거나 작은 몸집인 사람을 놀리는 말로 여기는 듯하지만, ‘꼬리·꽃’에 ‘끝·곰·곱다’가 나란히 얽히는 말씨입니다. 얼핏 보면 끝이라지만, 끝이란 첫걸음으로 나아가는 길목이요, 끝으로 맺는 꽃이 있기에 씨앗을 품고 열매가 익습니다. 꼬마이기에 꼼꼼하게 봅니다. 꼬마이기에 맑고 밝게 꽃송이를 이룹니다. 《작은 임금님》은 몸집이 작은 탓에 하나부터 열까지 고단하게 지내던 임금님이 어느 날 우람한 몸집인 짝꿍을 만난 뒤에 하나부터 열까지 즐겁게 바뀌는 나날을 들려줍니다. 어우러지기에 즐겁다면, 여태껏 안 어우러졌으니 안 즐거웠을 테지요. 임금님이란 자리라서 모두 누리고 배불리 먹어도 남았다면, 하나도 못 누리고 굶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요? 숱한 사람들은 담집(성)을 지키려고 애먼 하루를 멍하니 칼을 쥔 채 서야 합니다. 왜 싸울아비가 임금님을 지켜야 할까요? ‘싸울아비 아닌 살림꾼’으로서 저마다 보금자리를 가꾸고 돌볼 노릇 아닐까요? 위아래로 가른 틀이 있기에 ‘넘치게 누려도 안 즐겁고 모자라다’고 여깁니다. ‘임금(권력자)’이란 허울을 벗을 때라야 비로소 삶을 보고, 살림을 익히고, 사랑을 느껴 ‘곱게 꽃으로 피는 사람’인 ‘꼬마’로 설 수 있습니다.


#三浦太郞 #ちいさなおうさま


뭔가 많이 아쉬운 그림책.

‘작은’을 들려주려는 결은 안 나쁘되,

‘작은’을 더 깊이 바라보지 못 했고,

‘임금·계급 없이 끌려온 군인’이란 틀은

미처 바라보지도 못 한 얼거리.


《작은 임금님》(미우라 타로/황진희 옮김, 비룡소, 2023)


작은 임금님의 식탁은 아주아주 컸어요

→ 작은 임금님 밥자리는 아주아주 커요

8쪽


큰 식탁은 날마다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지요

→ 큰자리는 날마다 맛있는 밥으로 가득하지요

8쪽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어요

→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요

8쪽


커다란 백마가 있었어요

→ 커다란 흰말이 있어요

→ 크고 하얀 말이 있어요

10쪽


잠시도 편안히 쉴 수가 없었지요

→ 하루도 느긋이 쉴 수가 없었지요

→ 조금도 쉴 수가 없었지요

14쪽


큰 분수가 달려 있었어요

→ 물보라가 크게 달렸어요

→ 물뿜개가 크게 달렸어요

14쪽


작은 임금님은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 작은 임금님은 짝을 맺었어요

→ 작은 임금님은 짝꿍을 만났어요

16쪽


무척 행복했어요

→ 무척 기뻤어요

→ 무척 즐거웠어요

16쪽


아이를 열 명이나 낳았어요

→ 아이를 열이나 낳았어요

18쪽


아이들이 태어나자 성이 비좁아졌어요

→ 아이들이 태어나자 울집이 비좁아요

20쪽


가족 모두가 앉기에 딱 좋았어요

→ 온집안이 앉기에 좋았어요

→ 모두 둘러앉기에 좋았어요

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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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분도그림우화 16
노턴 저스터 지음 / 분도출판사 / 1982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2023.6.1.

그림책시렁 1167


《점과 선,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

 노턴 저스터

 이미림 옮김

 분도출판사

 1982.2.1.



  멀리서 보면 한덩이 같은 바다이고 땅입니다. 가까이서 바닷물을 손바닥에 얹으면 가없이 작은 방울로 흩어지는 물입니다. 곁에서 땅을 쓰다듬거나 쥐면 끝없이 작은 알갱이로 흩어지는 흙입니다. 우리 몸은 한덩이로 잇거나 뭉친 듯하지만, 깊이 들어가서 새롭게 보면 더없이 작은 조각이 틈을 두고서 나란히 있는 얼거리예요. 온누리 모든 숨결은 하나이자 조각이고, 조각이 하나로 뭉쳤으며, 서로 다른 씨앗 같은 빛알갱이가 모여서 하나이자 ‘없는끝’으로 있다고 여길 만합니다. 《점과 선,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은 ‘콕(점)’하고 ‘줄·금(선)’이 맞물리는 얼거리를, 콕이랑 줄이 어우러지는 길에 빗대어 들려줍니다. 바다처럼 땅처럼, 우리 몸이며 마음도 ‘하나이면서 끝없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이든 지을 수 있고, ‘아무것도 새롭게 못 한다’는 굴레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스스로 바라보면서 품는 길이거나 굴레입니다. 콕 찍었기에 낱으로 하나뿐일까요? 얼핏 보기에는 ‘콕’이지만, 한참 파고들면 더없이 긴 줄이라고 여길 만하지 않을까요? 한 걸음을 내디딜 줄 안다면, 두 걸음으로 잇고, 새롭게 나아가는 걸음으로 피어납니다. 한 사람이면 넉넉합니다. 한 사람이 모두 풀어냅니다.


#NortonJuster #TheDotAndTheLin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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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마실꽃
2023.5.31.

#김휘훈 님 #응시 #키위북스 를 기리는
조촐한 책수다가
#수원책집 #마을책집
#책먹는돼지 에서
오늘 열렸다.

#숲노래 씨는 오늘 서둘러 보낼
마감글을 마치느라
인천에서 조금 늦게 전철을 탔고
한창 이야기를 펴는 때에
수원에 닿았기에
책집 밖에서
조용히 #노래꽃 을 판에 옮겨적었다.

햇볕이 따사로운
오월 끝날,
#헌책집 #오복서점 이
마지막으로 연다고 했다.
#책숲마실 #숲노래노래꽃

서른세 해를 걸어온 수원책집이
이제 가게(매장)를 접으면서
수원에는 #헌책방 이 다 사라졌다고
할 만하다.

수원에 마을책집이 그토록 많으나
헌책집은 #전멸 을 해버리는구나.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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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5.31.

수다꽃, 내멋대로 44 분노



  ‘불타오르(분노·증오)’면, 앞뒤를 안 본다. 불타오르는 터라, 오직 ‘미워하고 싫어하는 놈’만 쳐다보면서 이글이글 태워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으로 타오르기 때문에 ‘저놈만 죽이면 다 돼!’ 하고 여기는데, 저놈을 불길로 태워서 죽였는데, 뜬금없이 ‘아무 잘못이 없는 딴사람’을 불태우기 일쑤이다. 또는 ‘미운놈을 태워죽이’려다가 애먼 사람까지 태워죽이기 일쑤이다. “모기를 잡으려다 집을 불태운다”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가 ‘불(분노·증오)’이 되어버리면, ‘앞뒤가림’을 아예 잊고 말기에, ‘참(진실)’을 보려는 마음이 아닌, ‘미운놈을 찾아내고 솎아내어 죽이고픈 마음’이 가득하고 만다. ‘참(사랑이 가득한 마음)’이 아니라 ‘차가움(미움이 가둑한 마음)’으로 기운 탓에, 그놈도 죽이지만, 나도 죽고, 우리 둘레 착한 사람까지 다 죽인다. 이른바 ‘정의의 용사’가 나와서 ‘밉놈(악당)’을 물리치는 만화를 보자. ‘밉놈’ 하나를 죽인다면서 그만 마을(도시)을 송두리째 불바다로 만들지 않는가? 이 모습이 바로 ‘분노라고 하는 민낯’이다. 불(폭탄)은 아무것도 안 가린다. 무턱대고 덤벼서 모조리 죽음이란 잿더미로 몰아붙이는 기운이 불(분노·증오)이다. 얼핏 보았을 적에 아이가 그릇을 깨뜨렸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아이는 얌전히 있었는데, 바람이 훅 불고 지나가면서 그릇이 흔들려 저절로 떨어져서 깨질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엄마아빠가 아끼는 그릇을 왜 깼니!” 하면서 확 불타올라 아이를 다그치거나 나무라거나 때리기까지 한다. 불타오르는 엄마아빠를 본 아이는 ‘불타오른 엄마아빠는 내(아이) 말은 아예 안 듣는’ 줄 알아차리며 그저 두려워 말도 못 한다. 숱한 어버이는 아이가 잘못하지 않은 일을 아이한테 그만 덤터기를 씌운다. 왜냐고? 어버이 스스로 앞뒤를 못 가리도록 스스로 불(분노)이 된 탓이다. 이른바 나라꼴(정치·사회)을 보면, 이쪽도 저쪽도 못난놈이다. 우두머리(권력자)란 모름지기 ‘사람들 눈을 속이면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는 자리’이기에, ‘깨끗한 우두머리’란 없다. 참말로 없다. 깨끗한 사람은 우두머리(정치·교육·문화예술 지도자)가 되지 않는다. 깨끗한 사람은 조용히 철들어 착한 어른이 될 뿐이다. 착한 어른은 언제나 아이들 곁에서 도란도란 같이 소꿉놀이를 하고, 아이 눈높이를 헤아려 ‘쉬운말’을 쓰고, 언제 어디에서나 아이들을 품고 감싸고 돌보는 길을 간다. 착한 어른은 우두머리 짓을 안 하고, ‘이슬떨이’로서 ‘길잡이’를 할 뿐이다. 길잡이는 앞장서거나 나서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즐겁게 스스럼없이 나아가고서, 아이들이랑 손에 손을 잡고 나란히 노래길·놀이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보라.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시의원·군의원 가운데 ‘이슬떨이로서 어린이 곁에서 소꼽눌이를 하고 쉬운말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른’이 있는가? 아예 없다. 그러니, 우리는 나라꼴(정치·사회)을 쳐다보면 그저 불(분노)이 치밀어오를밖에 없다. 그러니까, 나라꼴을 쳐다보지 않을 노릇이다.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고, 들꽃을 쳐다보고, 들숲바다를 쳐다보고, 해바람비를 쳐다보고, 마음빛을 쳐다보고, 이웃이랑 쉽게 주고받을 ‘착한 우리말’을 쳐다볼 노릇이다. 그러나 정 나라꼴(정치·사회)을 쳐다보고 싶다면, 먼저 ‘불타오르(분노·증오)’지 말아야 한다. 이놈이건 저놈이건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거나 탓할 마음을 싹 지워야 한다. 이놈이건 저놈이건 ‘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못했는지만 쳐다볼 노릇이고, 어느 쪽에 선 어느 놈이건 값(벌)을 달게 받도록 마음을 기울이고서 끝내면 된다. 보라! ‘전두환 손자’한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엄마아빠랑 할매할배를 ‘잘못 만난 탓’에 제법 오래 굴레에서 허덕인 줄 오래도록 모르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동안 ‘전두환 손자’ 스스로 알게 모르게 저질렀을 숱한 잘잘못을 털어내려고 용쓰는데, 잘못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한테 어찌 돌을 던지는가? 그러니까, 이쪽이건 저쪽이건 잘못을 말끔히 뉘우치고서 값(벌)을 달게 받으려는 사람은 너그러이 보아줄(용서) 노릇이요, 어느 쪽에 선 놈이건 콧대가 높고 핑계에 달아나기만 하는 놈은 ‘불길’이 아닌 ‘참(진실)’이라는 눈빛으로 딱하게 보며 타이르거나 나무라되, 그놈 스스로 값을 치를 때까지 안 잊으면 된다. 문득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눈물로 뉘우치는데, 이 아이들을 안 봐줄 수 있는가? 다시 잘못을 저지르면, 다시 돌아보면서 되새기도록 타이르고, 자꾸자꾸 타이르고 보듬을 노릇이다. 그런데, 우리가 불길(분노)에 휩싸이면 다 죽여버리고 마니, 불길이 아닌 ‘별빛’에 ‘햇볕’으로 스스로 숨길을 가다듬어야지 싶다. 밤길을 밝히는 횃불이나, 집안을 고요히 밝히는 촛불이 되자. 오직 사랑이라는 빛줄기를 가만히 품어 어른이 되자. 우리 엄마아빠가, 또 싸움터(군대)에서, 또 일터(회사)에서, 숱한 사람들이 불길(분노)에 휩싸여 나를 괴롭히거나 두들겨팬 짓을 치러 왔다. 그분들 눈에는 사랑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불이 아닌 사랑을 오롯이 그리려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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