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9.9.
《마늘꽃》
최서영 글·그림, 봄봄, 2025.6.27.
간밤에 풀벌레노래를 담으려다가 그만둔다. 마을 한켠에 있는 커다란 말림틀(건조기)이 밤새 윙윙거리더라. 가을걷이를 하기에 바로 말림틀을 돌리겠지. 낮에는 벼베개가 다니는 소리가 울리고, 밤에는 말림틀이 윙윙거리는 셈이다. 지난날에는 벼를 벤 집마다 마당이며 고샅이며 길에 나락을 펴서 말렸다. 할매할배는 바지런히 뒤집으면서 해말림을 했다. 낟알이건 남새이건 해말림을 하면 밤에는 별빛과 푸른노래도 받아들인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먹거나 누리는 삶일까?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잃거나 잊는 늪인가? 나라일꾼(장관)을 새로 뽑았다지만 모조리 말썽이 많아서 시끄럽다. 이미 여태 뒷돈을 잔뜩 챙긴 이들은 나라일꾼까지 맡으면서 꽃돈(연금)까지 더 챙길 속셈인 듯싶다.
《마늘꽃》을 돌아본다. 그림님은 마을에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는 놀랐다지. 온누리 모든 푸나무는 꽃을 피운다. 함박만 하게 구경하는 꽃도 있지만, 조촐하게 오고서 스러지는 꽃이 수두룩하다. 여름 새벽에 살며시 맺고서 낮이면 이내 저무는 나락꽃은 그야말로 ‘하루꽃’이다. 바지런한 시골내기가 아니라면 나락꽃을 못 본다. 콩꽃도 팥꽃도 더없이 곱다. 참깨꽃도 들깨꽃도 가없이 곱다. 쑥꽃도 모시꽃도 곱지. 씀바귀꽃이나 고들빼기꽃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질경이꽃이나 부추꽃을 못 본 사람도 많다.
이 땅에서 오래도록 나고자란 모든 꽃은 나물이기도 하다. 예부터 못 먹는 꽃은 없다. 먼나라에서 들여온 꽃만 아직 먹기 어려울 뿐이다. 이 가운데 감자꽃은 아마 앞으로도 못 먹을 만하지 싶다. 새봄에 벚꽃이며 매꽃이며 느티꽃이며 ‘나물꽃’ 노릇을 한다. 풀꽃과 나무꽃을 하나하나 눈여겨본다면, 풀과 나무마다 다 다른 나비가 앉는 줄 알아채겠지. 하늘소도 나무마다 다른 줄 헤아릴 수 있다면, 눈과 손과 마음 모두 푸르게 건사하는 살림으로 나아가리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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