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A. 베일리 외 지음, 이준호 외 옮김 / 서광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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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축약이다. 흄은 독단적이지 않다. 즉 원인이 되는 능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이 있다고 믿은 이유는 없다. 즉 있을 수 있는 이유라고는 선험적이거나 경험적인 것이 전부인데, 흄은 이런 이유가 모두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앞으로 알 수 있는 유일한 인과관계는 항상적 결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 때문에 우리는 세계의 인과적 구조에 관해 정당화되지 않는 신념을 갖게 된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132

A. 베일리 (Alan Bailey)와 D. 오브리언(Dan O'Brien)의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Hume's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에서 저자들은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대한 소개와 함께 <탐구>에 대한 큰 흐름을 짚는다. 본문에는 도덕과 종교 등 <탐구>에 대한 주요 내용에 대한 해석도 함께 다루어지지만, 입문서의 특성 상 흄 사상에 있어 큰 줄기만 잡고 상세 내용은 원문을 통해 정리해도 좋을 듯 싶다.

관념이 거의 변함없이 대응 인상에서 유래된다면, (예외적인) 특정 관념은 대응 인상이 없더라도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대응 인상이 없다면 그 인상의 관념도 있을 가망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이것은 흄 자신이 줄곧 인정한 태도라는 것이 중요하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72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에서 보여지는 흄 사상의 가장 큰 특성은 '양립가능론'이다. 경험주의자인 흄에게 모든 관념은 감각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동물을 포함한 개체가 경험하는 결과는 축적되어 예측을 가능하게 하며, 경험의 빈도와 강도 등은 생겨나는 관념에도 영향을 미쳐, 어떤 관념은 신념으로 변화될 수 있다. 경험이 만들어 내는 관념. 이는 도덕과 종교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흄이 신념과 인상을 모두 생생하고 힘찬 관념이라고 하는 것은 직접 관찰되지 않는 사실에 관해 우리가 형성하는 신념과 인상이 강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려고 진력하는 것이다. 인과추론의 결과로 발생하는 신념의 경우에 분명히 이것은 흄이 열정적으로 채택한 접근법이다... 인상의 힘과 생동성은 연합된 관념으로 곧장 전달된다. 이것은 그 관념을 생생하게 만들며, 그 관념을 한낱 관념에서 신념으로 변형시킨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101

개인적으로 '경험에 의해 관념이 형성된다'는 흄의 명제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마음에 떠오르는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이라는 본유관념(innate idea)과는 달리 경험의 소산이라는 프로세스는 top-down과 bottom-up의 방식처럼 차이가 있지만, 단순한 차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본유관념으로부터 도출되는 여러 관념들은 마치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과 같이 본유관념의 속성과 연관되어 확장되기에, 본유관념과 관계가 없거나 본유관념을 거스르는 관념에 대해서는 변신론(辯神論)과 같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관념에서는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방식처럼 보다 폭넓은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간결한 논의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차이가 대륙의 합리론에서 신(Theos)을 제1원인으로 위치시킨 반면, 흄의 사상에서는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로 이를 잘라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처럼 절대관념을 가정하지 않고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흄의 사상이 종교보다는 과학에 가깝고,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큰 틀을 잡고 그의 저작으로 들어가면 좋을 듯 싶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그 관념 - 정신에 떠오른 심상(image) - 을 인지하며, 그와 같은 모든 관념은 감각 인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추정은 '관련된 관념'(relative ideas)을 포함한다. 관련된 관념을 거쳐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즉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감각 인상에서 직접 비롯된 필수적 해당관념(the requisite non-relative ideas)이 없더라도 무엇을 생각할 수 있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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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11-05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 칸트보다 흄이 더 유명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3-11-05 20:50   좋아요 1 | URL
저 역시 확실히 흄은 그가 남긴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된 사상가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준비를 하고 여태껏 미뤄두었던 흄의 3부작 <논고>도 준비가 되는대로 읽어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