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는 군주와 신하의 기본적인 관계를 동상이몽의 관계, 즉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보았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전통적인 유가의 관점은 그에게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그는 법法ㆍ술術ㆍ세勢라는 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데 강한 자신감과 신념을 가지고 단호한 어조로 견해를 피력하였다.

한비자는 법가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그가 나오기 전에 이미 세 갈래의 큰 학파가 있었다. 첫째는 법을 강조한 상앙, 둘째는 술을 강조한 신불해申不害, 셋째는 세를 강조한 신도愼到였다. 상앙이 주장한 ‘법’은 백성들의 사익 추구를 막고 나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신불해의 ‘술’은 신하들이 내세우는 이론과 비판을 그들의 행동과 일치시키는 기술로서, 신하들을 잘 조종해 군주의 자리를 더욱 굳게 다지는 인사정책을 말한다. 신도의 ‘세’는 군주만이 가지는 배타적이고 유일한 권세를 말한다. 한비자는 이 세 학파의 주장을 두루 수용해 발전시켰다.

한비자는 유가나 묵가의 사상을 반대한 것과는 달리 도가사상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도가는 인간의 본성이 순박하다고 보고 절대적인 자유를 옹호한 반면, 한비자는 인간을 악하다고 보고 사회적인 통제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도가와 한비자는 ‘무위(無爲)’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지러운 나라로써 잘 다스려지는 나라를 공격하는 자는 망하고, 사악한 도道로써 바른 도를 치는 자는 망하며, [천리를] 거스르는 도리로써 천리를 따르는 자를 치는 자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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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27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맹렬히 가열차게 읽으시는 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3-09-27 13: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yamoo님께서도 풍성한 한가위 연휴 보내시고, 그림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