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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 ㅣ 케니의 서양철학사 3
앤서니 케니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14년 1월
평점 :
근대철학 전반에서 인간 정신에 관한 철학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 칸트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7, 18세기를 거치면서 심리철학은 인식론 아래 놓인 부속물이 되었는데 이는 데카르트적인 확실성의 추구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추구 과정에서 데카르트를 비롯한 합리론자들은 감각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반면 영국의 경험론자들은 지성의 역할을 배제했다. 이렇게 흩어진 이전 철학자들의 정열을 다시 한데 모아 인간 정신의 다양한 능력들을 공평하게 다룬 설명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칸트라는 탁월한 천재였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370
앤서니 케니(Anthony Kenny, 1931 ~ )는 <근대철학 A New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volume 3: The Rise Of Modern Philosophy>은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에서 시작되어 헤겔(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에 의해 종합되는 근대 시기 철학을 다룬다. 이 시기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E 384~322)의 영향력은 여러 분야에서 소멸되어 갔다. 대신 데카르트가 던진 이원론(dualism)의 문제는 중세철학에서 제1과제였던 '신의 존재 증명'을 대신한 주된 논점이 되었고,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에 의해 지성과 감각이 이성의 이름 아래 종합되면서 새로운 계몽시대의 이념을 제시하게 된다.
근대를 거치면서 인식론은 가장 주목받는, 철학의 핵심 분과라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 되었다. 사실 근대의 대표적인 철학 학파에 붙은 명칭 - '경험론'과 '합리론'이라는 - 은 바로 인식론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근대철학과 고대 및 중세철학뿐만 아니라 근대철학과 헤겔 이후의 철학을 구별해 주는 중요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헤겔주의 전통에서는 인식론이 형이상학과 통합되었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254
다른 면에서 근대철학은 분화(分化)의 시대이기도 하다. 근대 초기에는 신학(神學)과 철학의 결별이 있었다면, 이후 철학은 자연과학(自然科學)과도 나뉘게 된다. 독자들은 근대시기의 철학을 통해 신-인간-자연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각가의 학문이 분화되었고, 실체(substance)의 개별성-보편성의 특성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감성(感性)과 지성(知性) 그리고 이성(理性)에 대한 칸트의 종합이 이루어지며, 헤겔에 의해 이성이 고양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라는 시기 동안 물질세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 단계에 해당하는 17세기에는 이전의 자연철학과 물리학이 점차 분리되었는데 물리학의 역할은 실제 자연법칙을 경험적으로 탐구하는 것이었으며, 물리철학의 임무는 모든 물리학적 탐구가 전제하는 개념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276
근대 초기는 자연신학의 가능성을 검토한 시기였다. 자연신학은 전통 종교의 여러 요소에 대하여 점점 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자연종교를 통하여 신앙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과소평가하려는 신학자들에 의해서도 비판받았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신학적 교리들이 인식론, 심리학, 생물학, 윤리학, 정치학 등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과소평가하려고, 어쩌면 완전히 배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과 그 여파를 거치면서 유럽의 사상가들은 전통 종교와 계몽주의의 기획 모두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493
로크는 지성이라는 일반적 능력보다는 어떤 특정 명제에 동의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이런 진리에 동의하는 일은 경험에 의존하는가? 데카르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며 이런 진리는 우리가 본유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본다. 로크 또한 이들이 경험에 의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형성된 우리의 동의를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구성하는 개념을 얻기 위해서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P209
아프리오리(a priori)한 종합 판단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는 철학의 주요 문제이다. 우리는 감성과 오성의 작용이 결합하여 인간의 지식이 형성하는 방식을 심사숙고함으로써만 이에 대한 대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대상을 제시하는 것은 감성이다. 대상에 대하여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오성이다. 감성은 경험의 내용을, 오성은 경험의 구조를 결정한다. 내용과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대조하기 위하여 칸트는 ‘질료‘와 ‘형식‘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사용한다. - P245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관통하는 개념은 행복이었으며 이는 충분히 이성적인 모든 인간 행위의 궁극 목표였다. 반면 칸트는 행복을 이런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대신 그 자리에 의무를, 즉 도덕적 가치를 지니기 위하여 모든 행위가 지녀야 하는 필수적 동기인 의무를 놓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사람이 자신의 선한 행위에서 느끼는 기쁨에서 덕이 드러난다고 여겼던 반면 칸트는 덕을 실천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따라서 덕을 측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 P403
헤겔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칸트의 윤리학을 정립과 반정립의 관계로 보고 자신은 이를 종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헤겔은 인간의 탁월성을 드러내는 것을 윤리학의 기초로 보았지만 이 탁월성을 자유로운 자아의 실현, 즉 칸트가 도덕적 삶에서 강조했던 자율과 일치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헤겔은 칸트와는 달리 도덕 이론의 영역에서 의무가 아니라 법의 개념에 최고의 위치를 부여한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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