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는 세계와 세계 안에 거하는 인간의 자리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통해 행복하고 안정된 삶의 영위를 목표로 하는 인간의 노력에 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철학적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경험주의적이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감각이 현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회의주의자들의 의혹을 부인하고 감각이야말로 세상이 사실상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정확한 표상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에피쿠로스주의자는 신을 믿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신에 대한 그의 믿음은 본질적으로 신이 인간사에 전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있었다.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의 전략은 위험을 거부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고통의 제거가 쾌락 추구와 일치하는 만큼, 고통의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소크라테스주의가 보여 주는 가장 흥미로운 특징 중에 하나는 이른바 ‘윤리적 지성주의’의 정립이다. 이는 선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필연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동반한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 속에 함축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는 스토아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량arete과 앎episteme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뛰어난 정신적 기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평범한phaulos 인간과 전적으로 구별되는 현자sophos만이 기량과 앎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자는 자신의 기량을 의무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대로 그는 개별적인 운명의 완성이, 따라서 그의 운명 역시, 필연적으로 선을 추구하며 우주 전체를 움직이는 어떤 계획의 실현에 기여한다는 것을 이해할 뿐이다. 여기서 현자의 자유란 신의 섭리에 의해 마련된 계획에 의식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를 통해 신의 섭리가 실현되도록 자신이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다.

우주의 종말을 결정짓는 것은 파멸과 동시에 또 다른 우주의 생성을 가져오는 분열이다. 우주의 만물은 주기적으로 영원히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불에서 탄생하고 불 속에서 분해된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주가 유한한 동시에 영원하다고 보았다.

그런 차원에서 스토아 현자의 영혼은 신들의 영혼과 조화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성한 영혼은 인간의 영혼처럼 이성적일 뿐 인간의 그것과는 달리 부패하거나 소멸하지 않는다. 신들은 종말의 분열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존재들이다. 이들이 인간에게 미래를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감성을 기본적으로 네 종류로 구분한다. 고통은 현재의 실질적인 고통에 대한 견해이며 두려움은 미래에 다가올 고통에 대한 견해다. 쾌락은 현재의 실질적인 즐거움에 대한 견해이며 욕망은 미래에 다가올 즐거움에 대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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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9-30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비싸서 살만한 가치가 있나 고민했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3-10-01 08:29   좋아요 1 | URL
서양철학과 관련한 여러 안내서가 이미 시중에 충분히 나와있어 그레이스님의 말씀에 공감됩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장점은 철학자의 사상을 알기 쉽게 입문자 수준에서 잘 요약해서 설명해 준다는 점과 함께 현대철학까지 폭넓게 소개하는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책가격은 구입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