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회상록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크세노폰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자들이 도대체 어떤 논거를 제시했기에 소크라테스가 나라에 죽을죄를 지었다고 아테나이인들을 설득했는지 나는 가끔 이상하게 여기곤 했다.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고발장의 취지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소크라테스는 첫째, 나라에서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그와는 다른 새로운 신적 존재들을 들여옴으로써 둘째,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1권 제1장, p14


  <소크라테스의 변론 Apologia Sokratous>이 소크라테스(Scrates, BCE 470~399)이 자신에 대한 변론이라면, 크세노폰 (Xenophon, BCE 428~354?)의 <소크라테스 회상록 Apomnemoneumata>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한 제자의 변론이라 하겠다. 크세노폰은 신들에 대한 불경(不敬)과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고발장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로 반증한다. 평소 신들에 대한 공경에 대한 본인의 말과 평소 자신에게 엄격한 소크라테스의 생활태도로 볼 때 고발장의 내용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17) 신들을 공경하되 자기 능력 이하로 해서는 안 되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신들을 공경하지 않음이 확실하니까. 능력껏 신들을 공경하는 사람은 신들이 가장 큰 복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자신하고 기대해도 좋네. 가장 큰 복을 줄 수 있는 분들 말고 다른 데서 더 큰복을 기대하는 것도, 그분들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더 큰 복을 기대하는 것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니까. 또한 신들에게 고분고분 복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분들을 기쁘게 해드리겠는가?"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4권 제3장, p218 


 (1)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말에 설득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또한 놀랍다. 앞서 말한 것에 덧붙여 소크라테스는 우선 성욕과 식욕에 관한 한 가장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다음 그는 추위와 더위와 온갖 노고를 가장 잘 참고 견뎠다. 그 밖에도 그는 절제가 몸에 배어 아주 조금만 가지고서도 아주 쉽게 만족했다. (2) 그런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불경한 자나 범법자나 욕심쟁이나 호색가나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겠는가?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1권 제2장, p21


 <소크라테스 회상록>은 철학자이자 역사가, 군인이었던 크세노폰의 강직함과 간결함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여러 면에서 또다른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Platon, BCE 427~348)의 대화편들과 비교하게 된다. 플라톤의 작품들이 주제를 향해 치밀하게 계획된 구조로 짜여져 있다면, 크세노폰의 작품은 다소 느슨한 구조로 (플라톤에 비해) 소크라테스의 행적을 살핀다. 만약, 스승 공자(孔子, BCE 551~479)의 제자 중 말 잘하는 자공(子貢, BCE 520~456?)이 플라톤이라면, 강직한 자로(子路, BCE 542~480)에 크세노폰을 비할 수 있을까.


 (1) 나는 앞서 소크라테스가 솔선수범하고 대화를 나눔으러써 실제로 제자들을 이롭게 했다고 말했는데, 나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억나는 대로 그런 일을 기록하려 한다. 우선 소크라테스가 종교를 대하는 태도는 분명 제물을 바치거나 조사의 제사를 지내는 등의 일과 관련해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델포이의 퓌티아가 주는 조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1권 제3장, p41


 그렇지만,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자로'가 남긴 작품을 통해서 플라톤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소크라테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한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용기, 절제, 정의, 국가 등 주로 형이상학적 논의를 펼치며, 불멸의 영혼과 이데아에 대해 말한다. 독자들이 대화의 주요 내용에 담긴 플라톤의 목소리에 주목하면서, 소크라테스는 구석으로 밀려난 것이 플라톤 대화편에서의 소크라테스 위상이라면,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를 중심에 세운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관념과 추상에 대한 논의 대신 일상 생활에서의 도덕에 대해 말하면서 세계 4대 성인(聖人)의 모습을 보여준다.


 (10)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래서 네 어머니가 네게 호의를 베풀고, 네가 몸이 아프면 정성껏 돌보고, 네게 필요한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보살필뿐더러,  너에게 복을 많이 내려달라고 늘 신들에게 기도하고, 너를 위해 서약한 것을 이행해도 너는 어머니가 드세다고 말하는 게냐? 내 생각에, 그런 어머니를 참고 견딜 수 없다면 너는 네게 좋은 것들을 참고 견딜 수 없을 것 같구나(p82).... (14) 그러니 아들아, 네가 분별력이 있다면 어머니를 홀대한 것을 용서해달라고 신들에게 기도할 것이다. 신들이 너를 배은망덕한 자로 여기고 네게 잘해주기를 거절하지 않도록 말이다.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2권 제2장, p83


 (4) 하지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함께 자란 이들은 강한 연대감을 갖게 되네. 야수도 함께 자란 경우 서로에게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을 느끼니 말일세.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형제가 없는 사람보다는 형제가 있는 사람을 더 존중하고 덜 공격한다네.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2권 제3장, p86


 이렇게 우리에게 보여지는 인간 소크라테스의 주제는 플라톤의 작품에서의 주제와는 조금 다르다. <소크라테스 회상록>에서 그는 수학 대신 도덕철학을 말한다. <메논>에서 소크라테스가 기하학 증명을 통해 상기설을 주장하며, 탁월함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말했다면, <소크라테스 회상록>에서는 육체의 단련과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주제 뿐 아니라 내용까지 충돌하는 면이 한 인물 소크라테스에게서 발견된다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소크라테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39) 크리토불로스, 자네가 어떤 일에 훌륭해 보이기를 원한다면 실제로 유능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네. 그게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훌륭한 길일세.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들 사이에서 미덕이라고 불리는 것은 모두 학습과 연습으로 증대됨을 알게 될 걸세. 크리토불로스,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자네에게 다른 의견이 있다면 말해주게.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2권 제6장, p107


 (4) 하지만 체력단련을 한 결과와 하지 않은 결과는 정반대일세. 체력단련을 한 사람은 건강하고 강하기 때문일세. 그리하여 그들 중 대다수가 싸움터에서 무사히 귀환하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다네. 또한 대다수가 친구들을 도와주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명성을 크게 드날리고 명예가 크게 드높아지며, 그래서 여생을 더 즐겁고 더 훌륭하게 살고 자식들에게는 더 훌륭한 살림 밑천을 남겨놓는다네.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3권 제12장, p180


 <소크라테스 회상록>에 드러난 인간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우리에게 플라톤의 작품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그가 고발당한 이유를 알게 된다. 산파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논박과 결과적으로 상대가 느낀 모멸감. 우리는 이러한 감정이 쌓여서 결국 인간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갔음을 추측할 수 있다.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록>은 이처럼 소크라테스의 모습에서 나오는 플라톤의 주장 대신 인간 소크라테스를 중심에 놓으면서 그의 삶에 대해 함께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40) 소크라테스에게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는 그를 찾지 않았고, 소크라테스는 그들을 멍청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에우튀데모스는 소크라테스와 함께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는 자기가 이렇다 할 인물이 될 수 없다고 믿었다. 그 뒤로 그는 어쩔 수 없는 경우 말고는 소크라테스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소크라테스의 습관 가운데 일부를 모방하기도 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에우튀데모스의 마음가짐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더는 그를 놀리지 않았고, 그가 알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지식이나 지키는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었다. 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제4권 제2장, p211


 천병희의 <소크라테스 회상록>에는 그외에도 <향연 Symposion>과 <소크라테스의 변론  Apologia Sokratous>도 함께 실려있다. 뒤의 두 작품은 플라톤의 대화편에도 동일한 제목으로 실려있는데, 이들 작품에도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소크라테스의 자공과 자로를 서로 비교해 읽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7)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는 그들이 자유민이고 자네 친척이기 때문에 먹고 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겐가? 자네는 다른 자유민 가운데 그런 식으로 사는 자들이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할 줄 아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더 잘살고 더 행복하다고 보는가? 아니면 자네는 게으름과 무관심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기억하며 신체를 건강하고 강하게 하고 살아가는 데 유용한 것을 획득하고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근면과 세심함은 아무 쓸모없다고 느끼는가? - P111

(1) 한번은 용기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어떤 사람의 몸이 다른 사람의 몸보다 노동에 선천적으로 더 강하듯이, 어떤 사람의 혼은 다른 사람의 혼보다 위험에 선천적으로 더 용감하다고 생각하네. 같은 법률과 관습 민테서 자란 사람들도 용기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보기 때문일세. (2)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의 본성은 학습과 훈련에 따라 더 용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네. - P16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9-13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스승을 두고도 제자들이 이렇게나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흥미로워요^^

겨울호랑이 2023-09-13 15:49   좋아요 1 | URL
사람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기에 조금씩 다른 형태와 색깔로 남은 것 같아요. 말씀처럼 재밌는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