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바라따 4 - 3장 숲: 버리지 못하고 떠나는 자들 마하바라따 4
위야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새물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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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인내와 힘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 것입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물음에 사실대로 답해주십시오."(p132)... 쁘라흘라다가 말했다. '힘이 늘 우선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인내가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란다. 손자여, 이 둘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늘 참기만 한다면 좋지 않은 일을 무수히 당하게 될 게다(p133)... 언제나 힘을 과시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항상 유순하기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부드러울 때 부드럽고 거칠 때는 거칠게 행동하는 자만이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_ 위야사, <마하바라따 4>, p134


 위야사의 <마하바라따 4 - 3장 숲 : 버리지 못하고 떠나는 자들>에서 제기되는 물음 중 하나. '인내와 힘 어느 것이 더 앞서는 것인가'라는 손자의 물음과 할아버지의 대답은 마치 <中庸> 10장의 강함에 대해 묻는 자로(子路問强)와 이에 대해 남방의 강함인가, 아니면 북방의 강함인가를 되물으며 진행되는 논의(子曰 南方之强與 北方之强與 抑而强與)를 떠올리게 한다. <중용>에서 결론은 군자는 조화를 이루며 휩쓸리지 않아 매우 강하다(故君子和而不流, 强哉矯)는 것으로 진행되듯, <마하바라따>에서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서로 다른 경우를 말하며 경우에 맞는 처신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마하바라따>에서 인내와 힘에 대한 논의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브라만과 크샤뜨리야의 다르마(dharma) 문제로 한 단계 넘어가며 한층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인내를 강조하는 우디슈티라 왕에게 드라우빠디는 힘을 강조하며 그에게 맞선다. 개인 덕성으로 힘과 인내는 자신의 내부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힘쓰면 그만이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질적인 개인들의 집합인 공동체에서 조화는 과연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는 개인철학의 문제가 정치철학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드라우빠디여, 이런 식으로 분노는 모든 생명을 파멸로 이끌고 그들은 곧 사멸하고 말 것이오. 이 세상에 대지처럼 인내하는 자가 있기에 생명이 태어나고 존재하기를 거듭하는 것이오. 아름다운 이여, 그래서 사람은 어떤 고난에도 참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며, 바로 이 인내로 인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라고 하지요. 강한 사람에게서 수모를 당하거나 억압을 받거나 화를 당해도 성내지 않고 묵묵히 견디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며 참으로 뛰어난 사람이지요. 그런 사람이 힘 있는 사람이며, 그런 사람에게 세상의 이치가 보일 것이오. _ 위야사, <마하바라따 4>, p139


 당신의 의식을 이토록 흐려놓으신 조물주와 창조주 두 분께 엎드려 절하옵니다. 당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가셨던 길을 따라가야 하거늘 당신의 뜻은 다른 곳에 있군요. 사람은 다르마와 자비로, 또는 인내나 곧은 마음만으로 영광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관대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p141)... 바라따의 후손이시여, 신은 마치 드넓은 창공처럼 중생들의 마음을 차지하며 좋고 나쁜 것을 조절합니다. 우리는 끈에 묶인 새와 같아 주인의 손에 조종당할 뿐 우리 자신도 우리 주인이 아니랍니다(p143)... 이뤄놓은 결과만 보고 행위자를 보지 않는 것은 조물주의 잘못이 아니고 무엇이리요? 저지른 일의 대가가 행위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힘만이 행위를 하게 하는 동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힘없는 자들을 안타까이 여기는 것입니다. _ 위야사, <마하바라따 4>, p144


 인내를 강조하는 우디슈티라는 브라만의 다르마를, 힘을 강조하는 드라우빠디는 크샤뜨리야의 다르마를 말한다. 우디슈티라는 보편진리로서 다르마를 강조하는 반면, 드라우빠디는 전사(戰士)의 다르마를 역설한다. 당신은 크샤뜨리야인데 왜 브라만의 다르마를 따르느냐고. 이는 드라우빠디의 말에 동의하는 비마세나의 주장에 잘 드러난다. 최고의 산물인 까마를 얻기 위해 다르마 뿐 아니라 물질을 모으는 아르타에도 충실하는 것. 이것을 못했기에 우디슈티라는 눈 뜬 채 나라를 빼앗겼다고 직접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쁘르타의 아들이여, 때가 되어도 자기 힘을 보여주지 않는 크샤뜨리야는 언제고 만물이 가벼이 여기는 법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적에게 인내하는 것을 보이지 마십시오. 의심의 여지없이 적은 힘으로 눌러야 합니다. 물론 참아야 할 때 참지 못하는 크샤뜨리야도 사람들의 갈채를 받지는 못하지요. 만 생명이 사랑하지 않는 자들에겐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파멸만이 있을 것입니다. _ 위야사, <마하바라따 4>, p132 


 왕이시여, 아르타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다르마를 필요로 합니다. 또 까마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막대한 아르타를 필요로 하지요. 그러나 까마로는 까마 이외의 다른 것을 생산해내지 못합니다. 그 자체가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재는 나무에서 얻지만 재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p158)... 왕이시여, 물질을 모으는 것이 아르타라는 것을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다섯 감각 기관과 마음 그리고 가슴으로 얻어진 즐거움을 까마라고 하지요. 나는 그런 까마야말로 우리의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 모두를 하나하나 곱씹어본다면 다르마에 지나치게 집중해서도 안 되고, 아르타에만 기운다거나 까마에만 빠져서도 안 되며, 이 모든 것을 다 적절히 따라야 함을 알 수 있지요. _ 위야사, <마하바라따 4>, p159


 다르마는 단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서로 다른 계급과 시대 속에서 다양한 덕목으로 나타나 전체로서 완성되는 것일까. <마하바라따 4>에서는 개인 덕목의 조화와 중용, 정치철학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전체와 부분의 지향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형제여, 어디든 다르마가 함께하는 유가를 끄르따 유가라고 한다네. 최상의 유가인 그때는 할 일이 모두 마무리되어 있어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지. 그때는 다르마가 쇠하지도, 살아 있는 것들이 죽지도 않는다네. 그때는 다르마가 쇠하지도, 살아 있는 것들이 죽지도 않는다네. 그렇게 덕이 충만한 유가를 일러 끄르따라고 하지(p607)... 끄르따 유가에는 또 브라만과 크샤뜨리야, 와이야, 슈드라의 뚜렷한 특징들이 있으며 모든 계급은 자기 본분에 충실하지. 인생의 단계, 행동 규범, 지식, 지혜 그리고 힘도 모두 그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진다네. 모든 계급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며 다르마를 얻지. 그들은 하나의 베다를 따르고 하나의 진언을 따르고 모두 같은 의례를 따른다네. 일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이 따르는 베다는 같은 것이며 그래서 따르는 다르마도 하나지. _ 위야사, <마하바라따 4>, p608



전장에서 몰이 막대 없이 코끼리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듯이 브라만이 없으면 크샤뜨리야는 힘이 줄어들지요. 비견할 데 없는 브라만의 시각과 크샤뜨리야의 견줄 데 없는 힘이 함께하면 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오. 큰불이 바람의 도움으로 숲을 태우듯 브라만의 도움으로 크샤뜨리야는 적을 태우지요. 갖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 얻은 것은 더욱 늘리기 위해 현명한 사람은 브라만의 지혜로운 조언대로 행해야 한다오. - P127

덕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실을 브라만과 자기 아들, 동지 그리고 제자와 시종의 귀에 전해주어야 한다오. 이것은 범답고 성스러우며 희생제와 같고 순수하며 즐거운 것이오. 이것은 천상의 것과 같고 기쁨 넘치며 더없이 순결한 것이오. 이것은 대선인들의 신묘함이며 모든 악을 없애주는 것이라오. 이것을 브라만들 가운데서 들었다면 그는 흠 없는 경지를 이를 것이고, 영원한 성지의 성스러움에 대해서 들은 사람은 영원히 순결할 것이오. 그런 사람은 여러 생을 기억하고 천상에서 기쁨을 누릴 것이오. - P378

백발이라 해서 어른인 것은 아니지요. 신들은 나이는 어려도 "아는 자"를 나이 든 자라고 여긴다오. 살아온 햇수로도, 하얗게 센 머리로도, 많은 재물로도, 숱한 친지들로도, 선인들은 인간의 자질을 정하지 않았다오. "배움 있는 자가 우리에겐 위대한 자"라고 했지요. - P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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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0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7-21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참기만 한다면 좋지 않은 일을 무수히 당하게 될 게다(p133) : 인내심도 언제 멈춰야 하는지 그 적당한 지점을 모를 때가 많아요. 늘 참으면 무시당할 수 있으니 잘 처신하기란 늘 어려운 문제입니다.^^

겨울호랑이 2023-07-22 09:42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을 다스리기도 쉬운 문제가 아닌데, 이로부터 발생하는 외부 문제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마치 외줄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도 살아있다는 반증이겠지만요... 페크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