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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일기 -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본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3년 6월
평점 :
윤석열이라는 인간의 최대 특징은 하나의 개체로서의 사인 私人일 뿐, 지도자로서의 공인 公人됨이 거의 부재하다는 것이다. 사적인 개인일 뿐 공적인 리더임을 망각하거나 지향하지 않거나, 아예 존재의 과제상황에서 제외시킨 매우 특유한 인간이라는 것이다(p12)... 대강 이런 비젼이 그의 개체로서의 사인적 私人的 의식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고, 또 신념화되어 잇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은 대화를 거부하고 토론이나 타협의 장을 벗어나 있다. _ 김용옥, <난세일기> , p13
도올 김용옥(金容沃, 1948 ~ )의 <난세일기 亂世日記>는 정치, 외교, 군사, 사회 등 취임 후 불과 1년 만에 모든 국정을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은 윤석열 정부의 시대를 바라보는 철학자의 일기다. 일기 속의 날짜는 4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의 한 달이지만, 한 달 동안 일어난 여러 사건 - 윤석열의 미 의회 연설, 기시다 방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 등 - 속에 담긴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저자는 이 기간 동안 화제가 되었던 여러 사건들의 의미를 자신의 철학(哲學)을 통해 바라보면서, 사건의 의미와 사상의 여정을 함께 드러낸다.
나는 나의 책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실상 나의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그것이 쉽게 쓰여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논술방식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 그 주제의 선정이 항상 새롭기 때문에 평균적 저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언어 그 자체는 충분히 풀어헤쳐져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그 농축된 언어에 피곤을 느낀다는 것, 그러한 사실이 충분히 반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_ 김용옥, <난세일기> , p21
제목처럼 어려운 시대(亂世)를 살아간다는 공통된 기반 위에서 저자는 자신의 사상을 쉽게 정리한다. <노자>부터 최근 <동학>과 <주역>에 이르는 수많은 저작들의 내용이 한 달 동안의 사건과 함께 펼쳐져 지식의 넓이와 함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을 다루는 장은 깊이도 함께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난세일기>는 어려운 시대의 의미를 저자 자신의 철학으로 비추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능과 무지로 평가하는 윤석열 정부의 폭정이 방식에 있어서는 거칠지만, 그 의도는 분명한 지향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행동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처럼 불안하게 보이지만, 그 의도는 마치 혈(穴)자리를 끊듯 우리의 가치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사상의 여정을 정리하며 밝힌다. 윤석열을 철학적으로 조망한다... 조금은 이질적인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어지러운 세상의 의미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정리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를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