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는 길로트를 무한히 존경하고 흠모했지만, 아내가 되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거절의 근본 원인은 그녀 스스로 결혼을 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꼈다는 데 있었다. 루의 정열적인 조숙한 지성은 미성년의 육체 속에 깃들어 있었다. 어쩌면 더 근원적인 것은 그녀의 본능적인 독립심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그가 아무리 사랑할 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자유와 독립을 제약하는 족쇄가 된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채찍을 든 이 장면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될 때 두 사람의 관계가 즉각 권력관계로 바뀐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도 좋다. 사랑의 권력관계상 니체는 분명히 약자였고 루는 강자였다.

《즐거운 학문》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정신의 아찔한 고양을 경험하면서 쓴 책이었고, 그 책으로 6년의 자유정신 탐험이 일단은 완수된 셈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루 살로메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니체는 이 편지에서 분명히 "더는 외롭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듯 고백한다.

단순히 글 자체의 분위기나 스타일의 독특함을 넘어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독일어 산문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의 서술 형식과 언어 수준은 이전의 니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이 작품은 철학적 의도 아래 구상된 것이지만 완전히 문학 작품으로 쓰여 있다."

"일체의 글 가운데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3-03-29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3-29 22:45   좋아요 1 | URL
아, 최근 <하이데거 극장>을 낸 고명섭 작가께서 쓴 책인데, 니체의 인생과 작품을 알기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