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전면개정판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서 과학은 사회 전체의 공유물이 되어야 하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는 단순히 과학 지식이 아니라 편협한 실증주의를 넘어서는 진정한 합리주의로서의 과학적 사고를 뜻합니다. 나아가 과학과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과 세계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는 지혜의 수준, 이른바 온의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사회, 그리고 인문학의 만남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환원의 관점에서 또 다른 경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계 넘기로부터 경계 허물기로 나아가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_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p686

최무영 교수의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는 여러 면에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1945 ~ )의<괴델, 에셔, 바흐 Go"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실제로, 본문에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 ~ 1972)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가 인용되기도 했지만(특히, 에셔의 작품은 매우 비중있게 여러 곳에서 소개된다), 여러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저자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리학이 생소한 이들이 느꼈을 혼돈의 카오스(Chaos)로부터 질서를 부여하며 코스모스(Cosmos)를 보여주는 느낌.

예전에 사람들은 어떤 것을 지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적절한 은유를 갖기 전에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 토마스 쿤 -

예전에 서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AgalmA님의 서재 대문에 적힌 글을 잠시 옮겨본다.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통해 물리학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은유를 제시하는 책이지만,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많지 않은 수식이지만, 그 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른 빛깔의 책으로 보여질 것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철학도 작용한다. 저자의 사회,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우리 말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는 누군가에게 불편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고,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라 여겨진다. 이에 대해서는, 본문의 아래 내용이 답이 될 듯하여 옮겨본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다르다는 것, 내가 속한 세상(또는 세계)는 다른 이가 속한 곳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는 어쩌면 물리학에서 다루는 거대 시공간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름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양자역학에 비추어 고전역학은 틀렸고 잘못되었으니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론적 양자역학만 남기고 양자역학도 버려야 하겠네요. 사실 고전역학은 지금도 대단히 훌륭한 이론입니다. 다만 적용 범위가 양자역학만큼 넓지 않은 것뿐입니다. 보편성 면에서는 양자역학이 더 좋은 이론이지요. 그러나 좋은 이론의 기준은 보편성 맟고도 여러 가지가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고전역학이 양자역학보다 오히려 더 좋은 이론일 수 있습니다. _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p187

<최무영의 물리학 강의>는 미시 물리학에서 거시 물리학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기본 입자와 기본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네 가지 힘, 힘을 설명하는 이론(고전역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등으로 부터 최근 이론이라 할 수 있는 복잡계 이론까지 점점 범위를 넓혀간다. 복잡계 이론을 통해 저자는 학문 간 통섭(通涉, consilience)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전체 틀을 가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초끈이론, 양자역학 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그리고 은유를 만들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기본입자는 세 가족으로 나누는데 쿼크 가족, 렙톤 가족, 그리고 게이지입자입니다. 모든 입자는 결국 이러한 세 가지로 이뤄져 있지요. 쿼크 가족은 알다시피 위, 아래, 맵시, 야릇함, 꼭대기, 바닥의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렙톤 가족은 전자와 전자중성미자, 뮤온과 뮤온중성미자, 그리고 타우와 타우 중성미자가 있습니다... 게이지입자는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전해주는 알갱입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기본 상호작용은 네 가지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힘은 결국 네 가지 상호작용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친숙한 것이 중력일겁니다. _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p157

결론적으로 일상 세계를 기술하려면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충분하지만, 원자나 분자 등 작은 세계의 기술에는 양자역학, 빛에 비해 크게 느리지 않은 빠른 세계나 우주 등 거대한 세계를 기술하는 경우에는 상대성이론을 써야 합니다. _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p186

우주는 중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유클리드 기하학이 성립하는 평형한 4차원 시공간, 정확히는 민코프스키 시공간일 텐데 여기저기 물질이 존재하므로 중력마당을 형성했고, 따라서 굽어진 시공간이 되어서 일반적으로 비유클리드기하학이 성립하겠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는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우리 우주는 이를테면 쌍곡선일까요, 아니면 타원적일까요? 또는 평평할까요? _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p291

이제까지 물리학과 생물학 그리고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복잡계의 예를 몇 가지 들었습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에서 어떤 보편성을 찾아내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틀로 해석하려 합니다. 이른바 보편지식 체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거지요.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독자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_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p68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3-01-19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뎌 이 책을 영접하셨내요. ㅋ 그리고
AgalmA 님을 기억하시네요. 반갑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3-01-20 04:58   좋아요 1 | URL
^^:) 예전 초판을 읽었는데 개정판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더 체계적이고 저자의 철학이 잘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좋은 글을 많이 쓰신 AgamA님을 잊을 수 없지요. 많이 아쉽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