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저 수준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국내 여론들 덕분에 외신들을 보며 영어 공부를 강제로 해야되는 상황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덕분에 '내가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있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높아진 국가 위상 덕분에 이제는 국내 정치를 외신으로만 접해도 큰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것을 보면 수십 년간 이어져온 언론의 독점(獨占)도 머지 않은 듯하다.


 2023년 연초 The Economist에서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 근무했던 정치권인사들에 대해 "The Economist explains"에서 'Why does South Korea pardon its corrupt leaders? 한국은 왜 부패한 지도자들을 사면하는가?'라는 주제로 상세히 세계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그 중 일부를 옮겨본다.


 Pardons are often motivated by power dynamics within the political elite, too. Convicted politicians often have powerful allies in parliament, who can encourage pardons. 


 때로 사면은 정치 엘리트들 간의 권력 역학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흔히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인은 사면을 독려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동맹자들을 두고 있기도 하다.


 President Yoon is clearly a fan of Mr Lee, the former president he pardoned. He has stocked his team with staff from his predecessor's administration and adopted similar policies. But the president also pardoned several politicians involved in the corruption scandal that brought down Ms Park even though he had put them away when he was chief prosecutor under Mr Moon.


 윤 대통령은 자신이 사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팬임이 분명하다. 그는 이전 행정부의 직원들로  자신의 팀을 꾸리고, 유사한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또한 문 대통령 아래에서 검찰총장 재직 당시 전임 박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여러 정치인들도 또한 함께 사면했다.


 He may be hoping that the pardons will unify his conservative party, People Power, which is riven by infighting. Mr Lee and Ms Park still have enormous influence in conservative political circles. The president, a political neophyte and outsider, may also be hoping to smooth his entry into this elite.


 그는 이번 사면이 내부 다툼으로 분열된 보수정당인 국민의 힘이 통합되는 계기가 되길 원할 것이다. 전임 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여전히 보수 정치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치 초보이자 아웃사인더인 윤 대통령은 아마도 이들 정치엘리트 계층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Though no longer a prosecutor, Mr Yoon still paints himself as a crusader for justice. But his decision to free a guilty man may open old wounds. The convictions of the ex-presidents and their co-conspirators were historic moments for South Korean democracy, says Erik Mobrand of the rand Corporation, a think-tank. Far from unifying the country, upending more of these judgments could undermine faith in its institutions. 


 이제 더는 자신이 검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을 정의를 위한 십자군으로 덧칠한다. 그러나 죄인을 석방하기로 한 그의 결정은 아픈 기억을 들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싱크탱크인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의 에릭 모브랜드(Erik Mobrand)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들과 그들의 공모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은 한국 민주주의에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국민대통합과는 동떨어진, 잘못된 이러한 판단을 뒤집는 것은 국가 근간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관련기사] https://www.economist.com/the-economist-explains/2023/01/06/why-does-south-korea-pardon-its-corrupt-leaders 


 같은 사안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사면의 대상이 누구인가?', '누구 측근이 어떤 조건으로 사면되었는가?'에 대해 중계방송을 하듯 취재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사면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기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미처 못 읽었을 수도 있겠지만,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경매장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단순한 사실 나열 속에서 우리가 정작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들은 슬며시 빠져나간 것은 아닐런지. 이런 어이없는 자신들의 보도보다 대중들의 무지를 지적하는 언론들에 대한 개혁과 함께, 21세기 대한민국 헌법 안에 존재하는 1789년 인권선언문 제16조를 통해 나타난 권력분립과 프랑스 대혁명 안의 법 안의 일반의지에 대한 논의를 무력화시키는 '사면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는 별도로 고민할 때가 아닐까.


 누가 법을 만들 것인가? 누가 입법자로서 공동체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런 사람은 단 한 사람만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민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이익에 반대되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인(私人)이나 개인에 다시 지배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인민 전체만이 자신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본질상 비개인적이어서 오직 모든 사람의 이익에 일치하는 것만을 원할 수 있는 일반 의지만이 법을 제정할 수 있다(P227)... 개인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고, 그의 의지와 일반 의지는 하나의 동일한 의지가 된다. 일반 의지를 따를 때 그는 단지 자기 자신에게 따를 뿐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동의에 따라 공동체에 구속되었고 그 구성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의지가 일반 의지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따르는 법률에 참여했다. 바로 이런 식으로 국가 안에서 개인의 자유라는 문제는 해결된다. _ 베르나르 그뢰퇴유젠,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 , p228


 로베스피에르는 이 원칙이 인권선언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올바른 질문부터 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로데크의 주교 콜베르 드 세뉼레가 일어나 자기가 마련한 안을 내놓았다. “시민들의 권리는 오직 권력을 슬기롭게 분배해야만 보장할 수 있다.”  그 뒤 계속 원안 제24조로 돌아가 토론하고 심의한 뒤 결국 ‘선언문’의 제16조를 확정했다. 몽모랑시 백작은 제6위원회의 안을 모두 심의했지만 인권선언문에 한 가지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온갖 폐단이 생기고 세대가 바뀌고 이해관계도 바뀌면서 인간이 구축한 모든 법을 수정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에 한 나라의 인민은 언제나 헌법을 다시 보고 개정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평화롭고 합헌적인 수단을 지정해두는 것이 옳다.” _ 주명철, <프랑스 혁명사 2 : 1789 평등을 잉태한 자유의 원년> , p285/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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