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소니에 따르면, "어떤 국가가 충분한 양의 핵분열성 재료를 보유한다면, 핵폭탄 제작까지 6개월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이란 역시 농축 우라늄을 일정량 보유하면, 잠재적 핵 강대국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은 2015년 이란과 협정을 맺고, 이란이 군사용 핵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고,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축소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프랑스 외교관으로 일했던 마크 피노 제네바 안보정책센터 부교수는 "그런 가운데, 민간용 핵을 이용해 잠재적 강대국이 되고 필요하면 군사용으로 신속하게 전환 가능하다는 이란의 사례를 다른 국가들도 열망하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피노 교수는 핵 기술은 일종의 특권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핵 기술을 보유하려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22.10> <핵무기를 향한 아랍 국가들의 열망> 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2.10>에서는 이미 핵(核)보유국인 이스라엘 외에도 핵보유를 희망하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한 기사가 다루어졌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관련 기사가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것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위협 문제, 우리나라 대통령의 전술핵 관련 발언때문일 것이다. 최상위 비대칭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전시작전권은 없지만) 국군최고통수권자의 발언처럼 전술핵무기는 과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미국이 소련과 핵전쟁을 벌인다면 아마 그것은 틀림없이 소련이 먼저 미국을 공격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전쟁 초기 단계에 전략 핵무기가 오가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아 그 단계로 확대되어갈 것이다. 대서양 동맹의 방어 전략은 전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무자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수립된다. 전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공식 표현은 '억제의 체인', '억제의 망', '억제의 연속' 따위다. 새로운 미사일이 배치되면 이 체인, 망, 연속이 완성된다. _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 p203


 한스 모겐소(Hans Joachim Morgenthau, 1904 ~ 1980)는 <국가 간의 정치 Politics Among Nations>에서 핵무기를 국제 정치의 한 요인으로 설정하고 별도의 장(章)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이에 따르면 미래의 핵전쟁 양상을 두 강대국의 충돌에서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양 진영의 변경에서 재래식 무기에 의한 국지전 양상으로 벌어진 군사충돌이 점차 확전(擴戰)을 보이면서 강대국간의 전략핵무기 사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냉전 시대의 논리가 오늘날 그대로 이어지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지역 내에서 한 국가의 전술핵보유가 주변국의 전략핵보유를 자극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할 것이다. 


 우리 시대 최악의 핵 공포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준에서의 억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술적 전역 핵무기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재래식 전쟁은 포기되어야 하며, 전략 핵무기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전술 핵무기가 포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략 핵무기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포기되어야 한다. _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 p205


  20세기 중반 핵전쟁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시기로 평가받고 있는 쿠바 미사일 사건. 흔히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1917~1963)의 대범한 승부수에 흐루쇼프(Nikita Sergeyevich Khrushchev, 1894~1971)가 굴복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련 또한 이를 통해 성과가 있었던 것은 협상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핵전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전술핵보유는 전략핵보유으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며, 어중간한 비대칭전력의 보유는 러시아, 중국의 정밀타격지점에 추가 되는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게임이론(game theory)에서 안정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이 바로 보복전략(Tit for Tat)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20세기에 세계의 강대국들이 벌였던 가장 위험한 대치상황을 1962년 10월에 옛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반입하려고 한 시도라고 말하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흐루시초프와 케네디가 직면하였던 상황은 성과행렬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상 이 위기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본개념은 두 강대국이 '충동선'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실제로 취해졌던 의사결정은 봉쇄와 철수였으며, 이는 쿠바 미사일 위가라고 일컬어지는 협상의 결과로 귀착되었다.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도록 함으로써 게임에서는 미국이 '승리'한 것 같은 일면이 있기도 하지만, 소련도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냈기 때문에 위기의 결말이 실제로는 일종의 협상이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_ 존 L. 캐스티, <20세기 수학의 다섯 가지 황금률>, p52


 상대에게 당했을 때, 그 이상의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보다 상위의 젼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TFT전략의 관대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전세계 모든 나라가 핵무장을 했을 때, 세계평화가 온다는 것은 TFT 전략을 극한으로 밀어붙였을 때의 결과값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가도록 기존 핵보유국들은 지켜보고 있을까. 


 '이에는 이, 눈에는 눈(Tit for Tat : TFT)'류의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경기자가 배신에 의해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복의 위협은 항상 존재해야 한다. 보복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은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 방식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TFT류 전략의 중요한 특징은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살펴본 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장기간의 상호 보복이 연쇄를 진정시키는데 한몫한다. _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p481/754


 상대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하기 위한 군비 경쟁의 가속화에 대해, 자신들의 선도적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핵보유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신의 핵우산 밖으로 일본과 한국이 나가기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핵개발의 또다른 수혜자는 바로 한국이다. 


 핵무기 경쟁은 서로를 몹시도 두려워하는 신중한 정부가 운영하는 두 초강대국에만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국가가 때때로 바보와 악당의 손에, 심지어는 이들 모두에 의해 지배되어왔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보와 악당, 심지어는 이들 모두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핵전쟁이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자. 이것이 바로 일반화된 무제한 핵무기 경쟁이라는 역동적 현상 속에 내재된 실제 핵전쟁의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_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 p206


 아무리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나가서 '미국만세'를 외치더라도,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북한 핵개발의 드러나지 않은 수혜자이며,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미국이 과연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를 승인할 것인가.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내 핵무기가 들어온다면 그 통제권은 미군에게 있을 것이며, 우리는 러시아-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첫번째 목표가 되는 이상의 의미가 없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핵배치를 주장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한국은 핵무기를 지역적 이해의 구도에서 파악했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무기를 한민족의 핵무기로 이해했다. 핵폭탄을 같은 동포의 머리 위에 떨어뜨릴 리는 만무하므로 일본과 그밖의 잠재 위협 세력으로부터의 한민족의 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받아들였다. 한국의 관리들과 군 관계자들은 통일 한국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공공연하게 피력했다. 한국의 이해는 잘 반영되었다. 핵무기 개발에 뒤따르는 희생과 국제적 오명은 북한이 짊어져야 하는 반면 한국은 궁극적으로 그것을 승계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한국의 발달한 산업이 결합하면 통일 한반도는 동아시아 무대에서 실력 국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_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 p151/289


 새뮤얼 헌팅턴의 주장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북한이 핵을 공동개발하고 일본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이야기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소설에서는 무궁화 꽃처럼 피어오르는 버섯 구름이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줄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전술핵보유를 위해 미국에게 얼마만큼의 양보를 해야할 것이며, 미국은 북한핵에 대한 우려를 씻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한미일 안보동맹을 강요할 것이고, 이러한 역학관계에서 '미국의 전략무기 판매- 일본 군수물자 보급 - 한국 지상군 파병'이라는 전략의 큰 줄기가 쿠릴열도에서 부터 남중국해까지 분쟁지역에 적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단순한 상상에 그치길 바란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도 핵에 대한 공포심이 강한 이들 국민에게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10분 이내에 핵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습경보는 전국을 아수라장으로 바꾸어놓고 말았다. 부모들은 어린아이들을 안고 울부짖었으며,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썼다. 거동 못하는 노모를 들쳐업고 여기저기 지하실을 찾아 헤메는 사람, 기운이 떨어져 거리 한 모퉁이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사람, 아예 처자를 버리고 큰 건물의 지하로 깊이깊이 숨어드는 사람, 숫제 미쳐버린 사람까지 일본 열도는 순식간에 천태만상의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제2차 대전때는 모르고 당했으니 차라리 나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_ 김진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 p540/546


PS. 어쩌면 그는 핵을 일단 보유하면 '게임이론'에 따라 노련하게 외교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죄수의 딜레마'에 따라 많은 용의자들을 수사한 경력과 부족한 외교능력을 연결할 고리를 핵에서 찾은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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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4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5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0-25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는 여권의 중진 의원들의 인터뷰를 슬쩍 보고 들을 때마다 바보 아닌데 왜 바보 같은 이야기를 저토록 진지하게 하나... 궁금한 적이 많았습니다. 비극을 머리에 이고 사는 슬픔과 이런 이들과 공존해야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낍니다.

<문명의 충돌> 이름만 들었던 책이고 아주 예전(?) 책인줄 알았는데 우리 나라 사례가 저렇게 구체적으로 나오네요.
한 번 찾아 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좋은 사유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2-10-25 13:42   좋아요 0 | URL
<문명의 충돌>에서 전망한 헌팅텅의 예지가 모두 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세계를 바라보는 미국 엘리트들의 인식틀은 잘 설명해준다는 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김진태 발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채권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네요... 안보, 경제 등등 사회 거의 모든 면에서 극히 혼란한 요즘입니다...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