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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ㅣ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평점 :
대위법... 어려울 거라는 예감이 드는 이름이에요. 지금은 ‘엄격한 작곡 기법이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음과 음이 어울리려면 그 간격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정리한 법칙이에요. 어렵다기보다는 따져야 할 게 많다고 할까요? 대위법에 따라 선율을 만든다는 건 마치 1 더하기 1의 답을 구하는 것처럼 분명한 문제입니다. 맞는 답이 있고 틀린 답이 있죠. _ 민은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p241
바흐를 주제로 한 <난처한 클래식 3>을 본 것은 바흐의 음악에서 표현되는 대위법과 평균율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대위법을 주제로 한 강의나 전문서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기에 찾아든 교양서적이 <난처한 클래식 3 : 바흐>. 본문에서는 바흐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각 시대를 구분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을 소개하며,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예전에 읽었던 롤랑 마뉘엘의 <음악의 기쁨>을 더 시각적, 청각적 도구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을 받는다.
<난처한 클래식 3 : 바흐>에서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일반인이 음악감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에서 살짝 들어간 정도라 아쉽게도 느껴지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해가 된다. 대위법과 관련한 전문서적을 펼쳐보고 바로 덮은 경험이 있기에, 일반독자들이 클래식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난이도 조절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아쉬운 부분은 다른 책에서 찾아 봐야겠지만.
점차 음악가들 사이에서 그냥 한 옥타브를 똑같이 열두 부분으로 쪼개어 음을 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평균율이에요. 평균율의 요점은 다른 음정들의 순수성은 포기하고 ˝옥타브의 순수성만 완벽하게 지키자˝는 겁니다. 도는 1, 한 옥타브 높은 도는 1/2로 놓고 그 사이에 있는 음들은 정확하게 똑같은 비율로 높아지게 만들면 조를 옮길 때 문제가 없으니까요. _ 민은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p352
<난처한 클래식 3>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래 구절이다. 책, 음악, 미술 그 어떤 것이든 우리가 알고 싶고 느끼고 싶은 그 무엇이 있다면, 그리고 그 무엇을 ‘실체‘라 했을 때, 나는 그 실체를 알기보다는 그 실체를 잘 나타내려는 노력과 노력의 결과물인 지식을 쫓아다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이다. 바흐 음악 자체보다 ‘대위법‘과 ‘평균율‘이라는 수학적 질서에 대한 궁금증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바흐 음악에 대한 사랑이 있었을까 하는.
사실 우리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비발디의 <봄>에서 어떤 부분이 새소리를 묘사했다는 지식 같은 게 아닙니다. 당연히 그런 지식이 음악에 흥미를 갖게 하고 핵심에 빠르게 다가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지요. 하지만 <봄>이라는 곡의 근본적인 가치가 새소리를 잘 묘사하는 데에 있을까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새소리를 듣고 싶으면 새소리를 들으면 되고, 시를 감상하고 싶으면 시를 읽으면 되겠죠. 물론 음악으로 시나 새소리를 모방하는 걸 듣는 재미가 없다는 이야긴 아니에요. 저는 이 곡이 시 없이도 사람들에게 환희와 즐거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만큼 사랑받고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건 바로 음악의 그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_ 민은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p241
<난처한 클래식> 시리즈를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제시된 문장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기존의 순정률의 틀에서 벗어나 평균율의 지평선을 연 바흐지만(참, 지평선이 아니라 지평이었지) 하프시코드의 틀에서 벗어나 피아노의 세계를 열지 못했던 한계를 보면서 우리가 갖는 인간적인 한계를 다시 느끼게 된다.
프리드리히 2세는 바흐와도 친분이 있었던 악기 제작자 질버만이 만든 피아노 포르테를 몇 대 소장하고 있었는데요, 먼 길을 온 바흐에게 그 피아노포르테의 소리가 괜찮은지 한번 쳐보라고 했대요. 이때 바흐가 피아노포르테를 쳐보고 ˝이 정도 음량으로는 하프시코드랑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없습니다˝라고 얘기하죠. 피아노의 역사에서 꼭 등장하는 에피소드입니다. _ 민은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p377